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야기

‘코끼리 밥솥’이 한국서 사라진 이유는

그린빌나 2006. 5. 11. 15:31
‘코끼리 밥솥’이 한국서 사라진 이유는
[수출, 이렇게 지원한다 ⑤ 끝] 한·미 FTA, 개방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
올들어 고유가, 환율 하락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수출현장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시장과 정책 정보를 꼼꼼히 챙기고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총 3,42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2006년도 무역·통상진흥종합시책’을 수립, 이번 달까지 전국 10개 지역에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우리 기업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번 종합시책의 주요내용을 5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① 열린 세상, 열린 무역
② 클릭!, 클릭!, 사무실에서 세계시장이 열린다
③ ‘수출 한국호’의 새로운 엔진
④ 신진대사가 활발해야 나라경제가 튼튼
⑤ 한·미 FTA, 우리 산업의 비상을 위한 날개


역사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그 효과에 대해 각계 각층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은 우리의 핵심 교역·투자 파트너이자 세계 최대의 시장을 보유한 경제 대국인만큼, 미국과의 FTA는 칠레·싱가포르·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 그동안 우리 정부가 체결했던 어떤 FTA 보다도 우리 경제에 큰 영향과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한미 FTA 협상을 위한 양국간 1차 예비협의가 지난 3월 6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열려 김종훈(우) 대사와 웬디 커틀러(좌측2번째)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보를 각각 수석대표로 한 양국 대표단이 자리를 마주하고 있다.

기대효과, 산업 동태적 측면·기업 경쟁력 제고까지 고려해야

미국과의 FTA를 통한 가장 큰 기대효과는 세계 최대인 미국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우리 기업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미국 수입시장은 지난해 1조 7,000만 달러로, 중국·일본·아세안국가 전체를 능가한다.
또 미국과의 교역량은 719억 달러로 우리나라 총 교역량의 13%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3번째 교역국이다.

대외의존도가 70%를 넘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거대경제권과 FTA을 적극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은 머지않아 경쟁국 기업들로부터 기존 해외시장을 잠식당하게 될 것이다. 또 새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 FTA를 맺은 국가의 기업들과 경쟁에서 점점 뒤쳐질 것이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일부 연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한·미 FTA 체결 시 대미 무역수지가 일시적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를 체결하면 △우리 기업 경쟁력 제고에 따른 미국시장 선점 △대외신인도 제고로 금융조달비용 감소 △투자환경 개선으로 미국의 투자 확대 등 동태적 측면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국내 규범·제도·관행을 선진화하고, 금융, 회계, 법률 등 제조업지원 서비스업의 경쟁력 향상을 통해 기업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하는 우회적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한·미 FTA의 당위성에 대한 논거는 더욱 분명해진다.

KIEP 등 일부 연구기관이 “미국과의 FTA로 인해 우리의 세계 무역수지가 오히려 개선되는 효과를 거둔다”고 발표한 것도 이같은 동태적 효과를 일부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울산 부두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현대차. 자동차산업은 향후 한.미FTA를 계기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제조업의 경우 미국의 평균 관세수준이 우리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상대적으로 고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섬유, 의류, 가죽, 고무, 신발, 픽업 트럭 등이 FTA로 인해 관세가 철폐되면 직접적인 수출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또 자동차같이 관세율이 낮은 품목이더라도 미국 시장이 매우 경쟁적이고 미국 소비자들이 가격에 매우 민감한 점 등을 감안하면 한·미 FTA를 통한 미국시장에서의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제고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일부 논자들은 한·미 FTA로 인한 한·미 간 경제의 동조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동시다발적 FTA 추진정책’의 일환으로 아세안, 인도, 메르코수르(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중남미 4 개국 공동시장) 등 신흥 유망시장과도 FTA를 적극 추진,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을 동시에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기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개방은 기업 경쟁력 강화 밑거름

한·미 FTA는 “경쟁을 통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적극적 의지와 자신감의 표현이다.

한때 일본에 다녀오는 한국 주부들이 너도나도 일제 ‘코끼리 밥솥’을 들고 오던 시대가 있었다. 일본 상품의 수입을 제한하던 수입선 다변화 제도를 최종 폐지한 1999년, 가전제품· 승용차·일반 기계류 등 제조업계는 일본 상품의 수입 급증으로 우리 기업이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단계별 개방일정에 맞춰 공격적으로 R&D 투자를 늘리고, 질 높은 신제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경쟁력 있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개방’을 경쟁력 제고의 계기로 삼았다.
그 결과 우리 기업의 가전제품과 승용차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주력산업으로 성장했다. 정부가 우리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들은 경쟁력 제고에 전력함으로써 개방의 열매를 한껏 맛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같은 거대 시장과의 FTA 체결은 우리 산업이 비상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이며, FTA로 인한 우리 경제 시스템의 선진화는 그 터전 위에 우리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날개’다.

정부는 우리 산업이 FTA를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비상할 수 있도록 전략적 대외협상을 추진하는 등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무역조정지원제도 등 취약부문에 대한 다양한 지원인프라를 확충해 국내 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도 병행함으로써 FTA의 연착륙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산업자원부 김영환 산업통상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