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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박태환-초고속 진화

그린빌나 2006. 12. 7. 13:16
초고속 진화 박태환, 진짜 ‘괴물’인가?

[JES 이은경] 초고속 진화다. 중장거리에서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하더니 단거리도 아시아 정상권이다. 이쯤 되면 ‘괴물’이라고 부를 만하다.

박태환(17·경기고)이 7일 새벽(한국시간) 2006 도하아시안게임 경영 자유형 100m에서 50초02의 한국신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계영 예선에서는 100m를 49.68에 찍었다. 이미 주종목인 400m와 200m에서 여유 있게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다.

지구력이 뛰어난 박태환은 중장거리가 특기다. 당초 자유형 100m에서는 메달을 기대하지 않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태환은 스타트와 초반 속도가 다소 느리고 체격조건이 좋지 않은 탓에 폭발적인 파워가 부족해 단거리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런데 자유형 100m에서 천주오(중국)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끝에 은메달을 기록했다. 관계자들은 박태환의 ‘괴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제 박태환은 장거리뿐 아니라 단거리까지 휩쓸고 있다.

▲세계 수영에서도 드문 일

노민상 경영대표팀 총감독은 “단거리와 장거리를 동시에 석권하는 것은 세계 수영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라면서 “러시아의 수영 영웅 알렉산드르 포포프가 초기에 1500m부터 두각을 나타내다가 점점 단거리로 옮겨서 세계 정상에 오른 바 있다”고 설명했다.

포포프는 92 바르셀로나올림픽과 96 애틀랜타올림픽 자유형 50m와 100m를 2연패한 전설적인 스프린터다. 2m 장신에 파워가 뛰어나 박태환과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약점 보완하다가 단거리까지 정복

박태환이 이번 대회 단거리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은 약점을 빠른 속도로 보완했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약점을 고치는 데 집중했다.

초반 스피드를 끌어 올리는 것과 스타트 및 턴 연습을 반복했다. 노 감독은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 순발력까지 다 갖춰 보자고 했다. 그래서 단거리에도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스타트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자유형 200m에서 0.67초. 100m에서는 0.66초다. 박태환은 불과 석 달 만에 스타트 반응속도를 0.1초 가량 줄였다. 초반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한 훈련도 큰 힘이 됐다.

박태환은 “그 동안 25m나 50m 등 단거리를 집중적으로 훈련했다”고 밝혔다. 자유형 100m 경기에서 노 감독은 박태환이 입수한 후 “초반”이라고 외쳤는데. 이는 박태환의 약점인 초반 스피드를 최대한 끌어올리자는 작전 구호였다.

여기에 중장거리에 강한 박태환은 단거리 선수들이 지치는 포인트에서부터 갑자기 스퍼트를 내며 선두를 따라잡았다.

▲타고난 지구력과 민첩성 덕분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이 단거리와 중장거리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에 대해 “지구력이 좋고 민첩성. 균형성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시아에서는 단거리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만 세계무대에서는 중장거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태환이 중장거리에 이어 단거리까지 아시아 정상권에 오른 이유로는 선천적으로 ‘물 잡는 법’을 알고 있는 천재성도 크다.

박태환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부드럽고 효율적인 수영을 한다. 포포프의 코치였던 러시아의 제나디 투어레츠키는 “파워는 잊어라. 빨리 수영하고 싶다면 힘을 빼고 물을 느끼라”고 했다. “챔피언을 만드는 것은 파워가 아니라 효율성”이라고도 덧붙였다.

도하=이은경 기자 [kyong@je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