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NAFTA 바로알기] 모두 NAFTA 탓? 그건 아니죠!!

그린빌나 2006. 7. 11. 17:14
[NAFTA 바로알기] 모두 NAFTA 탓? 그건 아니죠!!
10일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2차 본협상이 시작되면서 또 다시 근거 없는 구호와 무책임한 흠집내기가 넘쳐나고 있다. 대중매체가 만들어내는 감성에 치우친 영상들이 막연한 FTA 혐오증을 부추기고, 거리에 넘쳐나는 선동적인 슬로건들이 국민들의 냉철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 우리의 협상력을 폄하하는 온갖 주장이 쏟아지면서 냉엄한 통상외교의 전장에서 싸우는 우리 협상단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이번 2차 협상은 양측이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고, 향후 열리는 협상에서 어떤 카드로 대응해야 할 지 판단해야 하는 중요한 국면의 협상 테이블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FTA 협상 저지'를 내세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반대세력은 협상기간인 12일 대규모 반대시위를 예고해 놓고 있다.

국가정책이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를 달리할 수 있고 이번 한미FTA 협상에서도 일부 국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실시한 한미FTA 관련 여론조사에서 한미FTA를 해야 한다는 찬성의견(42.6%)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반대의견(45.4%)이 근소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한미FTA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3분의 2(66.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 국민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주도적인 개방과 경쟁을 통해 생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과 ‘한미FTA로 미국이라는 경제대국에 종속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라는 여론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막연한 FTA 혐오증을 부추기고 선동적인 슬로건들이 국민들의 냉철한 판단을 흐리게 하고 우리의 협상단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사실 한미FTA 협상은 내용면에서 당사자의 입장이 아니라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중적 영향력을 확보한 공중파 TV 등 대중매체들의 예단, 즉 사실관계 보다는 이데올로기적 전망과 세계관에 입각한 보도에 의해 국민들이 한미FTA의 실체적인 장단점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종훈 한미FTA협상단 수석대표는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라면 처음부터 타결이 안 될 것이고 우리 국민이 수용 못할 내용이라면 국회가 동의해 주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대표단은 그런 점을 깊이 인식하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협상의 상식적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한미FTA 저지론자들이 국민들에게 '감성적으로' 내세우는 논리 뒤에는 멕시코가 겪고 있는 도시와 농촌, 지역간 양극화의 원인이 모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때문이며 미국과의 FTA를 맺으면 우리도 똑같은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대미종속이론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MBC PD수첩은 이 같은 반대론자의 일방적인 시각을 균형감각 없이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본 많은 국민들이 마치 우리도 미국과 FTA를 맺으면 영상 속에 방영된 폐허가 된 멕시코의 농촌처럼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뇌리 속에 심어줬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민간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미디어팀조차도 PD수첩 방송보도 모니터 보고서에서  "잘못된 기준으로 FTA에 실패한 모델을 제시하고 정서에 호소하는 등 부정적 측면만 강조했다"는 논평을 냈다.

바른시민회의는  PD수첩 방송내용이 "편향성의 올가미를 벗어날 수 없었다"며  "수치상으로 확연한 멕시코 경제의 성장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몇 초간 보여주며 부작용에 대한 부분만 집요하게 파고들고 눈물 샘을 건드리는 빈민층들의 슬픈 인생 역정만 조명하면서 정서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FTA를 빈곤의 주범으로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바른시민사회는 이달초 방송된 KBS 스페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보도에 대해서도 "FTA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국민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전해 줄 것이라는 기대했으나 실망감만 던져줬다"며 "과장된 '암(暗)'에 가려서 '명(明)'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그 빛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 비평했다.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충격과 감동을 줬음에도 이 같은 논평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멕시코의 양극화 문제가 멕시코 사회에 이전부터 내재한 복합적인 현상임에도 모두 FTA 때문이라고 주장한 데 있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방송다큐멘터리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균형감각도, 객관적인 전문가들의 관점도 없으며, 단지 한미FTA를 반대하기 위한 ‘선동’만 있는 방송물이라는 혹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멕시코가 겪고 있는 오늘의 고민을 단지 나프타의 탓으로 돌리는 단순화의 오류로 시청자를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OECD 보고서는 멕시코의 양극화 문제에 대해 교육실패나 건강문제, 가정해체 등 국가사회적 요인이 복합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또 멕시코 정계나 학계, 산업계 내에서도 NAFTA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멕시코가 안고 있는 다양한 국내적인 문제의 원인을  "이게 다 FTA 탓이다"라는 식의 보도는 사실관계를 크게 벗어난 오보일 뿐만 아니라 이런 식의 편향된 시각으로는 세계의 변화를 제대로 읽을 수 없다.

멕시코의 정책 담당자들은 “나프타 이행 직후 멕시코에서 나타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불안정 등 각종 부정적 현상들이 한국에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비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 멕시코에서 대선 후보로 나섰던 좌파 오브라도르측의 헤수스 오르테가 마르티네스 선거대책위원장은 "‘나프타’가 멕시코에 '나쁘다'란 의미인가?"라는 한국 특파원의 질문에 "나프타를 체결한 것은 잘한 일이다, 피해가 큰 농산물 개방 부분 등에 대한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함께 이득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NAFTA→멕시코의 양극화'라는 도식화로 한미FTA를 반대하는 것은 협상의 미래를 차분히 따지는 것이라기 보다‘이념적 논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처한 작금의 현실에 대한 책임있는 대답이란 말인가.

한국 경제는 일본과 중국, 나아가 인도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을 위한 갈림길을 선택해야 한다. 중국의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전반적 산업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야 하고, 깨진 물독처럼 줄줄 새는 대일본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너른 시장 확보와 기술의 선진화가 절실하다.

경제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한미FTA를 기회로 활용하자는 것이 정부의 기본 구상이다. 감성적 여론몰이식 논쟁에 절체절명의 기회를 포기할 수 없다. 소모적 논쟁에 밀려 협상테이블의 분위기가 흐트려진다면 과연 누가 웃을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