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 소주의 뿌리를 찾아서
소주는 양조주를 증류하여 이슬처럼 받아내는 술이라 하여 노주(露酒)라고도 하며 그밖에도 화주(火酒), 한주(汗酒), 백주(白酒), 기주(氣酒) 등의 별칭이 있다.
소주의 '주' 자(字)는 보통 '주(酎)'라는 한자로 쓰며 중국의 고서에는 '주(酒)'라고도 많이 쓰여지고 있다. '주(酒)'는 세 번 고아서 증류한 술이라는 것이 본뜻이다. 소주라는 말은 물론 한자어로서 우리 나라의 고유어에는 이에 해당되는 말이 없는 듯하다. 증류주를 뜻하는 말로 아라비아의 '아락'(Arag), 만주어의 '아얼키'(亞兒吉), 몽고어의 '아라키'(亞利吉), 범어(梵語)의 '아믈타'(Amrta) 등이 있다.
중국의 본초강목(本草綱目)을 보면, 소주는 겨우 원나라 시대(1271∼1368년)부터 제조된 것으로 나온다. 우리나라의 평북 지방에서 산삼을 캐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은어에 술이나 소주를 '아랑주'라고 하는 말이 있으며, 개성에서는 소주를 '아락주'라고 한다. 또한 우리말 대사전에 보면 그 어원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아랑주를 질이 낮은 소주라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말의 아랑주니 아락주니 하는 것은 고유어가 아니라 증류주의 발생과 관련하여 붙여진 외래어라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소주의 음용기원에 관하여 상식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시기로는 고려시대 혹은 고려말기로 보아왔을 뿐이다. 이러한 기원의 문제를 놓고 정확한 소주 도입시한에 대하여는 아직도 밝혀졌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 있으며, 다만 그 시기가 고려후기로 집약되어 왔다. 또한 도입경로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고려후기 이래 원나라와 국교 관계로부터 원나라에서 직접 도입되었다는 일반론이 지배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주류가 도래한 시기를 밝혀주고 있는 문헌으로는 이규경(李圭景)이 쓴 오주연문(五注衍文)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我東亦有二次重燒者 曰還燒 酒名 曰甘經露 一次 燒者 名曰 燒酎 或曰 露酒 自高麗始也한 바 있다. 이를테면 고려시대 이래 소주류의 음용이 있었다는 것을 말한 것이며, 또한 소주류 주종 가운데는 감홍로라 하는 주품과 노주, 홍로 등으로 불려진 소주류가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바 있다. 소주라는 이름 외에도 아라길주라는 명칭이 통용되어 왔었고, 이들 술들이 이미 고려시대이래 전해지고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하여 주고 있다.
그러나 고려 500년을 통하여 정확한 도입시한이 어느 때인지를 밝혀 주지는 못 하고 있다. 이러한 시한문제와 관련하여 최근에 와서 도입시기와 관련된 문제에 언급한 것으로는 김두종(金斗鍾)한 문헌에서 밝힌바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언급된 도입시기와 관련된 추정근거는 사실에 있어서 최남선이 이보다 앞서 이미 발표한 근거와 일치하고 있다.
이렇듯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소주는 조선조까지는 사치스런 고급주로 분류되어 있었다.
소주는 근대에 이르러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일제시대인 1916년에는 전국에 2만8천4백4개소의 양조장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마침내 바다나 혹은 육지를 통해서 한반도에 들어온 소주는 다시 동쪽으로 기세를 뻗쳐 일본 열도에 상륙하게 된다.
증류주가 서아시아에서 극동 지방에까지 퍼지는 데는 마치 술꾼이 먼길을 걸어오듯 4,0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걸린 셈이다.
- 소주의 종류
소주는 크게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 주세법에서는 각각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 증류식 소주 : 백미(白米)를 제외한 전분(澱粉)을 함유하는 물료 또는 과실을 제외한
당분을 함유하는 물료나 주백(酒柏), 국(麴)과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켜
증류(재증류하는 것을 포함한다)한 것.
* 희석식 소주 : 주정을 물로 희석한 것, 또는 이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물료를 첨가한 것.
현재 국내에서는 특정의 전통 민속주 외에는 희석식 소주만이 제조되고
있는데, 증류식 소주는 고래로 전해오는 것으로서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의 전통 민속주가 있다.
① 일반소주(멥쌀소주)
백미(白米)를 원료로 발효시켜 증류한 소주를 말한다. 다시 말해 청주를 증류시켜
만든 술이 멥쌀소주로서 화력(火力)에 따라 주질이 달라진다. 즉 불을 강하게 하면
양은 많이 나오나 탄내가 나며 불을 약하게 하면 양이 덜 나온다.
