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기도
제 1장 묵상기도의 원리와 유의점
묵상기도를 잘하려면 묵상기도의 원리를 이해해야 하고 좋은 묵상기도를 하기
위하여 유의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1. 묵상기도의 원리
기도란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자신의 소원을 자녀다운 태도로
표현하는 것이며 내 마음과 정신을
하느님께 들어 높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기도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께 말씀을 드리는 하느님과 인간과의 대화라고도 합니다.
기도는 일반적으로 구술기도, 또는 구도(口禱)라고 불리는 입으로 하는 기도와 정신기도, 또는 염도(念禱)라고 불리는 묵상기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자들은 입으로 하는 기도에는 익숙해 있지만 침묵 중에 하는 묵상기도에는 익숙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침묵 중에 계신 하느님을 만나고 영신적으로 성숙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것이 묵상기도입니다. 묵상기도를 하려면 외적인
활동세계에 집중해 있던 우리의 의식을 내면 세계로 향하게 해야 합니다. 묵상기도를 잘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 외적인 사물을 떠나 내면의 세계인 마음 속으로 어느 정도 깊이 들어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창조물로서 존재자체이신 하느님으로부터 그 존재를 부여받아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내 존재의 밑바닥에는 존재자체이시며 나를
존재하게 하시는 하느님이 현존하십니다. 그리고 내가 예수님을 나의 주님으로 내 안에 받아들이는 세례를 받을 때부터 예수님은
내 마음 안에 오시어 나와 함께 계시고, 영성체를 할 때마다 당신과의 일치를 더욱 긴밀하게 만드십니다. 또한 물과 성령으로 다시나는
세례 때부터 우리의 몸은 하느님의 성령이 거처하시는 성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 안에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
현존하십니다.
그러므로 묵상기도를 잘 하려면 우리의 의식이 마음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향하도록 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향하는 것은 마음 속에 깊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일상 생활 중에 외적인 세계를 향해 있던 우리의 정신이
외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하느님이 현존하시는 내적인 세계로 향하는 정도에 따라 묵상기도가 좌우됩니다.
실제적으로
우리의 마음 안에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 현존하시지만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고 우리의 마음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과 깊은 사귐을 나누지도 못하는 것은, 평상시에 우리의 정신이 외적인 활동세계에 머물러 있고
여러 가지 죄와 현세 사물에 대한 집착이라는 껍질이 우리의 마음을 덮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런 껍질들을
벗기고 마음 속 깊이 내려가면 내려 갈수록 마음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과 더욱 더 일치하게 되고 하느님을 닮은 자신과도
일치하게 됩니다. 원래 우리 인간은 태초부터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따라서 마음의 밑바닥 그
한가운데로 내려 가면 우리는 나를 창조해 주신 하느님과 또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나의 참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나의 참 모습은
하느니므이 자녀로서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마음 속으로 깊이 내려갈수록 자신의 참 모습을 발견하고 하느님과 자신의 참 모습과 조화로운
일치를 이룸으로써 고요함과 평화와 안정, 그리고 기쁨과 희망을 맛볼 수 있게 됩니다.
묵상기도는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며 심심하거나 지루한 것도 아닙니다. 묵상기도 시간은 내 마음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과 정담을 나누는 만남의
시간이고 그분이 주시는 평화와 기쁨을 맛보고 보다 힘차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시간입니다. 따라서 성령세미나 과정중에
하도록 되어 있는 묵상기도는 나를 복된 길로 인도해 주기 위한 것이며 성령 안의 생활로 들어가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므로 다음에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묵상기도를 충실히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2. 좋은 묵상기도를 위한 유의점
묵상기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묵상기도에 깊이 잠기고 맛들이려면 다음의 세 가지를 유의해야 합니다.
