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우리는 알면서도 실패를 자초한다

그린빌나 2007. 12. 18. 10:13
 

우리는 알면서도 실패를 자초한다.

방학이라 조카가 집에 놀러와 있다. 내 딸아이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연인처럼 굴다가도 툭하면 서로 싸우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다.

오늘도 역시 마찬가지. 딸 이주가 침대에서 나오다 잘못해서 조카의 눈을 발로 찬 모양이다.

조카는 엉엉 울고, 내 딸은‘고의가 아니라 실수인데...’라며 자기에게 잘못이 없다는 걸 강조한다.

이 때 나는 단호히 말했다 ‘실수가 때론 더 나쁠 수 있는 거라고.’ 정말이다. 모르는 것도 죄지만, 실수도 죄다.

생활에서나 사업에서나 조심할 수 있었는데 실수로 큰 손해를 보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평소 나는 운전 버릇이 나쁜 편이다. 운전 중에 전화하고 수첩 찾고 메모도 하고 음식도 먹는 등 정신없이 행동한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거나 급할 때는 숨을 가다듬고 최대한 조심해서 차를 몰려고 애쓴다. 혹시라도 내 실수로 귀중한 생명이 상해를 입거나 사고가 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누군가 나의 운전 습관에 대해 경고했다.

'습관이 곧 인생'이라면서 평소에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게 대형 사고를 막는 방법이라고. 그 말을 듣고는 운전습관을 바꾸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다. 아는 것이 힘을 얻으려면 늘 조심하고 깨어있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많은 창업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실수를 한다. 점포 계약, 업종 및 본사 선정, 교육에 대한 부주의 등등. 경영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알아야 기본 원리들은 모두 유치원에서 배우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알면서 하는 실수가 얼마나 많은가. 종업원 관리, 고객접대 등 뻔히 알면서도 감정적으로 반응해서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딸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부터 외식을 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음식점에 손님이 많이 올까’라고 항상 물어보곤 했다.

그러면 딸아이는‘음식이 맛있어야 한다, 친절해야 한다, 깨끗하고 예쁜 점포가 좋다’는 등의 대답을 한다. 얼마나 정확한 답인가. 사업 성공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렇게 유치원생도 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몰랐던 것처럼 방관해 손님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시커먼 간판에 기본이 흐트러져 있어도 주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맛에 문제가 있는데도 돈이 아깝다고 노하우를 배우는데 투자를 하지 않는다.

고객에게 잘해줘야 하지만 매출이 낮거나 다른 기분 나쁜 일이 있는지 굳은 인상으로 카운터를 지킨다. 유치원생들도 예쁜 옷을 입은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사업을 하면서도 잠잘 때 입는 츄리닝인지 근무복인지 구분이 안가는 옷을 입고 손님을 맞는다.

종업원들을 즐겁게 해주고 코치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작은 일에 기분이 나빠지면 화부터 내거나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 나무를 잘 타는 직원이 필요하면 원숭이 과를 뽑아야 한다는 건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인건비가 싸다고 토끼를 채용해 놓고는 토끼에게 왜 빨리 나무를 잘 타지 못하느냐고 채근하기 일쑤다. 당연히 매일 스트레스 받는 것을 자초하고 고객에게도 피해를 준다.

사실 인생을 살다보면 몰라서 실수하는 것보다 알면서 실수하는 게 훨씬 많다. 우리는 늘 자신이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지식이라는 것도 결국 인간의 바르고 현명한 선택을 경험적으로 축적한 것이 아닌가.

신중하고 진지하고 깨어 있다면 우리는 모르면서도 모든 것을 아는 사람처럼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지혜롭게 행동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모르는 것은 넓게 보면 모른다는 핑계를 대고 싶은 실수의 일종이 아닐까.

대단한 것이 아니라 조금만 노력하면 알 수 있는 것을 몰랐다고 말한다면 그건 순진함이 아니라 실수에 가깝다. 프랜차이즈 본사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는 내가 몰라서 그랬다는 변명이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컨설턴트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방관함으로써 몰라서 실수를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실수 연발을 야기하는 또 다른 요소는 욕심이다.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뭔가를 얻으려는 마음이 우리의 지혜와 안목을 흐리는 경우가 많다. 성공하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으면서도 결과는 얻으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매출이 오르는데도 이익이 남지 않는 경우를 분석해보면, 내가 뛰려고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움직여서 일하려는 경우일 때가 많다. 배울 수 있는 데도 비싼 인건비를 주고 주방장을 채용하고, 다른 사람 시켜서 홍보를 하고, 직접 도매 시장을 찾지 않고 편하게 앉아서 중간상들에게 물건을 받는다.

더 넓게 보면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은 모두 실수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른 길을 두고 알면서 돌아가거나 하지 않은 일은 모두 의식적으로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프로페셔널이란 몰라서 실수하는 것을 최대한 줄이면서, 알고 실수하는 것도 최대한 줄이는 사람이다.

종종 방송에 출연하다보면 '어쩜 저렇게 한 자도 안 틀리고 카메라 앞에서 술술 말을 하는가'하고 방송인들이 존경스러워질 때가 있다. 또 새벽에 라디오를 들으며 '저 사람들은 캄캄할 때 방송을 위해서 기꺼이 이불을 박차고 나갔구나'하는 생각에 존경스러워진다.

프로페셔널 하니까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고 존경도 해주는 거지, 몰라서 실수하고 알면서도 실수하는 아마츄어는 설 곳도 없고 인정도 존경도 없다. 설령 잠깐 다른 사람을 속이더라도 오래 갈 수 없고 더구나 영원히 자신을 속이기란 불가능하다.

프로페셔널 정신은 사실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기 의지와의 싸움이다. 스스로를 지배할 수 있을 때 모르는 것도 줄이고, 알면서 실수하는 것도 줄일 수 있다. 엉성한 뮤지컬 배우의 연기를 보러갈 사람도 없고, 박수를 쳐줄 리는 더더욱 만무하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겸손함을 생각해 본다. 아무리 겸손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겸손해야만 모르는 걸 배울 수 있다. 또 성실함과 진지함을 생각해 본다. 성실하고 진지해야 알면서 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정직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대가보다 더 큰 결과를 바라거나 세상과 상대를 보지 않고 자신의 욕심만 부린다면 우리는 매일 실수를 연발할 것이다. 결국 비즈니스든 삶이든 모든 것이 자기와의 싸움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은 모든 것에 대한 책임과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힘 또한 밖이 아니라 자기 내부에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필자도 회사를 만든지 13년째다.

뒤돌아보면 그동안의 고투와 노력은 뻔히 알면서 하는 기본적인 실수를 바로잡는 과정의 연속이 아니었나하는 생각마저 든다.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100개의 계단을 에누리 없이 밟고 거쳐야 한다고 한다.

또 그 단계를 건너뛸 수는 없고 시간을 단축할 수는 있다고 한다.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려면 뻔히 알고 하는 실수를 줄여야 할 것이다. 그것만 줄여도 우리는 보다 쉽게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성공창업 A to Z] 창업 성공포인트는 유치원생도 아는 것, 이경희 한국소자본창업컨설팅協 수석부회장 |03/27 1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