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성경속의 동식물

28 - 인간의 영원한 삶을 상징한 몰약

그린빌나 2007. 2. 6. 10:36
28 - 인간의 영원한 삶을 상징한 몰약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사진설명)
몰약은 성경에 자주 나오는 중요한 향료의 일종으로 동박박사 세 사람이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하며 드린 예물 중 하나다. 사진은 아기예수에게 황금, 유향, 몰약을 예물로 드리는 동방박사.

 

 

 몰약은 방부제로서 예전부터 사용됐고, 특히 미라를 만들 때 많이 쓰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예로부터 햇빛이 건조하고 강렬한 이집트에선 피부를 보호하려고 화장술이 발전했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애용돼 왔던 대표적 화장품 소재가 몰약이었다. 화장품 원료가 부족했던 고대에는 몰약이 중요한 화장품 소재로 쓰였고 향이 진하고 방부효과가 있어 강장제, 방부제로도 쓰였다.

 

 몰약은 부패방지와 냄새를 없앨 뿐만 아니라 악마를 제거한다는 믿음이 있어 각종 향유와 함께 종교적 제사에 많이 사용했다. 처음에는 왕이나 사제들 몸에 바르기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귀족이나 특권층 부인들이 바르면서 귀한 화장품 원료로 많이 쓰였던 것이다.

 

 몰약은 아라비아, 에티오피아 등 동부 아프리카지역이 원산지로 관목의 일종이다. 몰약은 흰색 꽃을 피우며 열매는 달걀 모양 타원형을 이룬다. 몰약은 목재와 수피에 강한 향이 있어서 줄기에 상처를 내서 생기는 나무진을 모아 활용했다. 몰약은 향이 매우 강하고 쓴 맛을 낸다.

 

 몰약은 유향과 함께 성경에 자주 나오는 중요한 향료의 일종으로 동박박사 세 사람이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하며 드린 예물 중 하나로도 유명하다 (마태 2, 11).

 

 또한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이 병사가 몰약을 탄 포도주를 드렸지만 드시지 않으셨다(마태 27, 34). 몰약을 탄 포도주는 약간의 진통작용이 있다.

 

 몰약의 향기는 청정제로서도 귀중하게 여겼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잠언에 보면 "잠자리에 몰약과 침향과 육계향도 뿌렸다"는 언급이 있다(잠언 7, 17). 또한 시편에는 "몰약과 침향과 계피로 당신 옷들이 모두 향기로우며 상아궁에서 흘러나오는 현악 소리가 당신을 즐겁게 합니다"(시편 45 ,9)는 말처럼 왕의 옷에 사용할 정도로 중요한 향료였다.

 

 일반적으로 몰약은 자연적으로 수액이 분비되지만 인공적으로 줄기에 상처를 내면 수액의 분비가 증가되므로 많은 양을 수확하고자 일부러 상처를 냈다고 한다. 이것은 몰약이 비싸고 귀한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몰약은 유다인만 종교의식에 쓴 것이 아니라, 고대 이집트인도 사원에서 사용했고, 태양신 제단에 매일 정오에 피웠다고 한다. 또 몰약은 죽은 시체를 썩지않고 보존하는 데 사용했는데 미라를 만들 때에 사용했다. 유다인도 몰약을 시체가 썩지 않도록 하는 방부제로 사용했다. "니코데모도 몰약과 침향을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왔다. 그들은 예수님 시신을 모셔다가 유다인들 장례 관습에 따라, 향료와 함께 아마포로 감쌌다"(요한 19, 39-40). 

 

 이처럼 성경시대에 몰약은 값비싼 향료일 뿐만 아니라, 치료와 향수, 화장품으로 많이 사용됐다. 고대 그리스인이나 로마인도 몰약을 유다인 못지 않게 많이 애용했다. 이집트에서는 화장품 제조기술이 미라를 만드는 기술에서 자연스레 발전했다고 하니 재미있는 일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은 시신에 내장을 제거하고 몰약 등 항료를 채워 넣어 봉합하고 건조함으로써 죽기 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영원히 살고 싶어하는가 보다.

 

[평화신문, 제900호(2006-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