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화물영상검색기

그린빌나 2008. 4. 23. 10:06

부산세관은 13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설명회를 열고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한미 SFI(Secure Freight Initiative·화물안보구상) 협약을 맺고 핵 및 방사능 물질에 대한 검색이 가능한 화물영상검색기를 부산 감만부두 허치슨터미널에 시범 설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검색기는 컨테이너 트럭을 향해 특수 빔을 쏘아 핵 및 방사능 물질을 가려낼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첨단 기기로 1대당 가격이 250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검색은 미국행 화물에 대해서만 이뤄진다. 

 

이미 검색기는 국내에 들여와 설치작업 중이며, 운영을 위해 미국 국토안전부 및 에너지부 직원 5명도 파견돼 있다. 미국 화물영상검색기의 부산항 설치는 지난해 미국 정부의 요청을 한국정부가 수용한 데 따른 것으로 오는 4월 초 부산항 허치슨 부두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SFI(Secure Freight Initiative·화물안보구상)

 

미국은 '9·11 테러 대책위원회 권고 이행법률'을 제정하여 2011년 외국으로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컨테이너 화물에 대하여 선적 전 화물에 대한 사전검색을 의무로 했다.

 

이에 따라 SFI를 거치지 않은 화물에 대해서는 미국 현지에서 통관지연, 통관불허 등의 조치를 취한다.

 

SFI는 항만보안법(Safe Port Act : 06.6.13 발효)과 함께 추진해온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현재 영국 사우스햄프턴, 파키스탄 콰심, 온두라스 프에르토코르테즈항 4개항에 운영중이며 부산, 싱가포르, 살라다(오만)의 3개항이 운영 준비 중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관세청의 안병옥씨 등 우리 정부 측과 미국의 한스 라이트먼(미국관세국경보호국)씨 등 미 정부 관계자는 "한 번 통과할 때 피폭량이 0.000008밀리시버트로 1년 동안 10만 번 이상 통과할 때 일반인의 연간 선량 한도에 달한다"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부산에서 SFI를 통해 검색절차를 마치면 미국에서 재차 검색을 하는 경우는 없으나 SFI 검색을 하지 않고 수송된 화물에 대해서는 미국이 통관 불이익을 가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검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화물연대 전창갑 부산지부장은 "아무리 적은 피폭량이라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며 "현재 부산항 4곳에서 실시되는 X-레이 검색의 경우에도 피폭 때문에 운전자가 하차하고 있다"며 정부의 SFI 운영에 반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암에 걸리면 누가 책임을 질 거냐"며 "일본과 중국 등도 불참하고 있는데 왜 하필 한국 노동자들이 생명을 담보로 시범사업에 뛰어들어야 하냐"며 정부를 질타했다.  

 

실제 이미 미국 동부 항만의 일부 운수근로자들은 검색을 기피한 사례가 있어 화물연대가 집단으로 검색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심각한 물류차질 예상

 

지난해 감만부두 허치슨터미널에서 처리한 미국행 화물은 부산항 전체(112만 TEU)의 30%에 가까운 30만 TEU나 돼 화물 사전검색으로 체화 현상은 물론 파행적 터미널 운영마저 우려되고 있다.

 

허치슨터미널에는 월·화요일, 금·토·일요일 등 특정 요일에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이 몰려 있어 화물 사전검색에 따른 항만 체화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운항 일정에 맞추려면 입항·대기 중인 선박에 화물을 선적, 출항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24시간 이내에 마쳐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게다가 검색기 고장이나 작동 오류 등이 발생하면 체증은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터미널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검색하지 않고 선적하기로 협의는 해둔 상태"라며 "하지만 검색 없이 수송된 화물에 대해 미국이 통관 불이익을 가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허치슨터미널 관계자는 "심각한 체증으로 인해 100% 검사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우리로선 어쩔 수 없다. 그냥 배에 실어야 한다"며 "그 다음 문제는 정부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가 소속된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운수노조 위원장 김종인)은 1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고 미국의 안보를 위해 한국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하며 통관불이익이라는 미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것은 MD(미사일방어체계)구상의 연장이고 굴욕적 한미FTA의 또다른 측면이라며 검색거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덧붙이는 글 | 정호희 기자는 화물연대 사무처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