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은 어떤 성서인가요?
히브리어 성서에서는 첫 구절(1,1; 10,1; 25,1)을 따라 책의 이름을 “솔로몬의 잠언들”(미쉴레 쉴로모)라고 불렀어요. 그리스어 칠십인 역 성서는 금언 모음집이라는 의미에서 “파로이미아이”라 불렀구요. 라틴어 불가타 성서는 “프로베르비아”라 이름지었는데, 여기서 영어 이름 “프로버브”가 나왔지요. 우리말 성서 이름 “잠언”은 중국어 성서 이름 “箴言”에서 유래하였어요. 잠(箴)은 병을 고치는 데 쓰는 ‘침(鍼)’을 뜻하기도 하여, 잠언은 침과 같이 톡 쏘면서 생명을 주는 짧고 소중한 가르침이란 의미를 담고 있지요.
누가 썼나요?
유다 전승에 따르면 잠언은 솔로몬이 쓰고 히즈키야가 편집했다고 해요. 솔로몬은 삼천 가지 잠언을 지었고(1열왕 5,12) 가장 지혜로운 왕으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죠. 그러나 실제로 솔로몬이 잠언의 일부를 썼을 가능성은 크나 전체를 썼다고 볼 수는 없어요. 아마도 잠언을 쓰고 수집해서 편집한 이들은 이스라엘의 현인들이라고 불리던 ‘서기’들일 거예요. 그러면서도 이 책을 솔로몬 왕의 권위 아래에 둠으로써 하느님으로부터 온 계시로 받아들이게 되었죠.
언제 쓰여졌나요?
우리의 속담이 그렇듯, 지혜문학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기에 시대적 배경을 추정하기가 매우 곤란하죠. 잠언은 가정과 부족에서 차츰 생겨난 생활의 지혜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다가 왕조시대에 들어와 몇 차례에 걸쳐 한데 모아졌어요. 특히 외국과의 왕래가 빈번해지고 외국의 지혜문학 등이 적극적으로 도입된 솔로몬 시대가 기폭제 역할을 했을 거예요.
이렇게 모아진 잠언이 현재와 같은 꼴을 갖추게 된 때는 대략 기원전 6세기 말에서 5세기 초로 짐작되고, 최종적으로는 기원전 2세기경에 앞의 표제가 붙어져 완성되었다고 여겨집니다.
왜 썼나요?
고대 근동국가에서는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갖가지 금언이나 충고, 권고 등이 중요시되었고, 이런 것이 여러 작품으로 모아져 있었어요. 대표적인 것으로 수메르의 “슈룹파크의 지혜서”와 이집트의 “아메넴오펫의 지혜”을 꼽을 수 있지요. 잠언의 일부가 이 책들의 내용과 퍽 비슷한 데서 드러나듯, 이스라엘은 주변국가의 지혜문학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신들의 전통적인 신앙체험 안에서 그들 나름의 지혜문학을 발전시켰지요.
우주의 질서에 순응하는 길이 지혜라고 하면서도 다분히 실리적인 측면에서 설명한 주변국가와 달리, 이스라엘은 지혜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선물로 여겨 신앙과 연결시켰지요. 즉 이스라엘은 지혜의 핵심을 “하느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파악했던 거죠(잠언 1,7; 9,10; 15,33). 인간의 지혜는 한계가 있으며 오로지 하느님의 지혜만이 최고 최선의 지혜라는 깨달음이죠. 따라서 하느님의 자녀들이 이 지혜를 깨달아 그분께서 기뻐하시는 옳은 길을 택하여 복을 받으며 살 수 있기를 바라며, 이런 지혜의 글을 묶은 것이 잠언이라 볼 수 있어요. 잠언을 시적인 글로 두 행씩 대구법으로 구성한 것도 잘 기억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요.
<새김과 나눔>
우리말 속담과 잠언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찾아 봅시다. 가훈(家訓)과도 비교해 봅시다.
무엇이 옳고 바른지
(잠언 1-24장)
머리글과 지혜시(1,1-9,18)
잠언이 쓰여진 목적이 무엇인지 적어 보십시오(1,2-4).
아마도 잠언 가운데 가장 늦게, 포로기 이후에 형성되었다고 여겨지는 이 대목은 첫머리에서 잠언이 기술된 목적과 동기를 밝힙니다. 즉 사람을 깨우쳐 무엇이 옳고 바르며 떳떳한지 헤아리게 하려는 것이 잠언의 목적이지요. 지혜는 ‘숨은 보화’요 야훼께서 주시는 선물로서 “생명의 나무가 되고”(3,18; 4,22) 행복을 주니 있는 것 다 주고라도 지혜를 얻도록 권고해요.
반면에 지혜가 없는 악인들의 길은 멸망으로 끝나니, 탕녀를 조심하고 간음하지 말 것을 간곡히 호소해요. 또 일반적인 지혜문학의 가르침대로 함부로 보증서지 말 것과 게으르지 말 것을 가르쳐요. 이러한 것은 모두 하느님께서 싫어하시는 일이지요(6,16-19).
끝부분에서 하나의 인격체로 묘사된 지혜가 사람들 에게 바른 판단력과 예지와 능력, 재산을 안겨 줄 수 있다고 초대하지요(8,1-21). 구미가 당기신다구요? 그 지혜의 근본은 “야훼를 두려워하여 섬기는 것”이고 “거룩하신 이를 깊이 아는 것”이랍니다(9,10). 너무나 평범하고 상식적이라구요? 성서의 지혜는 어떤 비법(秘法)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은총이지요. 다만 사람들이 그대로 충실히 따르지 않는 게 문제죠.
