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업이 상품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 잘못이다?
외환위기 즈음이었던가 SK증권이 JP모건과 파생상품(그때도 통화옵션이었다고 한 것 같음) 계약을 체결했다가 5억달러의 손실을 입고 소송을 하니 마니 하는 기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굴지의 그룹의 대형 증권사도 옵션상품의 내재된 위험도 파악하지 못했고 그리고 JP모건은 그런 점을 이용해 계약을 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에게 특히 요즘 문제가 된 통화옵션 손실을 입은 기업들의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에게 그런 위험을 알지 못했으니 무식이 죄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 동안 대화를 해봤던 은행영업담당 직원들도 KIKO옵션의 위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중소기업들에게 그런 기대를 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싶다. 난 분명 은행들이 중소기업의 이러한 실태를 이용했다고 생각한다.
은행영업담당들이 내재된 위험성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상세히 설명하였다면 과연 기업들이 KIKO상품을 계약했을까?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잘 모른채 계약을 했던 것인데, 은행직원들이 몰라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면 어이가 없는 상황이며 알고도 설명하지 않았다면 은행은 도의적인 책임(사실상 사기 친 것과 다를바가 없지 않는가...)은 있다고 할 것이다.
2. KIKO로 인해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여기 블로그의 대표적인 KIKO 옵션의 손익구조를 설명한 다른 포스트를 살펴보기를 바란다. KIKO옵션은 특정 범위의 환율사이에서만 약간의 제한적인 환차익이 발생한다. 그 이익이 무엇이냐하면 시장환율이 계약조건상에 있는 상단환율과 하단환율 사이에 있을 때에만 계약당시 환율보다 10원정도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하면 회사는 환율하락 시 막대한 환차손이나 환율 상승 시 막대한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원래 헤지라는 것은 변동성이 확대 될 때를 대비하여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상품은 변동성이 커지면 손실이 발생하고 그 손실은 제한이 없이 증가할 수 있다. 즉, 환율이 오르면 오를수록 내리면 내릴수록 손실이 점점 증가한다. 그러나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아주...아~주 약간 있다.(발생가능한 손실에 비해서 말이다.)
대충 봐도 얻는 것에 비해 내줘야 할 기대값이 무지 큰 것을 알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간은 아주 좁고 이익도 제한적인 반면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간은 끝이 없고 손실도 무한히 증가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3. 기업들이 투기 목적으로 필요이상 과도한 헤지를 하였다?
예를 들어보자. A기업은 매월 1백만달러씩 수출하는 기업이다. 그래서 매월 1백만달러씩 950원에 팔 수 있는 KIKO옵션을 체결하였다. 단, 950원 이상으로 환율이 상승할 경우 매월 2백만달씩 950원에 팔아야 한다. 들어올 달러는 매월 1백만달러씩인데 환율이 950원이 위로 올라가서 1000원이 되었다면 2백만달러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에 팔아야 한다. 일단은 입금된 달러를 팔겠지만 나머지 1백만달러는 외환시장에서 1000원에 사서 950원에 팔아야 한다. 물론 실제로는 은행은 (950원-1000원) * 1백만달러에 해당하는 현금만 기업에서 받아가고 기업은 이것은 옵션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대체 이 상품으로 어떻게 헤지를 해야 하는 것일까? 넉인(Knock In)되어 2배씩 파는 걸 대비해서 1백만달러의 수출금액 중 절반인 50만달러만 계약을 해야 하는 것일까? 환율이 상하단 환율 사이에 있을 땐 계약금액인 50만달러는 약정된 환율에 팔 수 있겠지만 나머지 50만달러는 그냥 낮은 시장환율에 팔아야 한다. 즉, 수출금액의 절반은 환율변동 리스크에 노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100%로 올리자니 넉인이 되면 가지고
1년에 1천말불 수출하는 기업이 1년치에 해당하는 헤지를 하려는데 넉인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500만달러만 계약을 해야 하는 거라고 은행이 말하고 있는 듯 한데 그렇다면 나머지 500만달러는 넉인조건때문에 리스크에 노출해야 하는게 된다. 즉, 다시말하면 KIKO상품으로는 절대로 효과적인 환위험헤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따위 상품이 헤지상품이라고 기업들에게 들고왔던 것인지 은행들에게 묻고 싶다. 그리고 과연 기업들의 입장에서 상품을 설계한 것인지도 말이다.
