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개방과 경쟁으로 "공직사회의 새로운 도전"
그린빌나
2006. 6. 27. 11:03
동종교배 깨고 ‘개방과 경쟁’으로 | ||||||||||||
[고위공무원단 출범 ②] 선발위원 50% 민간에 위촉 ‘무늬만 개방’ 막아 | ||||||||||||
”지방행정 분야에서만 20여 년을 근무했기 때문에 예산, 재정,
균형발전업무는 생소했습니다. 처음엔 막연한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 했는데 이제 귀중한 경험과 인연, 소중한 추억을 안고 돌아갑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보낸 1년이 제 평생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기획예산처에서 1년간 균형발전재정기획관으로 근무하다 최근 ‘친정’인 행정자치부로 복귀한 박재영 국장이 기획처 직원들에게 남긴 편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박 국장이 편지에 썼듯이 ‘남의 부처’에서의 1년 근무는 “부처 이기주의나 지역 편협적 관점이 아니라 국가 전체적 관점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귀중한 기회였다. 기획처 근무경험을 살려 현재 행자부에서 균형발전지원관의 중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박 국장의 사례는 부처 간 교류의 순기능을 잘 보여준다. 중앙인사위원회가 고위공무원단제도 도입에 앞서 시범적으로 운영해온 부처 간 국장급인사교류 프로그램은 공직사회의 동종교배와 순혈주의 관행을 허물기 위한 시도다. 7월 고위공무원단 출범과 함께 이러한 노력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것이다. 고위공무원단제도의 핵심 키워드는 ‘개방과 경쟁’이다. 고인 물이 썩듯이 외부에 담을 쌓은 조직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뽑을 땐 1류였던 공무원들이 왜 시간이 지나면 3류로 전락하는가. 공공부문의 국제경쟁지수는 왜 항상 밑바닥인가. 민간기업과의 격차는 왜 갈수록 벌어질까. 공무원 하면 왜 항상 ‘무사안일’ ‘보신주의’ ‘복지부동’ 같은 꼬리표가 따라다닐까. 고위공무원단은 ‘개방과 경쟁’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고위공무원단에 속한 직위의 절반은 외부개방이 원칙이다. 전체 직위의 30%는 부처 간 경쟁을 통해 적임자를 찾는 공모직위로, 20%는 민관(民官)이 함께 경쟁하는 개방형직위로 문호가 열린다. 공직 내부와 외부를 막론하고 새로운 피를 수혈하겠다는 것이다. 7월 이후 외부에 빗장을 여는 고위공무원단 직위는 공모직위 196개, 개방형직위 162개를 합해 총 358개. 대부분 해당부처 공무원들이 전보나 승진 등을 통해 관행적으로 독차지해온 자리들이다.
직위 선정을 위한 부처협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으나 최종 확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일선 부처들의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읽힌다. 개방형직위의 경우만 해도 민간인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직위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기존 공무원들을 위한 ‘무늬만 개방’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본부장,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 기획예산처 민간투자기획관, 문화관광부 관광레저도시추진기획단장,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 등 민간 전문가 풀(Pool)이 풍부한 분야에서 민관(民官)의 경쟁이 뜨거울 전망이다. 선발절차만 봐도 자체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형식적 공모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개방형직위는 선발시험위원의 2분의 1 이상을 민간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장도 민간위원 중에서 위촉해야 한다. 공모직위 역시 선발심사위원의 2분의 1 이상을 다른 부처 공무원과 민간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정부 리더집단에 대한 개방은 건국 이래 부처별 칸막이와 순혈주의의 폐쇄성에 갇혀 있던 공직사회가 건강과 활력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다. 부처의 벽을 뛰어넘는 인사관리는 밀실인사와 할거주의 행정문화를 건강하게 바꿔놓을 것이다. 범정부적 통합시야를 배양한 리더들이 늘어나면 우리 정부의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 석상에서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도입해 동종교배인사를 극복하지 않으면 공무원 조직은 침체하고 경쟁력을 상실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근친 간 짝짓기, 동종교배로는 도저히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고위공무원단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공직사회에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
자기들만의 ‘밥그릇 지키기’
[조선일보 박중현기자]
정부 부처들이 이달부터 민간인 또는 타 부처 공무원들에게 개방해야 하는 고위직(기존 1~3급) 자리 40개를 지난달 내부 인사들로 서둘러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외부에 개방키로 한 자리 358개의 11.2%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공무원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위직 1305개 중 358개를 외부 개방키로 한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시작부터 무력화되고 있다.
◆개방 밝힌 뒤 내부인사 기용
‘1~3급 계급 없애기’와 ‘고위직 외부 개방’을 양대 축으로 하는 고위공무원단제도 시행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국세청은 고위직 인사를 했다. 감사관·부동산납세관리국장 등 8개 자리에 내부 인사를 앉힌 것이다. 이틀만 지나면 외부에 개방해야 하는 자리들이다.