② 찹쌀소주
찹쌀을 원료로 하여 제조한 소주로 밑술을 담글 때 찹쌀과 멥쌀을 혼용하고 덧밥은
찹쌀만으로 얹어 제조하는 것과, 밑술과 덧술 모두 찹쌀만으로 제조하는 것의
두 종류가 있다.
③ 보리소주
국은 백미로 제조하고 국량(麴量)의 10배에 해당되는 가을보리를 쪄서 함께 섞은 뒤
제조한 술을 증류하여 만든 소주를 말한다. 술덧 제조 3일후에 일정량의 백미로 죽을
쑤어 술덧에 첨가한 후 발효를 계속시키게 된다.
④ 밀소주
참밀을 원료로 하여 술덧을 재성한 뒤 고아서 만든 소주이다.
⑤ 노주(露酒)
밑술을 고아서 이슬같이 받아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조선조 중기이래 널리
알려진 소주이다.
멥쌀과 찹쌀을 원료로 하여 밑술을 만들고 여기에 멥쌀과 찹쌀을 혼합, 약주의 처방과
같이 이단담금을 한 뒤에 보리짚 등으로 적당히 불을 때 고아낸 술이다. 불의 세기와
냉각수의 조절에 따라 술맛이 크게 다른 것이 특징이다.
⑥ 삼해주(三亥酒)
조선조 중엽 소주의 대명사로 알려질 정도로 성행했던 소주이다.
삼해주란 원래 청주의 이름으로 정월 해일(亥日)에만 담가 먹었던 것이나
이것이 차차 바뀌어 해일이면 언제든 담가 먹게 되었으며, 이것을 고아 소주를
제조하게 된 것이다.
⑦ 적성소주
멥쌀로 밑술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만든 덧밥을 첨가하여 발효, 증류한 소중이다.
⑧ 약소주류(藥燒酎類)
일반 소주를 가공하여 약용을 목적으로 특별히 제조된 것을 약소주라 한다. 약소주에는
소주를 다시 여러번 고아 약재와 함께 제조한 것과, 소주에 직접 약재를 넣어 고아 낸
것의 두 종류가 있다.
약소주는 조선조 이전부터 있었던 것 같으나 확실한 근거는 없으며 조선조 초기
이후의 문헌에서부터 찾아 볼 수 있다.
- 소주의 제조과정은?
① 증류식 소주
증류식 소주의 제조는 그 방법이 고려시대에 비롯되어 조선조를 지나는 동안 조금 변화되기는 했으나, 양조과정이나 증류방법에 있어 특별한 변화 발전은 없었다.
이 당시에는 주로 가정에서 제조되었기 때문에 술과 시루 그리고 솥뚜껑 따위가 이용되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졌으며,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고리'라는 증류기를 사용했다.
② 희석식 소주
희석식 소주는 보리, 고구마 등의 전분질 원료를 발효시켜 다단식 연속증류의 방법으로 만든 가장 순수한 주정에 법률로 허가된 물료(物料)만을 첨가하여 조미(調味) 배합된 것으로 과음시 부작용이 가장 적고 우리 입맛에 가장 잘맞는 술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주류 음료이다.
희석이라는 말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주정에 물을 섞어 도수를 낮춘다는 말로 모든 증류주는 희석공정을 다 거치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희석식소주는 화학적 합석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뿐 아니라 식자층에서도 더러는 '소주는 화학주다'라고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소주의 규격은 20도, 25도, 30도가 있으나(수출주는 예외임) 25도가 가장 보편적이다. 소주는 무색, 무취한 주정음료를 지향하고 있으나 약간의 감미가 느껴지게 만들어지고 있다. 즉 감미지향[(Sweet Type, 甘口(아마구찌)]의 제품이 호평을 받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주에도 색을 내거나 도수에 있어서도 약한 술이 제조시판되고 있다.
- 소주맛의 3요소는?
소주의 참맛은 원료인 주정과 물 그리고 첨가물의 품질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물은 소주의 75%를 차지한다. 소주의 맛을 내는데 물은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따라서 주조 회사들은 좋은 물을 확보하려고 노려하고 있다.
물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주정이다. 주정은 정제 주정과 곡물 주정이 있다. 첨가물은 소주회사마다 갖고 있는 숨겨진 노하우이다. 따라서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으나 감미료와 산미료등의 첨가물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주를 마셨을 때 머리를 아프게 하는 물질은 퓨젤 오일과 메탄올·알데히드 등의 화학성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