1) 기도 장소
성서에 보면 예수님은
외딴 곳(마르 1,35), 한적한 곳(루가 5,16), 산(루가 6,12)으로 가시어 기도하셨습니다. 이는 묵상기도를 하는
데 어떤 장소를 택하는 것이 좋은지를 우리에게 알려 줍니다. 예수님이 외딴 곳, 한적한 곳, 산으로 가시어
기도하신 것은 일상일을 떠나 고요한 가운데서 다른 이의 방해를 받지 않고 기도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즉 아버지이신 하느님과의 정담을 나누는데
장애가 되는 것을 피하여 자유롭게 기도 속에 깊이 잠기시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묵상기도를 할 때에는 가능한
한 다른 이의 방해를 받지 않고 기도에 깊이 잠길 수 있는 장소를 택하는 것이 좋습지다. 예수님은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마태 6,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기도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고 아버지를 향한 것이므로 기도할 때는 내적으로 깊이 들어가기 위하여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기도에 집중할 수 있는 곳에서 기도하라는 말씀으로 알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도에 깊이 잠기려면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기도방을 따로 만들어서 그 곳에 들어가 문을 닫고 기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기도는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것이므로 책상 위에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 주는 십자가, 성상, 성화, 꽃, 촛불 등을
준비해 놓고 책상앞에 앉아서 기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기도 분위기가 이미 갖추어진 장소인 성당에서 묵상기도를 하는 것도 기도에
잠기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이 때는 감실을 바라보면서 하면 좋습니다.
묵상기도를 할 때는 가능한 한 같은 장소에서
계속하십시오. 그러면 좀더 빨리 묵상기도에 익숙해질 것입니다. 아직 묵상기도를 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지금 곧 마련하십시오.
2) 기도 시간
묵상기도를 잘 하려면 다른 이의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고,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시간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은 매일 일정한 시간으로 미리 계획해 놓아야 하고, 주님을 첫
자리에 모시고 사는 마음으로 자기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으로 여겨야 합니다. 묵상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일이나 약속은 가능한 한 이
시간을 피해야 합니다.
묵상기도의 초보자들이나 깊은 묵상기도를 하려는 이들은 가능한 대로 다른 이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내적인
고요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에 묵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사람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묵상기도를 하고 어떤 사람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을 치운 후 방에 조용히 앉아 묵상에 잠깁니다. 또 어떤 이들은 직장의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묵상기도를 하고 어떤 이들은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묵상을 합니다. 자주 전화가 와서 묵상에 방해가 된다면 묵상에 몰입하기 위하여 묵상시간 동안은 수화기를 내려 놓을 수도 있습니다.
묵상기도에 익숙해지면 외적으로 소음이 많이 들리는 차안에서도 내적인 고요를 유지하며 묵상에 잠길 수가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는 그 책의 내용에 빠져들어 다른 이들이 옆에서 떠들어도 이에 구애받지 않고 책 속에 잠길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소음이
있을 때는 소음을 듣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지 말고 그냥 귓전으로 흘려 버리고 묵상에 집중하십시오. 그러면 소음 가운데서도 묵상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묵상이 잘 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정한 묵상시간은 반드시 채우도록 힘써야 합니다. 묵상이 잘 안될 때는 오히려 몇 분 더 묵상을 함으로써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을 물리쳐야 합니다.
묵상기도에 소요되는 시간은 초보자라고 하더라도 15분 이상은 하도록
힘쓰는 것이 좋으며 묵상에 익숙해지면 30분, 40분 또는 1시간, 2시간으로 늘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번 세미나 동안은 적어도
20분~30분을 묵상기도에 할애하도록 힘쓰시기 바랍니다.
3) 기도 자세
묵상기도를 잘 하려면 자세도 매우
중요합니다. 육체적으로 무리가 가는 자세나 불편한 자세는 묵상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그러므로 묵상기도의 자세는 육체에 무리한 부담을 주지
않고 편안하며 기도에 몰입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떠한 형태의 자세에서든지 묵상을 할 수는 있지만, 묵상에 몰입하려면 무릎을
꿇는 자세나 바닥이나 의자에 앉는 자세중 하나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릎을 꿇는 자세는 경건한 마음 가짐을 주지만 무릎을
꿇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자세가 불편하여 묵상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랜 시간동안 무릎을 꿇고 묵상기도를 하려면
장궤틀을 사용하여 장궤틀에 몸을 의지하거나 ____ 모양으로 만든 기구를 꿇었을 때 접혀진 뒷다리 위에 올려 놓고
앉음으로써,/___/| 무릎을 꿇고 앉았을 때 다리와 발을 누르는 몸의 무게를 없애고 편안한 가운|/ |/ 데 묵상을 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기도자세 중에는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는 자세가 있는데(루가 24,52), 이 자세는 바닥에 앉아 개인
묵상기도를 시작할 때 주님께 잠시동안 예를 표하는 자세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이 자세는 하느님께 자신을 모두 바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앉아서 하는 묵상자세는 우리의 몸을 편안하고 안정되게 해 주는 자세입니다. 앉아서 묵상을 하는 자세에는 방바닥이나 마루바닥에
다리를 교차시켜 앉는 정좌와 의자에 앉는 자세가 있습니다. 정좌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바닥에 방석을 깔고 등을 똑바로 세워 벽에 붙이고 앉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손을 무릎이나 넓적다리 위에 편안하게 올려 놓고 손가락의 힘을 빼고 손바닥이 위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묵상교재는 앞에 작은 상을 놓고 그 위에 펼쳐 놓는 것이 좋습니다. 다리를 교차시켜 앉는 자세 중에는 좌선을 할 때에 앉는 결과부좌와 반과부좌도
있습니다. 이자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 보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불편함을 느끼지만 익숙해지면 안정감이 있고 허리를 바르게 세울 수 있는 좋은
묵상 자세입니다.