재정경제부도 같은 날 인사를 했다. 이틀 뒤 타 부처에 개방하는 조세정책국장·지역특구단장에 내부 인사를 임명했다. 그 며칠 전에는 행정자치부·교육인적자원부·기획예산처·건설교통부·환경부·법무부·법제처·국가보훈처·방위사업청이 비슷한 인사를 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사의를 표명한 상태에서 이 인사안(案)에 서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부처들이 인사한 시기는 지난 6월 23일 이후다. 6월 23일은 이들이 ‘외부 개방 고위직’ 목록을 중앙인사위원회에 제출한 날이다. 같은 정부 부처인 중앙인사위에 공식 통보해 놓고 바로 내부 인사를 앉힌 것이다.
◆개방 조율 중 내부인사 임명
6월 23일 이전에도 각 부처들은 중앙인사위와 외부 개방 고위직 목록 결정을 위한 협의를 벌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개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자리에 내부 인사를 앉혔다. 산업자원부·문화관광부·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통일부·과학기술부·기상청 등이 그랬다.
이에 따라 7월부터 민간에 개방해야 하는 자리 162개 중 10개(6.2%), 타 부처에 개방해야 하는 자리 196개 중 30개(15.3%)가 내부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 부처들은 “업무 공백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중앙인사위를 거쳐 공모하면 1~2개월이나 걸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심 기분 나쁜 중앙인사위
고위공무원단제도 시행 주체인 중앙인사위는 겉으로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인사위 관계자는 “이달부터 비개방 자리에 결원이 생겨도 외부 개방 자리 간부를 그 자리로 옮겨놓고 외부 개방 자리는 공모로 채워야 하므로, 각 부처의 ‘꼼수 인사’는 몇 개월, 길어야 1년밖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감추지는 않는다. 중앙인사위의 요직인 인력개발국장을 공모직위로 정해 가장 먼저 모집공고를 내는 등 솔선수범했지만, 타 부처들이 ‘밥그릇 지키기’ 행태를 버리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표정이다.
정부 부처들이 이달부터 민간인 또는 타 부처 공무원들에게 개방해야 하는 고위직(기존 1~3급) 자리 40개를 지난달 내부 인사들로 서둘러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외부에 개방키로 한 자리 358개의 11.2%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공무원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위직 1305개 중 358개를 외부 개방키로 한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시작부터 무력화되고 있다.
◆개방 밝힌 뒤 내부인사 기용
‘1~3급 계급 없애기’와 ‘고위직 외부 개방’을 양대 축으로 하는 고위공무원단제도 시행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국세청은 고위직 인사를 했다. 감사관·부동산납세관리국장 등 8개 자리에 내부 인사를 앉힌 것이다. 이틀만 지나면 외부에 개방해야 하는 자리들이다.
재정경제부도 같은 날 인사를 했다. 이틀 뒤 타 부처에 개방하는 조세정책국장·지역특구단장에 내부 인사를 임명했다. 그 며칠 전에는 행정자치부·교육인적자원부·기획예산처·건설교통부·환경부·법무부·법제처·국가보훈처·방위사업청이 비슷한 인사를 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사의를 표명한 상태에서 이 인사안(案)에 서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부처들이 인사한 시기는 지난 6월 23일 이후다. 6월 23일은 이들이 ‘외부 개방 고위직’ 목록을 중앙인사위원회에 제출한 날이다. 같은 정부 부처인 중앙인사위에 공식 통보해 놓고 바로 내부 인사를 앉힌 것이다.
◆개방 조율 중 내부인사 임명
6월 23일 이전에도 각 부처들은 중앙인사위와 외부 개방 고위직 목록 결정을 위한 협의를 벌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개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자리에 내부 인사를 앉혔다. 산업자원부·문화관광부·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통일부·과학기술부·기상청 등이 그랬다.
이에 따라 7월부터 민간에 개방해야 하는 자리 162개 중 10개(6.2%), 타 부처에 개방해야 하는 자리 196개 중 30개(15.3%)가 내부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 부처들은 “업무 공백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중앙인사위를 거쳐 공모하면 1~2개월이나 걸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심 기분 나쁜 중앙인사위
고위공무원단제도 시행 주체인 중앙인사위는 겉으로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인사위 관계자는 “이달부터 비개방 자리에 결원이 생겨도 외부 개방 자리 간부를 그 자리로 옮겨놓고 외부 개방 자리는 공모로 채워야 하므로, 각 부처의 ‘꼼수 인사’는 몇 개월, 길어야 1년밖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감추지는 않는다. 중앙인사위의 요직인 인력개발국장을 공모직위로 정해 가장 먼저 모집공고를 내는 등 솔선수범했지만, 타 부처들이 ‘밥그릇 지키기’ 행태를 버리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표정이다.
(박중현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j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