지혜는 창조 이전부터 있었으며(8,22-31) 하느님은 지혜를 가지고서 세상을 만드셨다(3,19)고 지혜의 중요성을 강조해요. 후에 신약시대에 와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 창조 이전부터 계셨던 하느님의 지혜(1고린 1,24)로 보았죠.
솔로몬의 첫번째 잠언집(10,1-22,16)
의인과 악인의 길은 각각 어떻게 끝납니까?
(11,19.30; 12,28)
우리가 흔히 잠언 또는 속담이라 할 만한 짧은 경구들이 이제사 쏟아져 나옵니다. 서로 대조적인 모습을 두 행으로 표현한 이 잠언집은 아마도 솔로몬 시대까지 올라가는 가장 오래된 잠언들이라고 해요. 일정한 순서도 없이 각 절마다 독립적으로 제각기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지요. 물론 지혜는 올바르고 유익한 생활을 하도록 인도하지만 어리석음은 불행으로 이끔을 서로 대조시켜 지혜를 깨닫고 실천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바탕을 이루고 있지요. 그 바탕의 근본은 참다운 지혜와 올바른 윤리생활의 기준은 바로 야훼 하느님이시며, 그분은 의인을 도와주시고 악인은 벌하신다는 하느님의 정의를 믿는 이스라엘의 신앙이구요.
현자들의 말(22,17-24,34)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교훈의 핵심은 무엇입니까?(23,17-18)
이스라엘의 현인들이 들려주는 이 잠언들은 매우 일반적인 금언의 성격에 잘 맞습니다. 특히 앞부분(22, 17-23,14)은 이집트의 아메네오펫의 지혜와 상당히 비슷하여 밀접한 관계가 있었음을 보여 주지요. 그 뒤에는 아들에게 주는 어버지의 가르침(23,15-35)과 여러 가지 생활 규정들이 이어집니다. 내용들은 상당히 일반적인 교훈을 야훼신앙에서 정리한 금언들이지요.
사람은 이웃과 비비대며 살아야(잠언 25-31장)
솔로몬의 두 번째 잠언집(잠언 25,1-29,27)
내 마음을 비추어 주는 것은 무엇입니까?(27,19)
이 부분은 유다 왕 히즈키야(기원전 700년경 재위)가 현인들을 시켜 모은 솔로몬 왕의 잠언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앞에 나온 솔로몬의 잠언집과 비슷한 문체와 내용으로 짜여졌지요. 특히 28-29장의 잠언들은 첫번째 잠언집(10-22장)에 나오는 잠언들처럼 대조법을 자주 사용하며 짧습니다. 그러나 25-27장에 나오는 잠언들은 좀더 길며 비유법을 많이 씁니다. 왕의 도리와 법률 처리, 말조심할 것, 우둔한 자와 게으름뱅이에 대한 경고, 교육의 중요성 및 갖가지 경우에 대한 짤막한 잠언들이 등장해요. 그러는 가운데 인과응보의 원칙과 함께 하느님만이 인간의 권리를 지켜주시고 돌보아주신다고 가르칩니다(29,25-26).
아굴의 잠언(잠언 30,1-14)
아굴이 하느님께 청한 두 가지 바람은 무엇입니까?(30,7-9)
아굴은 북아라비아에 사는 이스마엘 부족인 마싸 사람으로 소개됩니다만, 잠언의 내용은 상당히 이스라엘적입니다. 아굴은 하느님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지 못했음을 겸손하게 고백하며, 하느님을 잊거나 신성모독을 하지 않도록 정직한 말과 생활필수품만을 하느님께 청하지요.
숫자를 이용한 잠언들(잠언 30,15-33)
히브리 숫자를 자연 및 동물과 풍자적으로 연결시켜 올바른 생활로 용기있고 정직하게 살아갈 것을 일깨우고 있어요.
르무엘 어머니의 잠언(잠언 31,1-9)
마싸의 왕인 르무엘에게 주는 그의 어머이의 교훈이지요. 동양의 임금들이 일반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행 및 술과 여자에 대해 조심할 것,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의 권리를 옹호할 것을 가르치고 있지요.
현숙한 아내(잠언 31,10-31)
참으로 칭찬을 받는 여인은 어떤 여인입니까?(31,30)
잠언의 마지막은 훌륭한 아내가 받는 보답을 다루고 있어요. 우리말 성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 잠언을 이루고 있는 22개 구절은 히브리어의 알파벳 철자의 순서대로 시작되지요. 이 대목은 여자, 특히 안주인이 하는 일에 대한 존경이 가득 담겨 있어요. 그 여인은 부지런하고 경제생활도 지혜롭게 잘 처리하지만, 그보다 더 훌륭하게 평가받는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자비(20절), 지혜로운 말과 친절한 가르침(26절), 무엇보다도 야훼 하느님을 경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여인에게는 보답으로 큰 복이 주어지지요. 이는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지혜로운 이에게 주어질 보답이 이러하다는, 잠언의 맺음말격이지요.
<새김과 나눔>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처세의 가르침, 나이든 분들이나 위인들의 가르침과 잠언의 가르침을 나름대로 비교하여 보십시오. 참된 지혜는 어디에서 오는지 발표하여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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