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생명은 기적이며 축복-법정스님

그린빌나 2008. 4. 24. 10:45
법정 스님, 공개 비판 "내륙도시에 항구도시 환상 심는 건 속임수 反자연적 계획 사전에 막는 게 우리의 의무"

"우리 국토는 우리의 영혼이며 살이고 뼈입니다. 또 후손에게 물려줄 신성한 땅입니다. 물류와 관광을 위해 대운하를 건설한다는 것은 국토에 대한 무례이고 모독입니다."

법정

↑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法頂) 스님이 한반도대운하 계획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법정 스님은 20일 오전 서울 성북동 길상사(주지 덕조 스님)에서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봄 정기 법문을 자신의 건강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는 "70여 년간 이 몸을 끌고 다니다 보니 부품이 삐걱대서 정비공장에 다녀왔다"며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살아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생명은 기적이며 축복"이라며 "땅과 함께 살아온 농경사회를 벗어나면서 생태계가 위협당하고 전국 방방곡곡 성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이날 '무모하고 망령된 생각' '반(反)자연적 계획' '큰 재앙'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대운하 계획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길상사 뜰에서는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는 사진전과 서명운동도 벌어졌다.



법정 스님은 "살아 있는 강은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며 "물줄기를 직선으로 만들고 웅덩이를 파고, 강가를 콘크리트로 막으면 살아 있는 강이 아니다"고 했다. 법정 스님은 또 "문경이나 상주가 부산 같은 항구도시가 될 것 같은 환상을 심는 것은 비열한 속임수"라며 "세계적으로 운하는 사양산업이며 관광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불친절, 고물가, 외국어 소통능력 부족 등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무모한 일이 우리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데 지켜보고만 있다면, 우리는 정권과 함께 국토에 씻을 수 없는 범죄자가 될 것"이라며 "사전에 막아야 하는 것이 신성한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한때 '중병설'이 돌았던 데 대해 "치료 중에 구토가 일어나 50일간 거의 단식을 했더니 한때 50Kg 미만으로 뼈만 앙상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회복됐다"며 "크게 앓고 나니 모두가 고맙고, 나를 둘러싼 모든 사물까지도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의 '중병설'에 대해 제자인 덕조 스님은 "지난 연말 퇴행성 목디스크와 천식 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못하신게 중병설로 와전됐다"고 설명했다.

법정 스님은 "그날 그날, 하루 하루 후회 없이 잘 살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내일을 기약하지 말고 살아 있는 이때 인간관계의 매듭을 잘 풀고 마음을 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