어쨌거나 지금 기업들은 KIKO로 인해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익은 얻고 있으나 그것의 2배 이상의 옵션손실을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효과적인 헤지상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업들이 헤지비율 관리를 잘못했다고 은행들이 항변하는데 이 상품은 애시당초 넉인옵션 때문에 헤지비율을 관리하기가 어려운 상품이었다.
4. 단지 평가손실이 뿐이니 큰 문제가 아니다?
환율이 올 초 수준으로 다시 떨어진다면 평가손실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매월 2배의 달러를 계약대로 낮은 환율에 팔 때마다 평가손실은 확정손실이 된다. 기업들은 밤잠 제대로 못 자고 환율이 떨어지기를 기도를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환율이 오히려 상승한다면 기업들은 더더욱 큰 손실이 직면할 것도 자명한 일이다. KIKO옵션을 계약한 기업들이 여전히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면 지금 그 기업들은 환율이 떨어져서 평가손실이 줄어들거나 아니면 환율이 더 올라 손실이 더 커지거나 하는 도박에 배팅을 하고 있는 것이된다.
모 업체를 보니 KIKO 옵션 계약잔액이 2008년 1분기 말에 8억달러가 있었다. 넉인되면 2배가 되는 16억달러를 1~2년에 걸쳐서 약정환율(대략 950원~970원 정도로 추정)에 팔아야 한다. 넉인조건에서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회사의 평가손실이 160억원씩 늘어나게 되고 만기마다 그 환율이 유지된다면 손실은 확정되고 손실에 해당하는 금액은 은행에 지급하여야 한다.
5. 통화옵션계약을 한 기업들에 대한 충고.
최근 몇몇 옵션손실난 기업들의 주식담당자들과 통화를 해보면 해결방안들을 찾고 있다고 하는데 대략 내용을 보면 현재 오른 환율에 신규계약을 추가하여 생기는 이익으로 손실을 메꾸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옵션 리스트럭쳐링이라고 하는 옵션재구조화인데 이런식으로 손실 막으려다 망한 대표적인 곳이 어디인지 아는가? 바로 영국의 100년 전통의 베어링은행이다. 물론 한 직원의 잘못이었지만 그 직원이 회사에 끼친 손실을 만회하려고 무리수를 두었던 방법과 유사하다. 변동성만 커지지 않았다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도박을 걸었다가 망했으니 말이다. 옵션재구조화도 마찬가지이다. 회사 하나 말아먹고 싶지 않으면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당장 모든 계약을 청산하기를 권한다. 어떤 다양한 KIKO상품이 나오더라도 결국 그놈이 그놈이다. 더욱 내재된 위험성을 알아보기 힘든 상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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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환위험 관리를 위한 파생상품 관련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기업들 책임이라고 떠들고 있는데, 저한테 KIKO상품 팔러 왔다가 제게 내재된 위험에 대해 설명 듣고 면박 당하고 간 은행영업직원들 제 앞에서 그런 말 못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KIKO옵션으로 손실을 키운 회사들....약간의 비용을 투자해서 직원들 관련 교육도 보내고 했었다면 이런 어이없는 상품 계약해서 수십억, 수백억의 손실을 입는 것은 피했을지도 모르는 일일텐데...
퇴근해서 밤에 자기전에 기사 좀 보다가 울컥해서 적긴했는데 그냥 주저리 쓰다보니 내용에 두서가 없으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무섭냥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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