의자에 앉아서 묵상을 하는 경우에는 책상 위에 묵상교재를 놓고 책상 앞 의자에 앉아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자에 앉아 묵상할 때, 등은 바르게 세워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고 다리는 어깨넓이로 자연스럽게 벌려 바르고 편안하며 가장 자연스런 자세가 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편안하게 안락의자에 앉아 묵상을 하다보면 자세가 흐트러지고 졸음이 밀려와 잠을 자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묵상시간에
잠을 자는 일이 습관화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졸음이 오면 다시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고 눈을 떠 묵상할 교재를 소리내어 읽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묵상기도 자세는 어떤 자세를 취하든지 주님을 만난다는 의식을 가지고 머리와 허리는 바르게 세우는 것이
좋으며 너무 편안하여 졸음이 오는 안락의 자 보다는 등받이가 있는 나무로 된 의자나 바닥에 앉는 것이 좋습니다.
제 2 장 묵상기도의 구성
묵상기도는 보통 준비 부분, 본 부분, 맺음 부분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본 장에서 설명하는 묵상기도에 대한 해설은 주로 초보자들을 위한 것입니다. 묵상기도를 할 때, 처음에는 묵상기도를 하는 사람이 주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기도하는 사람의 역할은 줄어들고 하느님의 역할은 점점 커지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묵상기도를 하는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주로 언급하고자 합니다.
1. 준비 부분
묵상기도에 깊이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부분으로써 좋은 묵상을 하는 데 꼭 필요합니다. 준비 부분에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서 육체적, 정신적 긴장을 풀고 고요히 기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잠심(潛心)과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는 것과 묵상을
위한 은혜를 청하는 기도가 포함됩니다.
1) 잠 심(潛心)
묵상기도를 잘
하기 위하여 외적인 활동세계를 향해 있던 우리의 의식을 내적인 세계로 향하게 하려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잠심에 이르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에
제시하는 방법들은 잠심에 이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첫째로, 눈을 감는 것이 잠심에 이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외부에서
감각을 통하여 우리 안에 들어오는 것의 대부분은 눈을 통하여 들어옵니다. 그런데 눈을 통하여 우리 안에 들어오는 것들 중에는 묵상기도에 도움을
주는 것들도 있지만, 오히려 우리의 의식을 외적인 세계에 머물게 하여 내적인 세계로 향하는 데 방해를 주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묵상책이나
성화, 감실, 성물 등 묵상에 도움을 주는 자료를 볼 때에는 눈을 뜨고, 그밖에 우리의 의식을 외적인 활동세계에 머물게 하여 묵상에 방해를 주는
것들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묵상기도를 시작할 때에 외적인 세계를 차단하고 내적인 세계로 들어가 잠심에 이르려면
잠시동안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눈을 감는 대신 십자가나 감실, 성화, 성상, 촛불 등을 바라보고 가만히 앉아
있음으로써 더 쉽게 잠심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묵상을 할때 자주 졸음이 오고 묵상이 잘 안되는 사람은
졸음을 쫓는 훈련을 하든지 눈을 뜨고 묵상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의 경우 묵상기도에 익숙해지면 눈을 감아도 졸음이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눈을 감고 묵상기도를 하는 것이 익숙해진 사람도 눈을 뜨고 기도할 때 묵상이 잘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둘째로,
호흡은 우리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잠심에 이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호흡이 거칠거나 빠르고 불규칙할 때는 우리의 육체와 정신이 안정을
누리지 못합니다. 반면에 숨을 천천히 깊고 고르게 들이쉬고 내쉬기를 하는 동안 우리의 마음은 차분히 가라 앉게 됩니다. 그러므로 묵상기도를 할
때에는 평상시의 호흡보다 더 깊고 느리게 호흡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해서 호흡을 지나치게 깊고 느리게 하려고 하면, 예민한
사람은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으므로 부자연스러운 호흡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힘든 일을 하다가 곧바로 묵상에
들어가려고 하거나, 시간이 늦을까봐 달려와서 묵상을 하고자 할 때는 호흡이 고르지 못하여 즉시 묵상기도에 들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는
편안한 자세로 앉은 후 눈을 감고 얼마 동안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의 호흡을 서서히 고르게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마음은 쉽게
고요해지고 내심으로 향할 수 있게 됩니다.
