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모음

잡동사니

그린빌나 2006. 4. 12. 09:56

옆 동네 빈집 순례를 다니는 사람들이 늘었다.

재개발로 주인들이 떠나면 장독대, 항아리, 문짝 등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몇 대에 걸쳐 살아오던 촌동네인지라 집들은 볼품이 없지만 골동품상이 기웃거리고 고물장수가 이미 다녀간 곳이라도 부지런히 돌다보면 깨진 장독이나 옛 문짝 한두 개 쯤은 남아 있다. 이것들을 하나씩 주워 다가 흙을 담고 꽃을 옮겨다 심으면 집안 분위기가 살아난다. 20~30년 전만해도 널린 것이 장독대나 창호 문짝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깨지고 부서진 것들조차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아내는 이것을 '수집'이라고 부른다. 그러고 보면 주변에 '수집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품목도 손목 시계, 램프, 파이프, 볼펜, 스카프, 모자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운동화 끈 등 자질구레한 잡동사니에서부터 고물 자동차까지 다양하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온 것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나름대로 수집가로 명함을 내밀려면 적어도 20년 정도는 경력이 붙어야 한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무조건 옛날 것들을 주워 모으고 숫자를 늘린다고 해서 수집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저 잡동사니만 늘어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수집 경력이 늘어날수록 명심해야 할 좌우명이 있다고 하는데, 그게 참 역설적이다.

과감하게 버려라.

 

 

- 유상연의 아침엽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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