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여름, 선동열 선수의 광속구 해프닝
[오마이뉴스 박인묵 기자] 1985년 8월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후기리그 MBC청룡 대 해태타이거즈의 6차전 야간경기 때 있었던 일이다. 청룡은 고 김동엽 감독, 해태는 김응룡 감독이 맡고 있었다.
관중은 6823명이었으며 11회 연장전 끝에 2:2로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경기였다. 청룡은 신인 선발투수 정삼흠이 11회 완투하였고 해태는 선발 강만식이 5회 2:0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6회부터 선동열(당시 24세)에게 마운드를 물려주고 내려갔다.
선동열의 이 날까지의 기록은 8전5승3패였으며 프로에서 첫 등판은 이 해 7월 2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후기 1차전 경기였다. 메이저리그 진출 꿈에 부풀어 있었던 그는 병역 문제와 호남팬의 성화로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후기리그부터 해태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게 되었다. 85년 종합 성적은 7승4패8세이브, 방어율1.70 이였다.
그 당시에는 전기·후기 리그 제도가 있었다. 전기 우승팀과 후기 우승팀이 코리언 시리즈를 갖게 하는 제도다.
김동엽 감독은 길길이 뛰고... '제가 뭘 잘못했죠!'
그날 참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청룡은 9회말 2사후 주자는 3루에 있었고 타석에 선 선수는 S모 선수였다. 이때 선동열 투수의 볼이 너무나 빨라 타자들이 칠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중 선동열 투수의 슬라이더가 타자의(좌타자) 왼쪽 발 스파이크의 엄지 쪽을 살짝 스치고 Back Stop(뒷 그물)으로 빠지면서 3루 주자는 만세를 부르며 홈플레이트를 밟아 경기는 청룡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슬라이더가 너무 빨라서 주심도, 포수도, 그 누구도 스파이크에 스친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타자인 S모 선수가 주심한테 볼이 발에 맞았다고 이실직고하는 바람에 득점은 무효가 되었다. 그래서 주심은 홈을 밟고 덕 아웃으로 들어간 선수를 불러내어 3루로 되돌아가게 하였다.
타자는 Hit By Pitched Ball로(몸에 맞는 볼) 1루에 나갔지만 다음 타자가 선동열 투수의 호투로 득점에 실패하면서 연장전에 돌입하였고 결국 11회 무승부 경기로 끝났다.
MBC청룡은 다 이긴 경기를 놓쳐서 아쉬운 한판의 경기로 기록에 남게 되었다. 시치미 뚝 떼고 있었던들 누가 거짓말쟁이라고 할 것인가? MBC청룡 벤치에서는 수근거리고 난리가 났다.
더욱이 다혈질 성격인 고(故) 김동엽 감독은 화가 나서 야단법석이었고, 선수들도 덩달아서 바보같이 그랬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러나 그래봤자 지나간 버스였으며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필자는 그때 코치로 있었다. 그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도 계속 눈을 깜빡거리며 내가 뭘 잘못 했다고 그러느냐는 표정이었다. 그 선수는 경기 후 목욕탕에 가서도 필자에게 "코치님 제가 뭘 잘못 했습니까?"하고 묻기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물론 정직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가만히 있었으면 승리 할 수 있는 경기를 너무 순진하고 정직하여 1승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 선수의 정직성에 갈채를 보내야 할 것인지 아직도 필자의 머릿속에 뱅글뱅글 돌고 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날 정삼흠의 빛난 호투도 무승부로 빛이 바래지고 말았으며 다음날 경기에서도 청룡은 10회 연장전 끝에 해태에 3:2로 패하였다. 청룡의 투수 김봉근이 10회까지 혼자서 호투하였지만 지고 말았다.
이 패배가 전날의 자수로 인하여 승리를 날린 영향 때문인지 아직도 알쏭달쏭한 생각이 든다. 진실이 끝에는 승리한다. 하지만 당장에는 아픔이 따르는 고통으로 선뜻 선택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요즈음 같이 양심이 무뎌진 세상에 이 선수같이 진실 된 사람이 많으면 세상이 달라지겠지….
