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야기

오늘밤 술자리에선 무엇을 외쳐 볼까요?

그린빌나 2008. 10. 17. 17:53

모처럼 모이는 회식, 괜찮은 건배사 하나가 분위기를 돋워줍니다. 그런데 이 건배사에도 유행이 있고 세태가 반영됩니다. 세대와 직종 따라 재미있는 독특한 건배사도 많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건배사들 많이 들어보셨나요? 지난해 말부터 유행을 탄 ‘원더걸스’가 대표적입니다. ‘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는 뜻이죠. 술을 강요하는 문화를 싫어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생각을 보여주는데, 요즘 한창 뜨고 있는 10대 그룹 원더걸스의 인기와도 무관하지 않겠죠.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기자)’, ‘메아 쿨파’와 같은 라틴어 건배사도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메아 쿨파’는 ‘내 탓이오’라는 라틴어인데요, 업무 과중에 시달리느라 남 탓하기 쉬운 일상을 돌아보자는 의미입니다.

직장인들의 심정을 담은 다른 건배사로는 ‘당신멋져’도 있습니다.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며 살자’의 줄임말입니다. 아등바등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져주기도 하면서 즐겁게 일하자는 뜻이어서 직장인들한테 호응이 크다고 합니다. ‘원더걸스’처럼 술을 짧게, 또 적당히 마시려는 분위기를 담은 또다른 건배사로는 ‘초가집’이 있습니다. ‘초지일관, 가자, 집으로’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2차, 3차 길게 술자리 이어가지 말고 짧게 마시고 일찍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하겠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건배사의 지존은 ‘위하여’죠. 술자리에 따라 여러가지 버전이 있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시죠? 고려대 동문들은 ‘위하여’ 대신 ‘위하고’를, 연세대 동문들은 ‘위하연’ 또는 ‘위하세’를 외친다고 합니다. 서울시청 공무원들은? 회식 자리에서 ‘위해서’라고 외친다고 합니다. 마지막 ‘서’자는 당연히 ‘서울’이겠지요. 고려대 동문들은 ‘위하고’ 대신 ‘고고고’를 쓰기도 합니다. 입학할 때부터 ‘고고고’를 외쳐왔다는 고대 출신 한 직장인은 “동문들이 만나면 다들 할 얘기가 많지만 ‘고고고’ 한 마디면 마음이 다 통한다”고 말합니다.

지난 7월 한 헤드헌팅 기업이 건배사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40대의 경우 ‘나가자’(나라를 위하여, 가정을 위하여, 자신을 위하여)가 인기 1위로 뽑혔습니다. 아직 신참급들인 20대에서는 ‘개나리’가 압도적인 1위로 꼽혔다 합니다. ‘개나리’는 ‘계(개)급장 떼고, 나이는 잊고, 릴랙스(relax)하자’는 뜻입니다. 술자리에서만큼은 위아래에 얽매이지 말고 편안하게 즐기자는 의미겠지요. 오늘 밤 술자리에선 어떤 건배사를 외쳐볼까요?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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