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대포동2호 어떻게 볼것인가?

그린빌나 2006. 7. 4. 16:20
대포동 2호 어떻게 볼 것인가
정보판단의 자주화가 정보 자주화의 출발점
지금 북한의 대포동 2호 시험발사 움직임을 놓고 국제적으로 정보파악과 평가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북한에서 준비 중인 발사체가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2호’인가, 아니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한 우주발사체 ‘백두산  2호’인가? 액체연료의 주입이 끝났는가? 북한은 시험발사를 강행할 것인가? 만약 그것이 탄도미사일이라면 국제법에 저촉되는 것일까?

당초 미국 언론은 미 고위관리의 입을 빌어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정거리 1만 2,000~1만 5,000km에 달하는 대륙간 탄도탄(ICBM)의 시험발사를 위해 액체연료의 주입을 완료했다고 보도했었다. 우리 언론들도 이를 받아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임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북한의 대포동 2호 시험발사가 2주 이상 단행되지 않고 있자 그 이유를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번 대포동 2호와 관련해서도 일부 국내 언론은 예의 정부 비난을 퍼부었다. 미국이나 일본의 정부나 언론과 달리, 우리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취한 데 대해 ‘북한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대포동 2호를 둘러싼 정보판단의 차이

대포동 2호의 시험발사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그 실체가 무엇이냐 하는 정보판단의 차이에 있다. 그 동안 진행됐던 논란은 네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이 인공위성 발사체인가, 아니면 탄도미사일인가? 사태 초기 미국과 일본의 정부와 언론, 그리고 이를 그대로 뒤따른 국내 언론들은 처음부터 인공위성 발사체일 가능성을 배제하였다. 하지만 그 뒤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에게 대포동 2호의 정체를 밝히라며 한 발 물러섰다.

둘째, 사거리가 6,500km정도인가, 아니면 1만 2,000~1만 5,000km인가? 사거리 6,500km이면 미국 알래스카까지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고, 1만 2,000km 이상이면 말 그대로 미국 본토 대부분을 포괄하는 거리이다. 하지만 미 정찰위성 사진은 2단 발사체임을 보여주고 있어 처음부터 사거리 1만 2,000km 운운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었다.

셋째, 북한 당국이 액체연료를 주입했나? 이것은 미국 뉴욕타임스에서 맨 먼저 보도한 이후 일본과 국내의 언론이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19일 우리 정부가 맨 먼저 이를 부인했고, 그 뒤 미국 정보당국도 한 발 물러서 연료주입 여부가 확실치 않다고 밝히고 있다.

넷째, 북한의 시험발사는 1999년의 북·미간 미사일 모라토리엄 약속과 2002년 평양선언의 위반인가?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아베 일 관방장관은 미사일 시험발사가 국가간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국간 발사유예 합의가 ‘북·미 대화의 지속’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 우리별 2호에 자극받아 위성개발에 착수

그렇다면 과연 북한이 인공위성을 개발할 능력이 있는 것일까?
인공위성에 대한 북한의 관심은 1993년 무렵부터 나타나고 있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1993년에 한국의 독자기술로 제작한 ‘우리별 2호’ 개발 성공에 자극받아 조선노동당 중앙위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은 이른바 김일성 주석의 ‘유훈사업’인 셈이다.

광명성 1호 모형
그러나 북한의 인공위성 기술은 미사일 기술에 비해 매우 낙후된 것이었다. 북한은 1993년에 사거리 1,300km의 노동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지만, 조잡한 수준이나마 소형 인공위성을 완성한 것은 1998년 무렵이었다.

북한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를 끝내고 새롭게 김정일 정권의 출범을 알리기 위한 신호탄으로 1998년 8월 31일 소형 위성체를 발사하였다. ‘광명성 1호’라고 불리는 소형 위성체는 대포동 1호의 탄두부분에 실려 있었다.

지난 1998년 8월의 대포동 1호 발사에 대해, 며칠 뒤인 9월 4일  북측은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무사히 지구궤도 위에 올려놓았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 위성에서 ‘김일성 장군의 노래’가 모르스 부호 27㎒로 전송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당국이 관련 과학자, 기술자들에게 포상하며 자축하는 가운데 미 국방부 등은 북측 주장의 진위여부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북한측 주장과 달리 위성이 지구궤도를 돌고 있다는 증거가 없으며, 지상기지와 위성 간에 교신도 없었다. 이 때문에 미 하원 북한자문그룹(1999), 버뮤데즈(1999, 2001), CIA(2002), 찰스 빅(2006) 등 북한 군사전문가들은 북측이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과 연계하여 위성 발사실험을 시도했으나 소형 위성체를 탑재한 3단계 로켓이 궤도진입에 실패하여 대기 중에서 타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미·일, MD구축 계기로 활용

냉전의 종식 이후 미국이 유일 패권국으로 되었으나, 지난 2001년 9ㆍ11테러가 보여주듯이 국제 테러조직들이 미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였다. 그에 따라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지난 3월 발표된 ‘4개년 미 국방계획서’(QDR 2006)에서는 이를 ‘장기전’으로 재규정하였다.

이렇게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과 뒤이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준비 보도는 미 국민을 경악시켰다. 미국의 통제 밖에 있는 ‘악의 축’ 국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미 국민들이 볼모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반응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일본 전역이 이미 1993년과 1998년에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한의 노동미사일, 대포동 1호의 사거리 안에 들어가 있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대포동 2호가 새삼스럽게 일본의 안전을 위협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일본의 과민반응은 미사일방어(MD)의 구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중국을 자극할까 두려워 배치에 소극적이던 일본 정부도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 움직임을 구실로 주일미군에 의한 일본 주변의 MD 구축안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오는 8월 미 해군 이지스함 샤일로호가 요코스카항에 배치돼 스탠다드 미사일(SM-3)을 이용한 MD체제에 가세하게 되며, 지상발사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PAC-3)을 연내에 오키나와의 가테나 기지에 배치키로 하였다.