/박인묵 기자
관중은 6823명이었으며 11회 연장전 끝에 2:2로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경기였다. 청룡은 신인 선발투수 정삼흠이 11회 완투하였고 해태는 선발 강만식이 5회 2:0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6회부터 선동열(당시 24세)에게 마운드를 물려주고 내려갔다.
선동열의 이 날까지의 기록은 8전5승3패였으며 프로에서 첫 등판은 이 해 7월 2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후기 1차전 경기였다. 메이저리그 진출 꿈에 부풀어 있었던 그는 병역 문제와 호남팬의 성화로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후기리그부터 해태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게 되었다. 85년 종합 성적은 7승4패8세이브, 방어율1.70 이였다.
그 당시에는 전기·후기 리그 제도가 있었다. 전기 우승팀과 후기 우승팀이 코리언 시리즈를 갖게 하는 제도다.
김동엽 감독은 길길이 뛰고... '제가 뭘 잘못했죠!'
그날 참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청룡은 9회말 2사후 주자는 3루에 있었고 타석에 선 선수는 S모 선수였다. 이때 선동열 투수의 볼이 너무나 빨라 타자들이 칠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중 선동열 투수의 슬라이더가 타자의(좌타자) 왼쪽 발 스파이크의 엄지 쪽을 살짝 스치고 Back Stop(뒷 그물)으로 빠지면서 3루 주자는 만세를 부르며 홈플레이트를 밟아 경기는 청룡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슬라이더가 너무 빨라서 주심도, 포수도, 그 누구도 스파이크에 스친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타자인 S모 선수가 주심한테 볼이 발에 맞았다고 이실직고하는 바람에 득점은 무효가 되었다. 그래서 주심은 홈을 밟고 덕 아웃으로 들어간 선수를 불러내어 3루로 되돌아가게 하였다.
타자는 Hit By Pitched Ball로(몸에 맞는 볼) 1루에 나갔지만 다음 타자가 선동열 투수의 호투로 득점에 실패하면서 연장전에 돌입하였고 결국 11회 무승부 경기로 끝났다.
MBC청룡은 다 이긴 경기를 놓쳐서 아쉬운 한판의 경기로 기록에 남게 되었다. 시치미 뚝 떼고 있었던들 누가 거짓말쟁이라고 할 것인가? MBC청룡 벤치에서는 수근거리고 난리가 났다.
더욱이 다혈질 성격인 고(故) 김동엽 감독은 화가 나서 야단법석이었고, 선수들도 덩달아서 바보같이 그랬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러나 그래봤자 지나간 버스였으며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필자는 그때 코치로 있었다. 그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도 계속 눈을 깜빡거리며 내가 뭘 잘못 했다고 그러느냐는 표정이었다. 그 선수는 경기 후 목욕탕에 가서도 필자에게 "코치님 제가 뭘 잘못 했습니까?"하고 묻기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물론 정직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가만히 있었으면 승리 할 수 있는 경기를 너무 순진하고 정직하여 1승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 선수의 정직성에 갈채를 보내야 할 것인지 아직도 필자의 머릿속에 뱅글뱅글 돌고 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날 정삼흠의 빛난 호투도 무승부로 빛이 바래지고 말았으며 다음날 경기에서도 청룡은 10회 연장전 끝에 해태에 3:2로 패하였다. 청룡의 투수 김봉근이 10회까지 혼자서 호투하였지만 지고 말았다.
이 패배가 전날의 자수로 인하여 승리를 날린 영향 때문인지 아직도 알쏭달쏭한 생각이 든다. 진실이 끝에는 승리한다. 하지만 당장에는 아픔이 따르는 고통으로 선뜻 선택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요즈음 같이 양심이 무뎌진 세상에 이 선수같이 진실 된 사람이 많으면 세상이 달라지겠지….
/박인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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