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마약 밀반입 일반인 피해 속출

그린빌나 2006. 8. 8. 09:28
광고
아주 급한 샘플인데, 인천공항 까지만 운반해주시겠어요?
본격 바캉스 시즌이 시작된 지난 7월말 동남아의 한 공항 여객터미널. 여행을 마치고 귀국길을 서두르던 직장인 A씨는 느닷없는 부탁을 하나 받았다.
발권을 마치고 창구를 돌아서려던 그에게 교포 사업가인데 부탁이 있다 며 40대 초반의 사내가 접근해왔던 것. 이 남자는 간단한 샘플 하나만 운반해달라 며 슬쩍 사례비도 끼워넣었다.
사내는 인천공항 입국장에 사 피켓을 들고 마중 나와 있을 직원에게 전해 주기만 하면 된다 며 재차 간청했다.
A씨는 외국에서 고생하는 동포 사업가를 위해 이 정도 부탁도 못들어준다는 것은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에 선뜻 승낙 했다.
무심코 물건을 건네받은 그는 기내에서 사내가 적어준 쪽지를 읽어 보며 차질 없는 배달 을 다짐했다.
문제는 인천공항에서 발생했다. 세관 직원으로부터 휴대품을 정밀 검사해야 겠다 는 뜻밖의 상황에 맞닥뜨린 것.
그간 출장, 여행 등으로 수차례 외국을 드나들었지만 관세 규정 까지 엄격하게 지켜오던 그 였기에 어리둥절했다.
입국 전 공항에서 심부름 의뢰를 받았던 샘플 이 문제였다.
마약을 휴대하셨네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당장은 영락없는 마약밀수범이 되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약 운반책이 돼버린 A씨가 누명을 벗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소명의 시간이 필요 했다.
여름 휴가객으로 피크를 이루고 있는 인천공항에서 요즘 드물게나마 볼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풍경 중 하나이다.
이와 같은 사례에 세관측은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인천공항 세관 조규생 마약조사과장은 해외에서 낯선 사람이 국내에 있는 사람에게 줄 선물이라며 전달해 줄 것을 부탁하는 경우 밀수품이나 마약이 들어 있을 위험성이 많다 며 불가피하게 청을 들어주게 된 경우라면 반드시 세관에 먼저 신고해 휴대품 검사를 받아 줄 것 을 강조했다.
본격 여름 휴가철을 맞아 최근 인천공항 세관에는 마약밀수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만 인천공항을 통해 마약을 밀수하다 적발된 건수는 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나 늘었다. 적발 건수 가운데 특급탁송화물을 이용한 밀수가 17건으로 전체의 3분의2를 차지했지만 여름휴가철을 맞아 여행자가 직접 마약을 나르다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두달간 입국 여행자에 의한 마약밀수는 모두 5건이 적발됐으며 밀반입 마약도 필로폰에서 엑스터시, 케타민, 코카인, 헤로인, 대마초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밀반입 수법도 교묘해져서 소량의 마약을 신체의 은밀한 부분에 숨겨 반입하거나 입고 있던 옷 주머니, 속옷은 물론 화장품, 지갑 등에 숨겨 들여오고 있다.
지난 1일 호주 시드니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K씨(여 25)는 신체 은밀한 부위에 대마 11.7g, 약병 속에 엑스터시 17정, 화장품 속에 코카인 0.6g을 반입해오다 적발됐다.
지난달에는 중국에서 H씨가 신사복 바지 10벌에 필로폰 100g을 넣어 다른 여행객에게 운반을 부탁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신종 마약밀수 수법이 등장하자 세관 등 관계당국의 대책 마련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관측은 이달부터 마약류 특별단속을 벌이며 단속전문직원, 마약탐지견, 휴대용 이온스캐너 등 세관의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밀수에 대응하고 있다. < 테마뉴스부 hwki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