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묵상
‘지금’을 살아가십시오 !
그린빌나
2010. 11. 11. 09:28
여섯 살 먹은 큰아이를 놓고 우리 부부는 참 많은 고민과 기대를
나누었습니다. 어떤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는지, 어떤 가르침을
어떻게 전해 줄지 등. 아이의 어깨에 우리의 생각을 너무 많이
얹어 놓지 말자는 데 동의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은 가진 아이로 커나가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요즘 아이와 우리 부부는 한창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예민
하고 고집 센 아이는 여간해서 우리말을 한번에 들어주는 법이
없고, 또 우리는 아이의 뜻을 좀 꺾더라도 지킬 건 지키는 버릇을
들일 참이었던 겁니다.
그러다 문득 우리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
이 들었습니다. 여섯 살배기 아이에게 내일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 엄마 아빠와 무슨 이야기를 할지, 무슨 놀이를 할지, 어떤
방식으로 부모의 사랑을 확인할지만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기대
하는 아이의 건강한 내일이 오늘이 없다면 불가능할 텐데, 우리는
오늘 아이의 소중한 하루를 기약 없는 미래를 위해 희생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아이를 키우면서 듣게 되는 수많은 이야기에 정신을
팔아 정작 중요한 내 아이와 눈 맞추는 것,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오늘 복음이 제게 일러줍니다. 누구
나 궁금하고 알고 싶은 ‘언젠가’ 는 내가 충실하게 살아내는 ‘지금’
을 통해 온다는 것을 말입니다. 정직한 땀과 겸손한 기도를 통해
우리 안에 있는 하느님 나라가 드러날 것임을 믿는 오늘입니다.
출처 : 농부 박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