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빈집

그린빌나 2006. 8. 1. 10:01
2004 한국
감독
나의 평가
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
영화 감상평

'빈 집에 갇힌 여자와 빈 집을 여는 남자'

태석은 오토바이를 타고 집집을 돌며 열쇠구멍에 전단지를 붙인다. 그리고 오랫동안 전단지가 떨어져 나가지 않은 집을 열고 들어가 얼마간을 살고 나온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던 태석은 어느 한 빈 집에서 멍 투성이의 한 여자를 만난다. 남편의 집착과 소유욕 때문에 피폐해지고 망가진 채로 유령처럼 살아가는 여자 선화. 하지만 태석은 그녀를 남겨둔 채 서둘러 집을 빠져 나온다.

그러나 자신을 데려가 주길 바라는 것 같던 선화의 공허한 눈빛을 떨쳐버릴 수가 없던 태석은 다시 그녀의 빈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태석은 남편의 강제적인 탐닉에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선화를 보고야 만다. 참을 수 없는 광경 앞에 태석은 그만 손에 잡힌 3번 아이언 골프채를 휘둘러 선화를 구해 도망친다.

태석이 그래왔던 것처럼 함께 전단지를 붙이고 빈집을 찾아 들며 지내는 두 사람. 새로 들르는 집마다 마치 늘 살아왔던 것처럼 어질러진 빈집을 치우고 망가진 물건들을 고쳐놓는 태석을 보며 선화는 처음으로 자신이 비어있지 않은 집에 있는 것 같은 따스함을 느낀다. 태석 역시 조금씩 웃음을 찾아가는 선화를 보며 그녀에게 점점 끌리게 된다. 액체가 섞이듯 어느 사이엔가 서로의 아픔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 어느 날, 우연히 찾아 든 빈 집에서 싸늘히 버려진 노인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 두 사람은 정성껏 장례를 치러주고 남겨진 빈 집에서 행복한 시간을 꿈꾼다. 그러나 노인의 아들이 들이닥치고 두 사람은 경찰에 연행된다. 선화의 신원을 파악한 경찰은 태석에게 납치와 살인, 무단 가택 침입이라는 혐의를 씌운다. 돈으로 형사와 깡패를 매수한 민규 앞에 처절히 무너지는 태석과 반항도 못하고 집으로 끌려온 선화. 태석은 어떻게든 선화에게 돌아가려 하고 선화 역시 태석을 찾아 지난 날의 빈 집들을 찾아 나서는데…

빈집을 찾아다니던 태석은 상처투성이의 한 여인, 선화를 만난다.
그녀가 살고 있는 그 집은 아주 커다란 집이다.
남편에게 매일 맞고 지내는 그녀는 눈자위가 퍼렇게 멍이 들고 입술이 터져버린 여인이다.
남편의 집착으로 피폐해진 한 여인이다.
마치 간음하다 들킨 여인이 예수 앞에서 구원을 기다리듯이…….
그녀는 이 집에서 자기를 데리고 나갈 사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선화는 태석과 함께 빈집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시작한다.
선화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깃들기 시작했고 밝아졌다.
이 둘의 여행에서 네 번째 집, 허름한 아파트에서 죽어가는 노인의 시체를 만난다.
이들은 시체를 잘 염해 묻어준다. 마치 태석은 자기의 죽음을 지켜보고 자신을 염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는 자신을 깨닫고 그가 발 딛고 서 있는 상상의 카오스에서 물러나야한다.
그는 감옥에 갇힌다.

감옥과 선화의 집을 교차편집으로 이어진다.
태석이 감옥에서 새 흉내를 낼 때 선화는 그들이 가장 행복했던 한옥가옥을 찾아가서 낮잠을 잔다.
감옥전체는 초현실적인 상황으로 승화하고 선화는 남편이 때리면 맞받아치기도 하고 손빨래를 하기도 하면서 태석과 선화는 변해간다. 둘은 감옥과 집에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서로 치밀하게 마지막까지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감방에서 나온 태석은 선화의 집에 온다. 그의 모습은 초현실주의적인 상황이다.
태석은 여자 뒤에 그림자처럼 나타나고 둘은 체중계에 올라가서 몸무게가 제로 상태가 된다.
마치 둘은 이제 하나인 것이다.
선화는 태석을 물리적으로 보지만 남편은 보이지 않는다.
선화는 태석과 남편과 함께 식사하면서 “사랑해요 여보 ”라고 한다.
그리고 선화는 밝게 웃으며 남편과 그리고 태석과 함께 포옹을 한다.
이는 선화가 이제 주체성을 갖추고 남편과 화해하는 선화의 자의식이다.

영화는 고독하고 외로운 한 여인, 선화의 구원에 대한 판타지이다.
태석은 선화가 끌어들인 인물일수도 있으며 그녀의 판타지이기도 하다.
비워진 인간의 마음에 성령은 찾아오셔서 머무신다.
문을 열어드리면 상처 난 우리 마음을 치유해 주시고, 정화시켜주시고 바로잡아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