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모음

블로그 제목달기

그린빌나 2006. 6. 13. 09:13

1. 독자의 관심을 생각하라

글쓰기 그리고 말하기는 '나'의 발동이다. 그러기에 얼른 나를 말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나의 관심, 나의 생각을 말하고 싶다 하더라도, 우선 독자의 관심과 생각에 착 달라붙어라. 소통의 제 1 원칙은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독자들이 뭘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을 보이는지에 예민하라. 독자를 실감나게 하라. 어? 내 얘기네? 하고 말이다. 아니면 독자의 희망이나 애호(愛好)를 건드려라. 오! 나도 그랬으면!하고 생각하도록 말이다.

 

2. 살짝만 보여주라

제목은 유혹하는 행위이다. 선정성은 배격되어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채택되어야할 전략이기도 하다. 물론, 선정성 만으로 승부를 걸 수는 없다. 선정성은 지적인 세련으로 잘 조절되어야 한다. 선정성의 기본 원리는 '살짝 보여준 뒤 달아나는 것'이다. 이른 바 보여줄 듯 말 듯이다. 선정성 전략은 여자에게서 배워라. '여성의 치마 끝자락'은 바로 유혹과 매력의 원리를 100% 터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감추면서 슬쩍 그 부분을 강조하기. 이것이 고단수의 선정성이다.

 

3. 뻥 튀기 효과는 강하지만 다음에 팔아먹을 때 곤란해진다

내용은 좀 약하더라도 이른 바 '초'를 치는 제목을 달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일단 손님을 끄는 제목을 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충동은 가급적 자제하는 게 좋다. 이 전략은 매체의 기본적으로 매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결과적으로, 독자가 매체에 접근하지 않거나 접근하더라도 제목을 이미 '디스카운트'해서 읽게 된다. 제목과 내용은 일치해야 한다. 내용의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뽑아내느냐로 '매력'을 창출해야 한다. 제목이 거짓말이거나, 속임수여서는 안된다. 한번 재미보고 영원히 신용불량자가 되는 꼴이 난다.

 

4. 제목은 의미 외에 태도와 인간 품격까지 보여주는 것이다

이른바 말투라는 게 있다. 인간은 상대방의 말투로 상대방을 평가하기까지 한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말하느냐도 중요하다. 제목은 한 마디로 기억되는 것이니까, 한 마디로 그 발화자를 평가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말에 재미를 불어넣으려다가 저속하고 가벼운 인간이 되는 경우도 있다. 또 호들갑스러워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지적 깊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때로는 밋밋해 보이는 제목에 신뢰감이 담길 수도 있다. 짧고 소박한 제목이 과묵하고 정직해 보일 수도 있다. 그렇게 인간성이 흘러나오는 제목이, 독자를 붙잡을 때가 많다.

 

5. 쉬운 제목이 반드시 잘 팔리는 건 아니다

물론 쉬운 제목으로 눈길을 붙잡는 전략이 기본이다. 쉽고 간명한 제목이 강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는 희한하다. 어려운 제목에도 눈길이 갈 때가 있다. 나는 이걸 '지적 허영심'의 코드라고 생각한다. 허영심이라고 해서 언짢을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이 현학 심리가 숨겨져 있다. 그러나 너무 어려우면 안된다. 약간 알거나, 알고싶은 충동이 생기는 정도의 어려움이어야 한다. 이른바 '난해함'의 유혹이다. 지적 우월감을 부추기는 제목. 블로그에도 먹힐 때가 많다.

 

6. 말맛이 좋으면 인간은 부나비처럼 달려든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개그맨이다. PUN은 비문법도 용납하고 약간의 어설픈 논리도 다 이해해 버린다. 말이 재미있으면 그 안의 내용까지도 신뢰해버린다. 재치있는 말에는 주술성이 살아있다. '발없는 말이 천리 간다'에는 言과 馬가 자연스럽게 중복되어 더없는 진리처럼 느껴지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유행어나 속어, 그리고 이상한 말에는 모든 인간을 아이처럼 즐거워지게 하는 마약이 들어 있다. 블로거들은 특히 말장난을 좋아한다. 말은 곧 진부해진다. 진부함을 타개하려는 이지적인 모색과 노력이 바로 말장난이다.

 

7. 제목은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음을 암시해야 한다

이 글의 제목처럼 10가지 무엇무엇, 7가지 무엇무엇,이라고 제목을 달면 클릭수가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왜 그럴까. 그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정리된 것이 '알찬 지식'이며 그것을 얼른 습득하는 것이 정보의 우위에 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른 바 냉장고에 붙여놓고 생활의 '엑기스'로 삼고싶은 지식, 그것에 대한 갈망은 강렬하다.

 

8. 인간은 천성적으로 삐딱이다

세상의 주도적인 의견에 줏대없이 동의하는 게 싫은 게 사람마음이다. 또는 교과서에 나오는 보편적인 생각들을 주워삼키며 사는 일이 매력적인 건 아니다. 제목은 그 마음을 건드릴 필요가 있다. 삐딱한 마음을 효과적으로 건드리면 관심이 폭발할 수 밖에 없다. 남의 나쁜 일, 잘못된 일, 흥분이 섞인 비판들, 놀라운 폭로...이런 건 잘 먹힌다. 이 네거티브 전략은 '한 방'을 노릴 때만 써야 한다. 자주 쓰면 인간성과 결부된다. 그리고 그 삐딱함이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에 대한 치밀한 사전점검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9. 독자는 모름지기 자기 실속을 추구한다

독자는 글을 읽어주러 나온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저 사람 글이니까 읽어줘야지, 한다면 건성으로 읽기 딱 좋다. 독자가 건질 게 있어야 한다. 제목은 그걸 암시해야 한다. 글쓰는 사람의 자랑을 듣고 박수를 쳐주기를 원해서는 안된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글에 '비판'의 여지를 남겨 독자가 삿대질을 하면서 후련해질 수 있는 것이 낫다. 독자에게 효용을 줘라. 이 말 대로 하면 나도 뭔가 도움이 되겠구나. 이 친구 글을 읽으면 나도 좀 업그레이드 되겠구나. 제목은 그런 암시를 풍겨야 한다.

 

10. 제목은 그 사람이다

결국 제목을 다는 스타일은 독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전달된다. 그 이미지가 쌓이면 글쓰는 사람의 정체성이 된다. 아하, 이런 제목은 그 사람 스타일이야. 이런 등식이 생겨난다. 이 등식이 매력적이면 그 제목은 성공한 것이겠지만, 읽지 않아도 따분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면, 얼른 제목 스타일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 빈섬 스타일의 제목은 어떤가. 누가 귀띔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