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PD수첩은 누구를 취재했나?
그린빌나
2006. 7. 18. 10:24
PD수첩은 누구를 취재했나 | |||||||
멕시코 정책담당자들이 밝히는 ‘나프타 이후…’ | |||||||
지난 4일 MBC PD수첩은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 - 한미FTA'라는 기획물을 통해 멕시코의 지역간 격차, 농촌 공동화, 양극화 심화 등이 모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시청자들 중에는 PD수첩이 멕시코 현지를 직접 가서 취재해 보도했기 때문에 사실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PD수첩이 전체적인 사실을 전달하고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PD수첩이 한미FTA 반대의 논거로 제시한 나프타 이후의 멕시코와 캐나다 사회의 변화에 대해 명과 암을 제대로 분석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데올로기적 선입관이 농후한 짜맞추기식 보도를 하고 있는가? 방송 보도는 어떤 매체보다 공정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러나 국가적 중대사안을 보도한 PD수첩에서는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려는 합리적 고민도, 균형감각을 갖추려는 신중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자신들의 눈높이로 학습하고 이해한 것을 스스로 확신한 나머지 시청자들이 실체적 진실을 판단할 여지조차 없애 버렸다. 멕시코 현지에서 취재대상을 균형있게 선정했는지, 또 이것을 중립적으로 편집하고 보도하려고 노력했는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레안드로 아레야노 주한 멕시코 대사는 지난 14일 매일경제 칼럼에서 "방송에서 다룬 내용은 대부분 멕시코 일부에 해당되는 문제이거나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멕시코의 경제상황이 악화된 원인을 나프타 때문이라고 한 PD수첩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멕시코 현지의 책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국정브리핑>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직접 소속 연구원을 급파해 지난 5월22일부터 일주일간 멕시코 현지에서 4개 주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소개한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4개 주는 무역자유화 및 나프타로 제조업(마낄라도아)이 이익을 본 미국 접경지역인 바하칼리포르니아노르테(Baja California Norte)와 제조업이 타격을 받은 중남부 지역(멕시코시티 공업벨트, 과거 수입대체산업)인 과나후아토(Guanajuato) 주. 농업부문에서 신선채소류 수출 등으로 이익을 본 북부지역인 시날로아(Sinaloa) 주와 농업에 큰 타격을 받은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는 치아파스(CHIAPAS) 주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주 정부 정책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멕시코의 경제에 대한 분석 및 평가에 대한 답변이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감안해 수용할 필요가 있음을 알린다. 각 문항에 대한 답변은 설문조사 대상자들의 응답을 조합, 구성한 것이다.
문> 나프타 이후 경제는 어떻게 바뀌었나? 답> 바하칼리포르니아노르테= 옥수수, 설탕, 곡물, 수송산업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매우 민감한 사항들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장기간의 보호주의정책에 안주했던 많은 멕시코 기업들이 나프타 직후 도산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선진기술 도입, 비용절감 등을 통해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웠다. 나프타 이행이 1995년 경제위기를 조기 극복하는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 과나후아토=나프타 이전 이곳은 시장개방과 동시에 기존의 보호주의 아래 안주했던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개방정책의 희생지역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GM과 같은 자동차 관련 산업 및 다국적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최근 10년간 경제성장률은 평균적으로 국가전체보다 높고 고용증가율도 연간 1만 5,000명 정도로 높다. 개인적으로 교역, 투자, 고용 등의 측면에서 멕시코 경제에 대한 시장개방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력 향상, 고용증가, 성장률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점을 인식할 필요는 있다. 시날로아=1차 상품의 수출잠재력이 높은 주인데, 전적으로 FTA 효과는 아니지만 수출 농산물 대부분이 미국(특히 캘리포니아)으로 연간 8억 달러에 달하는 농산물(채소류 905종)이 수출되고 있다. 멕시코에 있어 시장개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올해 멕시코의 경제규모(세계 10위), 교역(세계 8위, 중남미 1위) 등의 경제적 성과를 감안할 경우 시장개방정책은 지속돼야 한다. 치아파스=나프타로 북미시장 진출 가능성이 열렸지만, 엄격한 위생검역기준과 같은 장벽과 중·북부지역 주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송비용 등은 수출증가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그러나 최근 중남미 지역, 유럽 등과의 FTA 발효로 치아파스 농산물 수출 기회는 증가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치아파스 경제의 변화는 FTA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