셋째로, 잠심에 이르려면 육체적, 정신적 긴장을 풀어야 합니다.
육체적인 긴장을 푼다는 의미는 온몸의 힘을 빼고 근육전체를 이완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육체적인 긴장을 풀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편안히 앉아
눈을 감고 머리부터 시작해서 눈, 목, 어깨, 가슴, 팔, 다리, 발 등의 순으로(위에서 아래로) 1,2초 정도씩 주의를 집중했다가 그 부분의
긴장을 푼다고 생각하면서 힘을 완전히 빼고 주의를 그 다음의 신체부위로 이동하면 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육체 안에 있는 긴장감, 피로,
온갖 독소, 질병 등을 밖으로 내보낸다고 생각하면서 숨을 깊이 내쉬면 더욱 좋습니다.
또한 정신적인 긴장을 푼다는 의미는
마음에 걸리는 모든 걱정이나 고민, 나쁜 생각, 잡념 따위를 없애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정신적인 긴장을 풀기 위해서는 눈을 감고 숨을 느리고
깊게, 고르게 쉬면서 자신 안에 있는 근심, 걱정, 온갖 분심, 잡념을 내쉬는 숨과 함께 밖으로 내보낸다는 마음으로 숨을 내쉬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묵상기도에 임하려면 적어도 30분 전, 늦어도 15분 전에 자신의 소임이나 작업을 마무리짓고 묵상에 임하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기도의 깊은 수준에 이르지 않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활동을 하다가 즉시 기도하려고 자리에 앉으면 그동안 했던
일들이나 앞으로 해햐 할 일 등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에 떠올라 방해를 받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기도에 즉시 들어가지 말고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쌓였던 육체적 성진적 긴장을 푼 뒤에는 정신이 집중될 만한 고요한 분위기를 만드십시오. 다음과 같은 방법은 정신이 집중될 만한
고요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첫번째 방법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의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정신이 집중될 만한 고요한 분위기가 이루질 때까지 자신의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며 호흡을 계속하면 됩니다.
둘째 방법은 조용히
눈을 감고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나는 가장 부드럽고 가장 멀리 떨어진 소리들이 자신의 존재 안으로 자유롭게
깊숙이 스며들게 하십시오. 소리란 우리가 듣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에만 묵상에 방해를 줍니다. 그러므로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하지 말고 고요한
묵상 분위기가 이루어질 때까지 소리들이 자신 안에 스며들도록 놓아 두십시오.
세째 방법은 기도자세를 취하고 긴장을 푼 뒤에
눈을 감고 자신의 심장고동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일단 심장고동이 잡히면 규칙적인 그 고동에 정신을 쏟으십시오. 정신집중이 가능한 분의기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심장고동에 주의를 기울이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잠심에 이르기 위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육체적,
정신적 긴장을 풀어 자신을 비우고 정신이 집중될 만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고 그분으로 자신을 채우기 위해서입니다.
2) 하느님 현존을 의식함
하느님은 어디에나 아니 계신 데 없이 곳곳에 현존하십니다. 이 세상의 모든
피조물들은 존재자체이신 그분에게서 존재를 부여받아 존재하게 되었고, 지금도 그분은 모든 존재들이 존재하게끔 뒷받침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현존은 존재로 가득찬 이 우주 안에 충만하십니다.
또한 주님이신 예수님은 특별히 성체를 통하여 우리가운데
현존하시며,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이고 성체를 영하는 이들 안에 보다 더 친밀하게 현존하십니다(요한 6,56). 그리고 주님은 이 현세적인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차원(천국)에도 현존하십니다. 이 세상에서 지금은 거울에 비추어 보듯이 희미하게 주님을 보지만 천국에 가서는 얼굴을 맞대고
보듯이 그분을 뵙게 될 것입니다
(고린 전 13,12).
