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스크랩] 신년특별기획-사회양극화를 넘어 1

그린빌나 2007. 1. 3. 13:28
“이웃집 사교육비가 우리집 월급”
  신년 특별기획-사회 양극화를 넘어<사교육편>

 

 

  사교육은 스트레스의 ‘화신’
그렇지만 스트레스도 ‘운명’


2007년의 새해가 밝았고, 어김없이 학생들은 겨울방학을 맞이했다. 방학을 앞두고 학교 선생님들은 대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방학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성적 올리기에는 방학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

선생님이 제자에게 틀린 말을 할 리 없어 가슴에 새긴다. 모처럼 집에 일찍 가 점심을 먹으려고 하니 숟가락 들기도 전에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이번 방학 때 수학 다잡아 하고, 논술도 슬슬 준비하자” 어머니가 아들에게 틀린 말을 할 리 없다. 그런데 가슴이 좀 답답해진다. 친구 녀석은 또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한다.

“학원 등록하러 가자” 아... 스트레스...

사교육 때문에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가 클까, 부모가 받는 스트레스가 클까? 입시가 전쟁이라면, 사교육은 전장(戰場)이다. 공교육인 학교는 더 이상 입시의 전쟁터가 아니다.

이제 학생들은 학원과 과외를 통해 실력을 쌓고, 전쟁의 승패를 판가름 짓는다. 부모들도 대체로 ‘사교육을 많이 받으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이가 전장에 자주 나갈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그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스트레스는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 못지않게 크다. 그래서 형편이 안 되는 부모들은 아이가 고독한 전투를 하고 있는 것 같아 그저 안쓰럽고 미안할 따름이다.

반면 탄탄한 경제력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 부모들의 마음은 그나마 좀 편하다고 정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하는 게 많으면 기대와 집착도 커지기 마련이다. 아이의 성적이 올라가면 덩달아 더 많은 사교육을 시키게 되고, 아이의 성적이 나쁘더라도 달리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교육비는 더 늘어나고, 또 아이와 부모의 스트레스는 가중되며, 사교육 양극화도 심화된다.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판가름 나는 사교육이 두 갈래로 뚜렷이 나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이자 심각한 병폐다.

극과 극의 세계, 사교육
170만원과 33만5천원의 간극


남구 신정동의 M아파트에 사는 중학교 2학년 형수(가명)와 초등학교 4학년 형은(가명)이는 학기 중보다 방학이 더 바쁘다. 먼저 형수는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10시30분까지 인근 입시학원에 간다. 중3 대비 종합반에 등록해 국·영·수를 배우는 형수는 학원에서 2시간 수업을 듣는다. 수업이 끝나면 형수는 친구들과 점심을 사먹고 난 뒤 학원에서 2~3시간 동안 자율학습을 한다.

입시학원에서 나온 형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논술수업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평일에 1번, 토요일에 1번 하는 논술학원의 수업은 오후 4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이어진다. 논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씻고, 저녁식사를 하면 어느덧 밤이다. 그래도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유독 수학이 약해 낭패를 본 형수는 8시부터 일주일에 2번 2시간씩 수학 과외를 해야만 한다.

형수보다 더 바쁜 것이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형은이다. 형은이는 일단 아침부터 수영을 배우러 스포츠센터에 간다. 1시간 동안 수영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침을 먹고 바로 입시학원으로 향한다. 형은이는 학원에서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을 배우고 있다. 학원에서 돌아오면 어느덧 점심시간.
점심을 먹은 뒤에는 피아노 학원에 간다. 여자 아이다 보니깐 피아노를 재밌게 배우는 편이고 진도도 잘 나간다. 오후 3시가 되면 일주일에 3번 수업이 있는 영어전문학원에 간다. 영어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한 뒤에는 논술학원에 가거나 영·수 과외를 받는다. 논술수업과 과외는 격일로 해 일정이 겹치지 않는다.

형수네 아버지는 대기업인 S사의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버지의 월수입은 대략 600만원. 여기서 애들 사교육비로 지출되는 돈은 월 170만원이다. 이에 대해 형수의 어머니는 “방학이라서 둘째가 좀 과한 면도 있지만 우리보다 더 비싸게 시키는 집도 수두룩하다”며 “아이들이 하는 만큼 성적도 오르고 자신감도 찾고 있어 계속 시킨다”고 전했다.

남구 야음동에 사는 중학교 1학년 영철(가명)이와 초등학교 4학년 영호(가명)네는 가정형편이 어렵다.
아버지는 사고로 실직을 한 뒤 일용직에 나가고 있어 수입이 일정치 않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을 한다. 영철이네의 월소득은 150만원~200만원. 아버지의 근무 횟수에 따라 수입차가 크다. 그러나 영철이는 이번 방학 때 난생 처음으로 입시학원에 다니기로 했다. 동생 영호는 평소처럼 태권도학원에 나가고, 수학을 못해서 학습지를 받기로 했다. 또 무상인 사회복지센터공부방에 나가 보충학습을 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영철이네의 사교육비는 월 33만5천원.

사교육 상대적 박탈감, 출구 있나?

형수네는 사교육비로 170만원을 썼고, 영철이네는 33만5천원을 썼다. 형수네의 사교육비는 영철이네의 월수입과 비슷하고, 영철이네 자녀 2명의 사교육비로는 형수네 자녀 1명의 사교육비도 감당하지 못한다.

대기업이 많아 평균소득이 높은 울산이지만, 실업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저소득층들은 더 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특히 사교육비는 그 간극을 점점 벌려놓고 있으며, 계층의 벽을 두텁게 쌓아가고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학력위주의 사회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사교육 바람이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다”며 “그래도 사교육비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논술을 학교수업의 본궤도에 올리는 등 공교육의 발 빠른 대처와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시작되는 올 한해, 우리 공교육의 혁신과 분전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본다.

정필문기자 / 이수열기자(사진/그래픽)



논술, 일주일에 “800만원 달라”



중구 서동에 거주하는 K씨. 얼마 전 딸이 서울대 논술시험을 치고 왔다. 딸은 시험을 친 후 “문제가 너무 어려워 진땀을 뺐다”고 말했고, 안타깝게도 합격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K씨는 각종 언론을 통해 서울대 논술은 대학원생도 풀기 어렵다는 것을 익히 들어왔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 10명 중 5명이 획일적인 답을 기술해 줄줄이 낙방했다는 소식도 들어 학원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땅히 방법이 없었다. 학교 논술교육은 지극히 제한적이었고, 남들 다한다는 사교육을 딸에게만 안 시키려니 불안하고 미안했다.

그래서 논술 시험을 앞두고 딸을 뒤늦게나마 학원에 보내려고 울산 지역의 논술학원을 물색해봤지만, 마땅찮은 학원이 없어 결국 부산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부산의 유명한 논술 과외교사가 한다는 소리가 “하루 8시간씩 집중교육을 해줄 테니 일주일에 8백만원을 달라”였다.

그 말을 들은 K씨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딸을 생각해서라면 과외를 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일주일에 8백만원은 도를 넘어선 액수였다. 어려운 살림살이는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8백만원은 버거웠고, 그 돈을 주고 배운다고 해서 서울대에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또 과외교사의 역량이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렇게 큰 액수를 요구하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결국 K씨는 딸을 부산으로 보내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만약 K씨의 딸이 부산에 갔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 기사작성일 : 2007-01-02 09:42:49
 울산종합신문(www.ujnews.co.kr)
출처 : 시사
글쓴이 : 임동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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