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무일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쓴 글을 여기 올립니다. 성직자들과 수도회와 재속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4권으로 구성된 성무일도서 (1990년 개정판) 중 대림 성탄 시기에 사용하는 1권의 첫 부분에, 15쪽에서 84쪽까지, 203항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교황령이 실려 있습니다. 교황 바오로 6세께서 선포하신 칙서인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의에 따라 개정 공포되는 성무일도에 관한 교황령>이라는 제목으로, 성무일도를 바치는 성직자 수도자들과 일부 신자들은 꼭 읽어보셔야 할 문헌입니다. 이 문헌을 정독하시라는 권고를 드리며, 이 문헌을 꼼꼼히 읽으시리라는 전제 하에 간단한 설명만 드립니다.
1. 성무일도의 성격
성무일도는 ‘늘 깨어 기도하라’는 그리스도의 명에 따라 교회공동체가 드리는 기도이다. 하루하루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의미에서, 정해진 시간에 이 기도를 바치기를 권고하는 것이고, 이는 그리스도인들이 기도의 정신으로 늘 깨어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또한 공동체가 이 기도를 함께 드릴 때 ‘기도하는 교회’의 참된 본질을 표현하고 증거하는 것이다. 공동체와 함께 기도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각 개인은 성무일도를 바침으로써 교회공동체의 기도에 동참하고 교회공동체와 일치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교의 기도는 ‘그리스도께서 함께 하시는’ (전례헌장 83항) 전인류 공동체가 바치는 기도이다. 따라서 성무일도를 바치는 이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교회공동체 안에서, 전인류 공동체를 포용하는 기도를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다. 그리스도와 함께 전인류의 일치를 위한 구체적이고 공동체적인 행위가 성무일도 기도이다. 교회공동체가 거행하는 최고의 기도는 미사성제이지만, 성무일도는 미사성제를 효과적으로 거행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 즉 믿음, 희망, 사랑, 신심, 자아포기의 정신을 일으키고 자라게 하는 것이고, 또한 미사성제의 효과가 하루의 여러 시간들에까지 두루 퍼지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제직무교령 5항)
2. 성무일도의 구성
성무일도의 많은 부분은 성경에서 나온 말씀이다. 성무일도의 구성은 찬미가가 맨앞에 나오고 다음에 시편이 세 편씩 뒤따르고, 그 다음 성경의 긴 독서 혹은 짧은 독서가 따르고, 독서 후에는 간단한 응송이,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청원기도와 <주의 기도>를 바치도록 되어있다. 하루의 성무일도 중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축은 아침기도와 저녁기도이다. 이는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과 하루 해가 저무는 저녁 시간을 성화시키는 기도이다.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는 위에 언급한 방식의 순서로 바치는데, 독서와 응송 후에 아침기도 때는 <즈가리야의 노래>를, 저녁기도 때는 <성모의 노래>를 바친다. 독서기도는 성경과 영적 스승들의 저서들에서 발췌한 내용을 묵상하게 해준다. 독서기도는 하루 중 어느 시간에든 바칠 수 있고, 전날 저녁에 바칠 수도 있다. 끝기도 후에 다음날 독서기도를 바칠 수도 있고 낮기도 후에 당일 독서기도를 이어 바칠 수도 있다. 독서기도 후에는 사순시기가 아닌 주일과 부활 및 성탄 팔일축제와 대축일 축일에는 <떼 데움>을 바친다. 부활대축일과 성탄대축일, 성령강림대축일의 경우에는 <전야기도>를 바치고, 다른 대축일의 경우에도 전야기도를 바칠 수 있다. 낮기도는 보통 정오에 바치는데, 전통적으로는 삼시경(9시), 육시경(12시), 구시경(오후3시)을 바치던 것이다. 하루의 시간시간을 성화시키는 성무일도의 의미를 생각하면 적합한 방식이나, 현실적인 상황으로 삼시경과 구시경을 바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끝기도는 하루의 마지막 기도이다. 끝기도 서두에는 하루 삶을 반성하는 양심성찰을 함이 좋다. 끝기도 후에는 성모찬송가를 바친다.
3. 성무일도 각 부분을 바치는 방식
찬미가와 시편은 전통적으로 노래의 형태였고, 따라서 노래로 부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음악적 성격은 보존되어야 한다. 즉, 소리를 맞추어 노래하듯이 읊는 것이 합당하다. 이런 면에서 찬미가와 시편은 성경소구나 긴 독서와도, 청원기도와 본기도와도 그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성경소구나 긴 독서는 말씀을 선포하고 듣는 체험이다. 독서 뒤에는 응송이 따른다. 응송도 찬미가와 시편처럼 노래하거나 읊는다. 청원기도는 그 성격상 찬미가나 시편이나 응송과 같은 노래 형식이 아니므로, 공동체가 함께 성무일도를 할 경우 그 성격의 차이가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 <주의 기도>는 하루에 세 번, 미사 때, 아침기도 때, 저녁기도 때 장엄하게 바친다. 마침기도는 공동체가 함께 바칠 때에는 전통규범에 따라 사제나 부제가 마침기도를 한다. 전례력의 축일 등급에 따라 장엄성에 차등을 두는 것도 대단히 합당한 일이다.
4. 현실적인 문제들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마음 한 목소리로’, ‘마음과 입을 모아’ 기도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협조와 절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모 데레사 성녀의 가르침처럼, 구송기도를 바치면서도 우리가 무슨 말씀을 어떤 분에게 드리는가를 잊지 말아야 한다. 기도의 흐름에 지나친 성급함이 없도록 소리를 맞추고, 부분부분에 적절한 침묵의 순간이 유익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공동체가 함께 기도할 때 어떤 분에게 기도를 드리는 것인지를 잊지 않는다면, 우리의 기도는 절제와 조화로 아름다움을 드러내게 될 것이고, 여러 형제자매들의 절제되고 일치된 기도소리는 교회공동체의 소리,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증거의 소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도는, 특히 성무일도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행위인 동시에,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성무일도에 참여하는 자세가 어떤가를 각자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각자의 깊은 성찰과 협조 없이는 내가 참여하는 성무일도가 온전한 일치 온전한 사랑의 표징이 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 >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룩한 독서(렉시오디비나) (0) | 2009.09.23 |
---|---|
성무일도바치기전 성프란치스코 찬미가 (0) | 2009.09.16 |
마음의 평화를 청하는 기도 (0) | 2009.09.11 |
[스크랩] 피정의 집 소개 (0) | 2009.06.22 |
예수 성심 대축일 (0) | 2009.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