이렇듯 하느님께서는 현세와 내세를 막론하고 아니계신 데 없이 곳곳에 현존하시지만, 그분의
현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하심을 의식하면서 기도하고 행동할 수는 있어도 하느님이
현존하심을 우리 마음대로 체험할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의 현존체험은 하느님께서 자유로이 주시는 은초으이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만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그분의 현존을 향하여 우리의 마음을 개방할 뿐입니다.
다음에 제시하는 방법들은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고 그분의 현존을 향하여 자신을 개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첫째 방법은 우주 안에 충만히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의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ㄱ) 먼저 조용한 곳에
똑바로 앉습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육체와 정시느이 긴장을 풀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힙니다.
(ㄴ) 그다음
호흡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숨쉬는 이 공기는 하느님의 힘과 현존으로 인한 것이고 그 힘과 현존으로 넘친 광대한
바다이며 자기는 하느님의 힘과 현존의 바다 안에 완전히 잠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생명과 호흡과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누구에게나 가까이 계십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숨쉬고 움직이며
살아간다'
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사도 17,
25-27)
(ㄷ) 숨을 들이쉴 때마다 하느니므이 힘과 현존을 들이쉰다고 의식하면서 할 수 있는 대로 오래
이 의식 안에 머뭅니다. 이때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제 숨결보다더 더 가까이 계십니다. 제가 한차례
호흡할 때마다 아버지의 현존을 더 깊이 자각하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면 좋습니다. 또한 숨을 들이쉴 때마다 하느님의 영이 자기
안으로 들어오신다고 의식하면서 성령이 가져오시는 거룩한 에너지로 허파를 가득 채웁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자기 안에 있는 모든 죄와
더러움, 불순물, 비관적이고 소극적인 감정 등을 몽땅 뱉어 낸다고 의식하면서 숨을 내쉽니다.
(ㄹ)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영을 들이쉬고 몸 속의 더러움을 뱉어내는 호흡과정을 반복하는 가운데 자신의 온몸이 생기와 활기를 띠고 빛나는 것을 상상으로 봅니다. 그리고 온
우주뿐만 아니라 자신의 온몸 구석구석에 있는 모든 세포 안에도
하느님이 현존이 충만함을 의식하고 이러한 상태에 머물면서 기도합니다.
둘째 방법은 성체를 통하여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주님을 의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ㄱ) 성당
안에서 감실을 향하여 똑바로 앉습니다.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육체와 정신의 긴장을 풀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힙니다.
(ㄴ)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으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바칠 내 몸이니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입 속으로 되풀이 하면서
음미합니다. 또한 "이것은 너희들을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니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 하신 말씀대로 초대 교회 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성체성사가 거행되고 있음을 상기합니다(고린 전 11,24). "우리가 감사를 드리면서 그 축복의 잔을 마시는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피를 나누어
마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 우리가 그 빵을 떼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니겠습니까?"(고린 전
10,16)
(ㄷ) 성체를 통하여 지금 성당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의식하면서 "예수님"을 반복하여 부릅니다.
예수님이란 단어에 주의와 의식을 집중하면서 반복합니다. 나중에는 소리를 낼 필요도 없고 입술을 움직일 필요도 없읍니다. 모든 의식적인
조절을 풀어 예님이란 단어가 저절로 흘러나오게 합니다.
(ㄹ) 이때 중요한 것은 부활하셔서 내 앞에 영신적으로 현존하시는
주님을 의식하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계신 예수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나도 그분을 바라봅니다.
그러면서 기뻐하고 감사하며 그분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리고 조용히 그분의 현존
안에 머뭅니다.
세째 방법은 자기 마음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의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ㄱ) 편한 자세로 바르게
앉습니다.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육체와 정신의 긴장을 풀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힙니다.
(ㄴ)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이 마음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내려간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맨 위층에서 한층 한층 아래로 내려가는 것처럼 마음 속으로 더욱 더 깊이
내려간다고 상상합니다
(마음 속으로 10에서 1가지 세면서 점점더 깊이 내려감을
의식할 수도 있습니다). 상상으로 자기존재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 깊은
고요함의 상태에 이르게 합니다.
(ㄷ) 다음의 성서귀절을 묵상하면서 주님께서 내 안에 겨심을 의식합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요한 6,56). "여러분은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이며 하느님의 성령께서 자기 안에 살아 계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고린 전 3,16)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여러분과 함께 겨신다는 것을 깨닫고 계십니까? 만일 깨닫지 못하신다면 여러분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낙제한 것입니다"(고린
후 13,5).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의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ㄹ) 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께 그부의
현존을 보다 깊이 인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합니다. 그리고 자비하신 주님,
한없이 위대하신 주님이 죄스럽고 보잘 것 없는 내 안에 현존하심을 의식하고, 나를 통하여 일하고자 하심을 생각하면서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또는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얼마 동안 그냥 주님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도 천사와 성인 성녀들에게 둘러싸여 천상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될것입니다.