문> 1994년 이후 일부에서 나타난 멕시코 경제상황 악화의 주요 원인은? 답> 각주 정책담당자들은 1985년 이후 자유무역화, 특히 1994년 이후 나프타가 최근 멕시코 경제 성장 둔화의 원인이라는 견해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경제악화의 주요원인 세가지를 선택하라는 요구에 각 주별 정책담당자들은 6개 요소 중 '나프타 이행'은 꼽지 않음) 바하칼리포르니아노르테=FTA 영향이라기보다는 경제정책의 부재에 원인이 있다. 지난 5년 6개월간(폭스 대통령 재임기간) 구조개혁정책 실종에 따른 대표적인 경제적인 비용은 고용을 창출하지 못했다. 과나후아토=FTA가 최근 멕시코 경제성장 둔화의 주요 요인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록 FTA 성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프타의 주된 성과가 출범 초기보다는 현재 줄어드는 한계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시날로아=FTA 영향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나프타로 미국과의 경제관계가 더욱 긴밀해진 결과 나타난 경기침체였기 때문에 한 원인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역자유화의 결과라고 보지는 않는다. 치아파스=2001년 이후 나타난 경제성장 둔화는 무역자유화보다는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이며, 오히려 경제위기를 당하거나 위기 직전까지 내몰린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비하면 안정적이었다. 문> 임금 및 실질소득 악화, 산업간 및 지역간 양극화 심화가 전적으로 나프타만의 영향인가? 답> 각 주 정책담당자들은 이에 대해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FTA를 비롯한 무역자유화 정책이 임금 및 실질소득 악화, 산업간 및 지역간 양극화 전개에 부분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평가했다. 바하칼리포르니아노르테=지역간 양극화 및 그에 따른 빈곤 등 사회문제들이 심화되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FTA를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 또 지역간 농업발전 격차는 FTA보다는 토지소유제도, 영농방법, 작물 등 전통적인 농업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나후아토=현재 양극화의 희생자로 인식되는 부분은 FTA가 아니었더라도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희생자가 됐을 것이다. 옥수수 등 생계농의 경우 지원정책 등과 관계없이 생존이 불가능했을 것이며, 과나후아토의 경우 브로콜리 등 수출가능 품목을 생산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시날로아=무역자유화를 추진하지 않았더라도 비경쟁적인 부문은 자연적으로 도태됐을 것이라는 일각의 의견을 수용한다. 단지 세계화의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정치, 경제, 사회적 방안들이 수립, 시행돼야 할 것이다. 한편에서 주장하는 세계화에의 역행은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아니며, 멕시코의 자유화 정책은 지속돼야 한다. 치아파스=이곳은 나프타 발효와 동시에 농민들이 중심이 된 무장봉기가 발생하여 대외적으로는 최악의 농촌사회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최근에는 농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고 개선된 사회간접시설과의 연계를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하면서 비대칭성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무역자유화의 긍정적 측면인 무역과 투자확대가 확산되는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문> 나프타 이행 직후 멕시코에서 나타난 각종 부정적 현상들이 한국에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나? 답> 바하칼리포르니아노르테=미국과의 FTA 협상 시점을 비교할 경우 멕시코보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여건이 더 성숙된 것으로 판단된다. 나프타의 각종 부정적 현상들이 한국에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은 비합리적이다. 오히려 공식협상이 개시됐다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협상에서 최대의 결과를 획득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과나후아토=한국이 미국과의 FTA체결 이후 멕시코와 유사한 변화, 특히 경제위기 등 부정적 측면에서 경제난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1995~96년 멕시코의 경제난은 FTA가 아니라 다른 원인에 기인한 것이며, 특히 연방정부의 무능과 금융체제의 취약성 등이 경제위기의 원인이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날로아=경제위기 혹은 경제난과 FTA 체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치아파스=경제, 정치, 사회적인 측면에서 한국은 멕시코와 많은 차이가 있는데, 미국과 FTA체결로 한국이 멕시코와 동일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은 무의미하고 근거도 취약하다. 따라서 부확실한 전망으로 미래를 예측하는데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기 보다는 멕시코의 사례분석이 가치가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FTA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협상과정에서 적극 통과시키는데 전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 한미 FTA 협상에 대해 권고사항이 있다면. 답> (4개 주 답변 종합)FTA 협상과 관련해 각계 각층 의견수렴의 중요성과 최대 이익을 얻기 위한 협상노력이 중요하며, 선진국과의 FTA로 개도국 경제가 겪을 수 있는 각종 문제들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지역균형개발정책과 중소기업지원정책, 사회안전망 프로그램 등 FTA 이행과정에서의 생길수 있는 피해부문 지원을 위한 효율적인 정책시행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선경철(kcsun@news.go.kr) | 등록일 : 2006.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