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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건 '신앙의 기쁨' "

그린빌나 2008. 3. 3. 14:08
"지금 필요한 건 '신앙의 기쁨' "

사순특강-① 행복한 신앙생활


 본보는 회개와 보속의 사순시기를 맞아 18일부터 4회(매주 월요일 오후 7시)에 걸쳐 열리는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본당의 사순특강을 지상 중계한다. 평화방송 라디오(FM 105.3㎒)는 24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0시에, TV는 23일부터 매주 토요일 밤 11시, 일요일 오후 3시에 각각 방송한다.

<특강 일정>
① 18일, 수원교구 황창연 신부-행복한 신앙생활
② 25일, 도미니코회 배수판 신부-어떻게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
③ 3월 3일,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그 길에서
④ 10일, 예수회 유시찬 신부-아름다운 약함


▲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여러분은 성당에 오면 행복합니까?

 천주교의 기본 이미지는 우울입니다. 개신교는 찬양, 영광, 기쁨인데 우리 천주교의 영성은 회개, 통회입니다. 성당에 와도 기쁠 게 없습니다.

 우선 교우들에 대한 명칭부터 우울하게 만듭니다. 교우들을 부르는 천주교 공식기도문의 명칭은 신자(信者)입니다. 이것을 풀이하면 '믿을 신'에 '놈 자'자입니다. 다시 말해 '믿는 놈들'이란 뜻입니다.

 개신교는 성도(聖徒)라고 합니다. 거룩한 무리라는 뜻입니다. 거룩한 무리가 바치는 헌금과 믿는 놈들이 바치는 헌금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불교는 불자(佛子)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자'자와 다릅니다. 우리 '자'자는 놈 '자'자이지만 불자는 부처님의 자녀(子女)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개신교와 불교는 교우들을 섬기는 데 천주교는 교우들이 신부와 수녀들을 섬기는 공동체가 돼 버렸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오셔서 하늘나라를 선포하고 가셨습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은 하늘나라가 너무 좋으니 하늘나라를 사랑하시고 하늘나라를 팔고 가신 최고 경영자이십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고객만족을 가장 확실하게 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족한 고객들, 즉 제자들은 하늘나라를 선포하고 팔기 위해 온 세상으로 나갔던 것입니다.

 여러분은 성당에 오셔서 감동받아보신 적 있습니까? 아니 만족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성당 나오면 성당 짓는다고 신축금 내라는 소리에 간이 쿵쿵 내려앉습니다. 그래서 죽어라고 성당 지어놓으면 성당 분가한다고 합니다. 운 나쁘게 분가하는 쪽에 걸리면 또 신축금을 내야 합니다. 고객 감동이 아니라 고객 짜증입니다. 성당을 다섯 개까지 지은 분이 있답니다.

 성당 하나 지을 때마다 10%의 교우들이 냉담한답니다. 교우들이 하나 둘 성당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기쁠 일이 있어야 성당에 오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요즘 시대는 '기브 엔 테이크'(Give and Take) 문화입니다. 교우들이 교회를 위해 내는 만큼 교회도 교우들을 위해서 봉사해야 합니다.

 예수님 경영기법의 기본은 봉사입니다.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유행어도 있습니다. "너희 중에 으뜸가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마태 23,11).

 예수님은 봉사 받으러 오시지 않고 봉사하러 오신 분이고, 우리 모든 제자들에게 입버릇처럼 봉사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 발을 씻어 주신 예수님 모습에서 봉사의 극치를 엿볼 수 있습니다. 현대교회는 말로는 봉사하는 교회라고 하는 데 봉사하는 모습은커녕 군림하는 교회, 통치하는 교회의 모습이 더 맞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본당사목 시절 사목목표를 '교우들의 기절, 우리 고객들이 기절할 때까지 봉사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저는 미사 중에 휴대전화가 울려도 절대 혼내지 않습니다. 고객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고 어떻게 혼을 낼 수가 있습니까? 꼬마가 성당에서 떠들고 울고 제단에 올라와도 절대 혼내지 않습니다. 미래의 고객을 어떻게 혼낼 수 있겠습니까? 이제 교회는 교우들을 존중해 줘야 하는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물론 지켜야 할 계명까지 봐주어서는 안 되지만 기본적으로 섬기는 정신을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톨릭은 왠지 거룩하고 왠지 우울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신앙은 기쁨입니다.

 예수님의 선물은 복음입니다. 기쁨 소식이라는 뜻입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다음의 10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 운동하라. 둘째 감사하라. 셋째 대화하라. 넷째 공부하라. 다섯째 TV시청을 반으로 줄여라. 여섯째 신앙생활을 하라. 일곱째 웃어라. 여덟째 전화하라. 아홉째 자신에게 친절해라. 열째는 이웃에게 친절하라.

 하느님을 믿는 일처럼 신나고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순절이 통회의 시기이지만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흘러 넘치기를 바랍니다.

정리=김민경 기자 sof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