(ㄱ) 바른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면서 육체와 정신의 긴장을 풉니다.
(ㄴ) 성화
가운데 천상의 모습을 그린 성화를 보든지, 또는 묵시록 4장 8-11절과 5장
11-14절을 읽으면서 천상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눈을 감고 내적인 눈으로
천상의 성인성녀들과 천사들이 하느님을 찬양하는 모습을 그려보든지 자신도 그 광경에 동참하여 내 앞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찬양합니다. 때로는 단순하게 허공을 응시하면서 내 앞에 계시는 주님의 현존을 의식할 수도 있습니다.
(ㄷ) 그 다음
주님의 밝은 광채가 주님으로부터 나와 내 온몸을 감싸고 그 빛에 의하여 내 안의 온갖 어두움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상상합니다. 또는
주님의 현존이 나를 감싸는 촉감을 느끼고자 합니다. 이때 "주님, 주님께서는 내 옷보다 더 확실하게 나를 감싸고 계십니다. 비오니
내가 촉감을 느낄 때마다 주님의 정다운 포옹을 더 깊이 자각하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기도해도 좋습니다.
(ㄹ)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그냥 머물러 있든지 예수님, 성모님, 성인성녀, 천사들과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대화를 나눕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읍니까!(마태 17,4)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는 첫번째 방법은 하느님이 특정한 장소에만 현존하시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이 실시하면 좋고, 둘째
방법은 자주 성당에 올 수 있는 분이 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세째 방법은 분주한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자신과 함께 계신 주님을 의식하는 데
좋으며, 네째 방법은 현실 세계에만 매여 있는 사람에게 유익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할 때에는 상대방을 의식하면서
대화를 합니다. 마찬가지로 묵상기도를 할 때에도 우리는 기도의 상대방이신 주님의 현존을 의식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그분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기도할 때 보다 깊이 기도할 수 있게 됩니다. 위의 방법은 단순한 예에 불과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기가
쉽지만 어떤 사람은 어려울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려고 해도 그분의 현존을 느끼지 못하는 수가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별로 힘 안들이고 그분의 현존하심이 느껴지는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안에 깊이 그분의
현존이 다가오는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의 현존을 느끼는 것은 모두 그분의 은혜이며, 위에서 설명한 방법들은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고
그분의 현존을 향하여 마음을 개방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에서 제시한 방법을 절대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변형시킬 수도 있고 가감할 수도 있으며 자기 나름대로 자신에게 알맞는 방법을 만들어 실시할 수도 있습니다.
3) 묵상 준비 기도
하느님의 현존을 인식했을 때 저절로 흘러나오는 행위는 기도입니다. 때로는 주님께서
자신의 잘못을 볼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에 참회의 기도를 하기도 하고, 주님의 사랑을 느끼면서 감사와 찬미를 드리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에게
필요한 은혜를 청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꼭 바쳐야 할 기도는 묵상기도를 잘 하는 데 필요한 은혜를
청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오늘 묵상을 인도해 주시기를 청하기도 하고, 오늘 읽고 묵상한 내용 중에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시고 깨우쳐 주시려는
부분이 내 마음에 깊이 들어오도록 해달라고 청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런 지향으로 자신이 정한 어떤 기도를 묵상 준비기도 때마다 반복해서
바치는 것도 좋습니다.
묵상기도를 할 때 어떤 경우에는 전혀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없는 경우와 그분의 현존을 의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기도를 하는 것이 마치 허공을 향하여 기도를 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반드시 묵상 준비기도를 하십시오. 그런 경우일수록 묵상을 하는 데 있어서는 하느님의 도움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묵상기도를
할 때는 "모든 경우에 성령의 도움을 받아 기도하십시오"(에페 6,18)라는 성서 말씀을 기억하며 성령께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하면 좋습니다.
