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야기

데킬라

그린빌나 2006. 4. 11. 12:19

- 데킬라의 이해

데킬라의 원산지는 멕시코의 중앙 고원지대에 위치한 제2의 도시인 라다하라 교외에 데킬라라는 마을이 있으며 여기서 멕시코 인디언들에 의해 창안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멕시코의 여러 곳에서 유사한 증류수를 생산하는데 이를 메즈칼(Mezcal)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메즈칼 중에서 데킬라 마을에서 생산되는 것만을 데킬라라고 부르며 어원도 이 마을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데킬라의 원료는 용설란이라는 2∼3m 크기의 선인장의 일종으로 멕시코 서부 하리코스주 일대를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7∼10년이면 완전히 성장한다. 일반적으로 8년생 전후의 것을 채취하여 수액을 짜낸다. 과육에 함유된 전분을 먼저 발효시켜 소위 플케라고 부르는 양조주를 만든다. 이것은 알코올도수 3%정도의 것으로 멕시코인들은 이 플케를 맥주 마시듯 즐긴다.


데킬라는 이 플케를 단식 증류기로 증류시킨 후 2년 이상 오크 통속에서 숙성시킨 것이다. 종류에 의해 알코올도수는 40∼50%호 상승시키며, 완전히 숙성된 데킬라는 엷은 황금색마저 띠고 있어 매우 고급스러워 보인다.


멕시코 올림픽으로 유명해진 멕시코의 심볼마크에 '태양의 돌'이 있다. 수도 멕시코 시티의 국립 인류 박물관에 있는 이 원반의 돌은 직경 3.6m에 무게 25t인 거대한 것으로, 14세기 멕시코 고원에 대제국을 건설한 아즈텍족의 달력인 동시에 성서이기도 하다. 이 원반의 중심에 있는 것은 나이프와 같이 혀를 내민 태양이며, 이 태양은 하늘의 지배자이자 대지의 지배자이기도 하다. 공간도 시간도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태양의 은총으로 만물이 존재하는 것이다.

아즈텍족의 주신(酒神)인 데스카트리포카는 적의 신 케차루크 아쿠루를 추방한 후 스스로 태양이 되었다고 한다. 그후 데스카트리포카의 대신이던 토라로쿠토와 차루츄토리쿠에도 태양이 되었고 달이 되었던 토리로쿠의 아들과 함께 인간을 지배해왔다고 한다. 이처럼 멕시코에 있어서 태양은 우주의 원리, 생명의 원리이며 또한 죽음의 원리였다.

멕시코에서 소비되는 데킬라는 저장성숙 시키지 않으며 80∼86 Proof에서 병에 넣어 시판된다. 몇몇 생산 업자들은 미국에서 수입되는 흰 참나무를 잘 말려 만든 50가롱 정도의 참나무통에 넣어서 저장(Aging) 성숙시킨다. 이 저장에서 데킬라는 황갈색이 되며 맛이 보다 순해지며 향기롭게 된다. 1년 묵은 것은 'Anejo'라고 표기를 갖고 있으며 멕시코의 풍습으로는 왕소금을 핥으면서 스트레이트로 즐겨 마시며 여러 가지 칵테일의 베이스로도 이용된다.

 

- 데킬라를 마시는 요령

 

멕시코의 우기에는 범람해서 대하를 이루지만 건조기가 되면 물이 바싹 줄어 기마로도 건널 수 없는 강이 하나 있다. 서부에서 나쁜 짓을 저지른 숱한 무법자들이 미국의 법망을 피하여 강을 건너 '멕시코'로 피신한다는 이야기는 서부영화의 기본 틀 중의 하나다. 그 강 이름이 바로 '리오 그란테'이다. 이 강을 건네는데 성공하여 안도의 숨을 내 쉰 무법자들은 우선 주막에 들어 술 한잔을 들이킨다. 대개의 경우 데킬라는 멕시코 토속주이다. 병째로 나팔을 분 그들은 오만상을 찌푸리고 소금 한줌을 입 속에 털어 넣는 것은 그만큼 술이 역겨운 탓이리라.


멕시코 수도의 골목 바에서 목격하기도 했겠지만 그들은 소금을 입 속에 털어 넣는 데에도 나름대로의 기묘한 습관이 있다. 우리 같으면 소금을 손가락으로 집어 입 속으로 털어 넣을텐데 그들은 소금을 일단 오른손 등에 얹었다가 다시 이것을 혀끝으로 핥는 것이다. 데킬라의 고약한 그 맛은 소금만을 가지고는 목구멍을 넘기길 거부하는 것일까?


소금을 머금은 그들은 다시 레몬 한 개를 통째로 쥐어짜서 입안에 떨어뜨리고 난 후에야 비위가 가라않는지, 데킬라를 마시는 멕시코인은 누구나 다시 그 일을 되풀이한다. 그 외 이유는 멕시코가 열대 지방인 관계로 건조하여 염분을 보충하고 신맛의 과즙을 섭취하기 위한 것이다.

 

데킬라를 마시는 방법을 알고 보면 왜 데킬라가 파격과 정열의 술인지가 잘 나타난다. 원기회복, 콜레스테롤 제거, 원기에도 좋다고 알려진 술잔에 산 벌레를 담아 그대로 마시기도 하고, 바텐더가 손님의 입안에 술을 따라준 뒤 손님의 머리를 통째로 흔들어 주는 기상천외한 서비스를 베풀기도 한다.

데킬라의 종류는 투명한 색상으로 칵테일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되는 불랑코, 오크통에서 3년 정도 숙성시켜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황금빛의 아세호세, 오크통 속에서 7년 정도 숙성시킨 부드럽고 향기로은 레스테드(골드)의 세가지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데킬라 붐이 불면서 호세 쿠엘보 등 멕시코 원산 데킬라가 수입 시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