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연의 아침엽서

첫사랑에 대하여

그린빌나 2006. 6. 26. 16:06
나는 나의 첫사랑을 모른다.

그게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냐고 의아해할 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 속에 단 한 폭의 그림으로 저장되어 있는, 유일무이한, 딱히 첫사랑이라고 정의할 만한 사랑을 나는 모른다.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라는 말을 내가 깊이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다. 그 말은 이 세상의 어떤 잠언보다도 아름다운 게 사실이지만, 대체로 바람둥이들의 자기 변명을 위한 허사로 쓰이기 일쑤여서 엄격하고 안전한 사랑을 꿈꾸는 이들의 귀에는 매우 불온하게 들릴 수도 있다.

두려움과 두려움으로 인한 가슴 두근거림이 없는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고, 더구나 첫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라는 말을 이렇게 바꾸려고 한다.

당신의 가슴이 두근거리면, 언제 어느 때든 그게 바로 첫사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