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쪽지에 적어 내라고 할 때, 내 또래 아이들은 곧잘 대통령이나 과학자나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허황된 꿈을 제멋대로 펼쳐
보였는데, 나는 그것을 보며 좀 우습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점심시간에 젓가락만 하나 달랑 들고 와서는 남의 도시락을 빼앗아 먹는 아이들은
대체로 대통령이 되고 싶어 했고, 안경을 쓰고 책을 많이 읽던 아이들은 주로 과학자가 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또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던 아이들은 으슥한 학교 변소 뒤에서 돈 따먹기 놀이를 즐기던 녀석들이었지, 아마? “꿈을 위로만 꾸지 말고, 옆이나 아래로도 꿀 줄 알아야 해요.” 어린 나의 마음을 꿰뚫을 것처럼 강렬한 느낌을 주었던 이 말 한 마디를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가, 아이들이 적어 낸 장래 희망을 죽 훑어 본 뒤에 담임선생님이 하신 말씀인데, 나는 그때 별빛처럼 빛나던 그이의 눈빛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이는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의 노란 표지를 보여주면서, 위로만 오르려고 하던 애벌레가 상승의 허망함을 깨닫고 나비가 되어 날개를 달게 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꿈을 옆으로 꾸라고 권하는 어른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른들이란 자신이 못 다 이룬 것을 꿈이라는 이름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존재, 그리하여 아이들이 살아갈 시간 속에 그것을 막무가내 우겨넣는 존재라는 생각도 든다. 어른의 꿈을 대신 뒤집어쓰고 살아가는 아이만큼 불행한 아이가 없다는 것을 어른들은 왜 모를까? 등록일 : 2006.0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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