뿐만 아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98년부터 공동연구에 착수한 해군전구방위시스템(NTWD)에 이어 새로운 MD시스템을 도입키로 하였다. 지난 6월 7일 미 국방부는 그 동안 논란이 되었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방어성능이 개선된 스탠다드미사일(SM-3 block 1A) 9기의 판매를 승인한 것이다.

북한이 의혹 부풀리기 원인 제공

이처럼 당초 국내외 언론에서 제기되었던 북한의 대포동 2호 문제는 상당히 부풀려져 있고, 또한 미국과 일본이 MD체제를 가속화하는 데 이용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일본 정부, 그리고 미·일 언론들의 의혹 부풀리기가 전혀 근거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 상당부분은 물론 북한에게 책임이 있다.

첫째, 대포동 1호를 둘러싼 의혹이 여전히 국내외 언론의 뇌리에 남아 있다. 대포동 1호가 최종적으로 우주발사체로 판명되었다. 하지만 북측은 지구궤도 재진입에 실패해 소실되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광명성 1호’와 교신했다는 등 거짓 사실을 공표했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북측의 주장이 신뢰를 받기 어려운 것이다.

둘째, 북측이 자체적으로 인공위성을 제작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굳이 자체 발사체를 이용해 쏘아 올릴 이유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한국도 1992년에 인공위성 우리별 1호의 제작에 성공했지만, 독자적인 우주발사체를 이용해 발사하는 것은 15년이 지난 내년 10월이 첫 번째가 된다.

따라서 북측의 우주발사체 독자개발 의도가 군사용의 미사일이라는 사실을 감출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2001년에 재미 친북학자인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포기하는 대신 인공위성을 미국이 대신 발사해 주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셋째, 지난 2005년 2월 10일 북측이 스스로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만큼, 아무리 인공인성 발사체라고 우겨도 그것이 가진 군사적 성격을 감출 수가 없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제3세계 국가 가운데 가장 사거리가 길지만, 반면에 명중도(CEP)가 매우 낮다. 탄두에 고폭화약을 싣는다면 피해제공능력이 미미할 수밖에 없지만, 핵무기를 탑재한다면 불특정 다수의 미국인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한ㆍ미 간의 정보공유는 이상 없어

이번 북한의 대포동 2호를 둘러싼 국내의 논란은 과연 우리가 어느 정도의 독자적인 정보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독자적인 정보능력이 부족하다면 어느 정도 미국과 정보공유가 잘 되고 있는지 하는 데 있다.

우리 정부는 전략정보의 9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미국에게 정보를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영상정보(IMINT)의 대부분은 미국의 도움을 받지만, 신호정보(SIGINT)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특히 인간정보(HUMINT)분야는 오히려 미국이 우리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대포동 2호 발사준비의 특성상 실체 파악을 위해 미국의 영상정보가 절대적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해상도 10cm인 KH-12 위성을 갖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아리랑 1호가 제공하는 해상도 6.6m 영상정보가 고작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본이 해상도 1m의 정보위성 2기를 갖고 있는 것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ㆍ미간 정보공유는 중요하다. 한ㆍ미간의 일부 이견을 놓고 어떤 국내 언론은 정보공유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비판하는가 하면, 다른 언론에서는 왜 미국의 정보판단에 따르지 않느냐고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ㆍ미간에 정보공유에 이상이 있다는 징후는 없다. 이것은 정보공유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판단의 문제이다.

정보자주화는 정보판단의 자주화로부터

우리는 적어도 대북정보에 관한 한 미국이 갖고 있지 못한 다양한 정보자산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공유는 몰라도 정보판단까지 미국에 의존하라는 것은 너무 우리 스스로를 깔보는 자세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아무리 가까운 동맹국이라도 모든 정보를 다 주는 것이 아니고, 또한 미국의 정보판단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다.

지난 1998년에 미국이 금창리 핵시설 의혹을 제기했을 때 우리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결국 미국이 쌀 50만 톤을 제공하는 대가로 1999년에 두 차례나 사찰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전 개시도 후세인정권이 화학무기를 갖고 있는 게 틀림없다는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이처럼 한ㆍ미간의 정보공유가 중요하지만 미국의 정보판단을 과신하면서 우리의 정보판단 능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대포동 2호의 움직임에서 드러난 결과를 보면, 미국이나 일본의 정보판단보다는 우리 정부의 정보판단이 옳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우리도 정보판단을 좀더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 우리 나름의 독자적인 정보파악 능력을 갖춰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오는 7월 28일 해상도 1m급 아리랑2호 위성을 쏘아 올리게 되면 일본 정도의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미국의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을 수준까지 정보자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릴지 모른다. 그 때까지는 미국과의 긴밀한 정보공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미 정보공유가 필요하다고 우리가 정보판단까지 동맹국에게 맡기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정보의 자주화는 정보판단의 자주화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조성렬 박사 <joseon@riia.re.kr>
1958년생. 서울공대 졸,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일본 도쿄대 및 게이오대 객원연구원. 현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국제관계연구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기획실장으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정치대국 일본',  ‘북한사회, 무엇이 변하고 있는가’, '열린 세계 열린 민족', '주한미군’, '동북아질서재편과 한민족의 선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