지금까지는 묵상의 준비 부분에 대하여 여러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묵상을 준비하려면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순서대로
다 거쳐야 하는가? 이런 순서대로 하다보면 묵상은 준비만 하고 끝나게 될 것 같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위에서 설명한 묵상의 초보자들을
위하여 한 가지씩 차례대로 자세히 설명한 것이지 그 순서대로만 해야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경우는 잠심, 현존의식,
준비기도의 순으로 하지 않고,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긴장을 풀고 잠심으로 들어가 준비기도를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한 주님의 현존을 쉽게
의식할 수 있는 사람들은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는 방법을 실시하지 않고 곧 준비기도와 묵상으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맞게
활용하십시오. 일반적으로 묵상기도의 초보자는 준비 부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그가 비록 묵상기도의 준비 부분에 묵상시가느이 대부분을
할애하여 묵상훈련을 한다고 해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묵상기도에 있어 성숙한 사람에게는 묵상준비 부분에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는 쉽게 잠심으로 들어가 주님의 현존을 느끼면서 준비기도와 묵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묵상준비에 있어 옛날부터
내려오는 방법 중의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묵상재료를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고 묵상주제를 생각하며 잠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곧 어제 저녁에 읽은 묵상주제를 생각하며 묵상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은 수도원이나 신학교 등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으로 아침에
일어난 후 즉시 묵상기도를 할 수 있는 환경에 사는 사람에게 적절한 방법입니다. 우리가 저녁에 묵상할 내용일 읽고 자면 그 내용이 우리의
잠재의식 속으로 들어가 잠을 자는 동안도 말씀과 함께 있게 되고, 다음날 묵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많은 이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는하다면 세미나 교재 내용을 전날 저녁에 읽고 잠자리에 드는 훈련을 해보도록 권합니다.
2. 본 부분
간단한 묵상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잠심으로 들어가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고, 묵상에 필요한 은혜를 청한 후에 이미 선택한 주제를 묵상합니다. 그러나 묵상할 주제가 선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묵상 재료를 읽으면서 주제를 택하여 묵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초보자는 지성을 사용한 묵상에서 묵상을 끝내기도 하지만, 좀더 나아가면 감성이 움직여 정감의 묵상을 할 수도 있고 영신적으로 더 성숙하면 관상까지도 가능합니다.
1) 묵상(默想)
잠심의 상태에 이르러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고 묵상을 잘할 수 있는 은혜를 청한 다음에는
묵상에 들어갑니다. 묵상이란 마음과 정신을 하느님께 몰두하여 하느님의 현존속에서 하느님과 관계된 일에 디한 생각에 잠기는 것을 말합니다. 묵상을
할 때는 주로 우리의 지성을 사용하여 사고, 상상, 추리, 비교, 분석 등을 하고 이를 통하여 우리의 감성과 의지를 움직이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묵상의 소재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묵상의 소재로는 일반적으로 신앙의 신비, 신앙의 진리, 예수님의
일생, 교회의 가르침, 성서의 내용, 성인들의 생애 등이 될 수 있으나, 이 책에서는 이미 교재를 공부하면서 자신이 더 깊이 묵상하고자 선정해
두었던 성경귀절이나 어떤 사건일 수도 있고 그날 공부한 교재 전체일 수도 있습니다.
묵상 주제에 대한 묵상은 사변적인
묵상법, 오감법에 의한 묵상법, 초저속 독서법에 의한 묵상법, 암송을 중심으로 한 묵상법, 성 베네딕또의 기도방법에 의한 묵상법 등등 여러
묵상법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방법들에 대하여는 다음 장에서 구체적인 묵상방법을 소개할 때 자세히 설명할 것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2) 정감(情感)의 기도(정감묵상)
정감의 기도는 묵상과 관상 사이에 있습니다.
묵상이 이성의 주된 활동아래 이루어진다면 정감의 기도는 주로 의지와 감성의 지배아래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묵상 재료를 읽고 그 내용을 묵상할 때
우리 안에서 어떤 정감이 일어납니다. 어떤 사람은 상상려고가 지성을 사용하여 오랫동안 묵상을 하면 의지가 움직이고 주님께 대한 사랑과 감사의
정, 신뢰심, 찬양의 정, 자기봉헌, 통회, 위탁의 정 등 어떠한 정감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별로 묵상을 깊이 하지 않았어도
묵상의 재료인 성서의 말씀을 읽을 때에 곧 의지가 움직여지고 정감이 일어나서 주님과 감동어린 대화를 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묵상기도의 초기 단계에서는 묵상 재료를 읽고 지성을 사용하여 고찰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러나 묵상기도에 익숙하다보면 쉽게 정감이 일어나므로
묵상기도가 발전할수록 이성을 사용한 묵상 부분은 짧아지고 정감에 의한 묵상 부분은 늘어납니다.
