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성경속의 동식물

24 - 생명과 불멸의 상징 호두나무

그린빌나 2007. 2. 6. 10:40
24 - 생명과 불멸의 상징 호두나무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사진설명)
생명과 불멸의 상징인 호두나무.

 

 

과실 모양이 사람의 뇌와 닮아 호두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임산부가 먹으면 머리가 좋은 아이를 낳는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호두는 단백질과 지방질이 풍부하며 피부에 좋은 무기질과 비타민 B쐜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호두의 지방산은 모두 불포화지방산이어서 성인병 예방, 동맥의 탄력과 유연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호두나무는 나무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목재의 하나로 손꼽히고 종교 의식에도 사용했다. 호두나무는 잎이나 기름, 목재에서 향기가 나서 훈향제로 태웠다. 호두유는, 올리브유에는 다소 뒤지지만, 유럽에선 식용은 물론 비누 제조에 널리 쓰인다. 또한 유화의 물감, 화장품, 향료, 피부병에도 사용한다.

 

딱딱한 껍질로 둘러싸인 호두는 예로부터 생명과 불멸의 상징이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결혼식에서 좌석 주위에 호두를 뿌렸다. 지금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결혼식에서 아들 딸을 많이 낳으라는 의미로 신랑 신부에게 호두를 던진다. 요즘 결혼식장에 가보면 신랑 신부가 퇴장할 때 폭죽을 터뜨리고 꽃과 색종이, 쌀을 던지곤 하는데 이런 것들도 호두를 던지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매년 11월1일 모든 성인 대축일에 젊은 남녀가 함께 모여 파티를 즐기는데 이때 호두로 사랑 점을 치는 풍습이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활활 타는 불에 호두를 던져 터지는 정도에 따라 상대방도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점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중세 시대 사람들은 호두나무에 악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호두나무에서 유독 물질이 분비돼 주변 식물을 말려 죽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호두나무는 높이가 20m에 달하고 가지는 굵으며 사방으로 퍼진다. 녹음이 짙은 나무라서 나무 밑이나 주위에는 다른 식물이 햇볕을 받지 못해 살 수 없고 말라죽는다.

 

중세 시대 사람들은 호두나무를 막대기로 두들기면서 주문을 외우면 그 가지에 있는 악마가 쫓겨나 수확이 많아진다고 믿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은 호두나무를 두들길 때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기에 열매가 잘 열리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믿음으로 러시아에서는 '개와 마누라와 호두나무는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잘된다'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서는 성적 차별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호두가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는 것은 약 700년 전 고려 중엽에 류청신이라는 사람을 통해서이다. 그가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올 때 호두나무 묘목을 갖고 와서 천안 지방에 심었다. 그래서 지금도 천안 지방에는 호두나무가 많고 '호두과자'하면 천안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대추야자나무 새싹을 보려고 포도나무가 꽃을 피웠는지, 석류나무가 봉오리를 맺었는지 보려고 호두나무 정원으로 내려갔네.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암미나딥의 병거에 올라타게 되었네"(아가 6,11-12).

 

성경에서 호두나무는 아가서에 단 한 번 언급된다. 이 때문에 한때는 호두나무가 아가서 솔로몬의 노래에 나오는 이 동산에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스라엘 여러 곳에 호두나무가 자라고 있고 예루살렘 동부에는 '호두나무 골짜기'라고 불리는 곳도 있다.

 

유럽에는 성모 마리아가 베들레헴으로 가는 도중에 비를 만났는데 호두나무 잎이 비를 막아 주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는 첫날밤에 신혼 부부가 호두를 불 속에 던져서 조용히 타면 결혼 생활이 평탄하고, 튀면 싸움이 일어난다고 점을 치는 풍습도 있다고 한다. 성경에도 아가서에만 호도나무가 등장하고 많은 나라에도 부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아 호도나무는 사랑의 나무임에 틀림없다.

 

[평화신문, 제896호(2006-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