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연의 아침엽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

그린빌나 2006. 4. 11. 10:07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E. F. 슈마허가 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현대 기술 문명 전반에 걸친 반성과 비판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책이다. 그는 시장 가치를 우선시하는 기존의 경제학을 ‘미치광이 경제주의’라고 혹독하게 비판하고 경제학의 목표와 방법을 전면 재수정하는 이른바 초경제학을 주창한다. 그것은 한 마디로 인간과 자연환경이라는 화두를 경제학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자연은 유한한데 유물주의(물질주의)는 무한한 성장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새로운 생산 방법과 소비 생활에 의한 새로운 생활 양식과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경제관은 ‘중간기술’ 이론으로 구체화된다. 거대 기업에 의한 대량 생산 기술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화석 연료와 같은 자원을 낭비하며 인간성을 파괴한다. 그러므로 생태학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고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지 않는, 대중에 의한 소규모 생산 기술로 생활의 영속성을 유지하는 중간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슈마허는 현대인이 자기 억제의 원리를 상실한 까닭으로 두 가지를 든다. 그것은 바로 탐욕과 질투심. 탐욕과 질투심을 버리고 작은 것 속에 깃들여 있는 예지를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치품을 필수품이 되지 않도록 하며, 필수품의 수를 줄이거나 질을 간소화시키도록 하자”는 그의 제안은 간명하지만 우리가 경청할 만하다.

 

- 안도현의 아침엽서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