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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최고타자 3인방

그린빌나 2008. 9. 23. 11:07

[SC매거진] 이승엽-추신수-김현수...타격 스타일 분석

 이승엽, 추신수, 김현수는 빼어난 좌타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타격 스타일에선 확연하게 다르다. 한 눈에 봐도 타격폼이 다르다. 기본 신체조건에서 차이가 나고 스윙 궤적이나 하체 움직임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들 세 타자는 모두 자신만의 두드러진 장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머리로 친다-게스 히팅의 이승엽

 '공 보고 공 치기'의 반대 개념으로 '예측 타격(guess hitting)'이란 게 있다.

 신이 아닌 이상, 100% 공을 본 뒤 칠 수 있는 타자란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타자들은 예측 타격이 일단 기본이다.

 예측 타격을 '노림수'라고 표현하면 '스트라이크존의 절반을 버린다'는 의미가 돼버린다. 뭔가 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 그보다는 '수싸움'이라 표현돼야 한다. 투수와의 지략 대결을 통해 '절반을 찾아가는 능력'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국내외를 통틀어 예측 타격의 일인자다.

 97년 홈런 32개로 첫 타이틀을 차지한 뒤 전형적인 홈런타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거쳐왔다. 손목과 허벅지 근력 강화가 계속됐다. 허리와 힙의 간결하면서 강력한 턴에서 비롯되는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스윙은, 임팩트 때 타구를 살짝 들어올린다는 이승엽 특유의 기술과 더해져 숱한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승엽은 근본적으로 배트스피드가 출중한 타자는 아니었다. 맞히는 능력이 그다지 빼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큰 선수가 된 것은 바로 수싸움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또한 일단 맞혔을 때 타구에 운동에너지를 전달하는 신체 메커니즘을 피나는 노력을 통해 개발해왔다는 점이다.

 ▶탈이 좋다-중심이 확실한 추신수

 허영만 화백 작품인 '타짜'에선 '탈이 좋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타짜'에게 필요한 이 덕목은 실은 타자에게도 절실한 능력. 추신수는 '탈이 좋은' 타자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Xports 송재우 해설위원은 " 추신수는 공을 맞히는 능력만 놓고 보면 김현수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폼을 지킨다는 장점이 있다 " 고 평가했다. 이같은 강점은 평소 스윙 패턴에서 드러난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추신수는 자기 스윙을 하는 타자라는 게 송재우 위원의 설명. 컨디션이 좋을때나 나쁠때나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안타 생산력이 높아졌다. 송재우 위원은 " 추신수는 파워면에선 김현수와 이승엽의 중간 부분에 있지만, 타격폼은 가장 흔들림이 없는 것 같다 " 고 견해를 밝혔다. 

 ▶눈으로 친다-배트 컨트롤의 김현수

 김현수는 타격폼이 매우 잘 흐트러지는 타자다. 본인이 예측하지 못했던 코스로 공이 들어오면 어김없이 춤추듯 타격폼이 허물어진다.

 의아한 건 그러면서도 잘 맞힌다는 점이다. 타격폼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배트 궤적을 변화시켜 공을 맞히고, 또 그걸 안타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셋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김현수가 '배트 컨트롤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듣는 건 이같은 모습 덕분이다. 김현수의 경우, 단순히 손으로만 방망이를 컨트롤하는 게 아니다. 그에 앞서 눈이 좋다. 자신에게 주어진 존(zone)의 어느 언저리로 공이 날아오는지를 재빨리 캐치해 그 신호를 손으로 보내고, 이어 방망이가 궤적을 바꾸게 된다. 설령 예측에 어긋난 공이 날아와도 대처 능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출처 :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