3) 관상(觀想)기도
묵상기도를 하다보면 묵상에서 정감의 기도로 넘어가게 되고 정감의 기도에서 다시 관상 기도로 넘어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정감의 기도에서는 여러 가지 정감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그 정감에 이끌려 기도를 하지만 관상의 기도로 넘어 갈 때는 단순한 정감 안에 머물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신 안에 하느님게 대한 열렬한 사랑의 정이 일어난 경우라면 단순하게 이 한 가지의 정감 안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게 됩니다.
이는 관상기도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상은 하느님을 바라보는 행위입니다.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아기가 자신을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엄마를 사랑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하느님과 사귐을 나누기 위하여 여러 언어와 개념과
이미지 등 매개수단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사귐이 깊어지고 하느님의 현존과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사람의 사고와 감정과 상상은 하느님과의 '침묵의
일치'를 방해하는 소음이 되기에 이릅니다. 이 때 관상기도가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관상은 지성과 의지의 능력을 사용하는
사고, 추리, 상상 등의 중개 수단을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하느님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관상은
사람의 생명력을 약동케 하고 마음에 고요한 도위감을 줍니다. 이 도취감은 마음의 심층부에 지성과 감성과 의지가 제공할 수 없는 기쁨과 평화와
만족을 일으키며 생활을 변화시킵니다.
관상에는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이 주어지지 않아도 그분의 활동에 협력하는 인간의 노력으로
획득되는 수득적(修得的) 관상(능동적 관상)과 하느님의 특별한 으혜로만 가능한 주부적(注賦的) 관상(수동적 관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묵상 생활의 초보자들을 위한 것으로 본인도 관상기도에 깊이 들어가지 못했으므로 관상기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묵상기도를 할 때에 누구나 다 묵상, 정감의 기도, 관상기도를 한꺼번에 체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준에 따라 묵상을
하다 끝내는 사람도 있고, 묵상을 별로 거치지 않고 즉시 정감의 기도로 넘어가는 사람도 있고, 묵상이나 정감의기도 단계를 별로 거치지 않고
관상기도로 넘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성생활의 초보 단계에서는 묵상을 주로 한 기도를 하고, 어느 정도 진보하면 정감의 기도를 주로
하게 되며, 높은 수준에 오르면 관상기도를 주로 하게 됩니다.
3. 맺음 부분
묵상기도에 있어서 준비 부분이 있는 것과 같이 맺음 부분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맺음 부분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로는, 반성 즉 지금까지 한 묵상을 다시 돌이켜 보는 것입니다. 묵상준비는
제대로 되어 있었는지? 오늘 묵상중에 새롭게 깨달은 점이나 주님께서 내게 주신 감동은 무엇이었는지? 내가 꼭 기억해야 할 주님의 말씀은
무엇이었는지? 등등...
둘째로는, 묵상의 열매를 거두는 것으로서 구체적인 결심을 하거나, 마음에 새겨야 할 말씀과 오늘
하루동안 생활 속에서 지속시킬 묵상 내용을 마음 속에 새기는 것입니다. 어떤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자 할 때는 그 말씀을 암송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세째로는, 오늘 묵상을 이끌어주시고 여러 가지 깨우침을 주심에 감사하는 기도와 오늘의 결심을 실천할 수 있는
은혜를 청하는 것입니다. 이때는 그날 결심을 중심으로 하여 성모님과 대화한 후 성모송을 바치고, 예수님과 대화한 후 주의 기도를 바치고, 성부와
대화한 후 영광송을 바치면 좋습니다. 오랜 묵상기도에서는 감사기도를 적어도 3~5분 정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묵상기도를
마친 뒤에는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 오늘 묵상 중에 얻은 열매를 상기하면서 실천해야 합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기도는 많이 하는데 생활의
변화를 위하여 노력하지도 않고 전혀 변화되지도 않는다면 그의 기도 생활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참된 기도는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묵상기도를 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것중의 하나는 묵상한 내용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묵상을 한 후 그날
묵상에서 느낀 것이나 결심을 기록한다면 앞으로의 영성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미나 교재에 나와 있는 묵상록을 충실히
기록하시기 바랍니다. 또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묵상에 깊이 잠겼다가 그 묵상을 마칠 때에는 서서히 마치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육체와 정신의
긴장이 풀어진 상태에서 활동 세계로 옮겨 갈 때는 서서히 옮겨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출처:"성령세미나를 위한 성서공부와 매일묵상" 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