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귀막은 고이즈미

그린빌나 2006. 5. 24. 09:42
귀막은 고이즈미....국제사회 전방위 압박
“야스쿠니 참배 중단하라” 한 목소리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사설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무모하고 실속없는 짓”이라고 질타했다. 그리고 이제 전세계는 한 목소리가 돼서 고이즈미 총리에게 “무모하고 실속없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까지 나서서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에 제동을 걸었다. 일본을 방문한 아난 총장은 18일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해 사실상 참배 중단을 요청했다.

아난 총장의 참배 중단 요청은 고이즈미 총리의 막무가내식 야스쿠니 참배와 역사인식 결여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반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야스쿠니 참배 비판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에 대해 국제사회는 한 목소리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제사회 막무가내 고이즈미에 인내력 잃어


헨리 하이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고이즈미가 야스쿠니 참배를 고집하는 한 오는 9월 미국 방문 때 미 의회 연설은 꿈도 꾸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하이드 의원의 제동은 고이즈미 총리의 안하무인식 참배에 대해 미 정계도 인내력을 잃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 측에서는 “개인적인 견해”라고 애써 의미 축소를 하고 있지만, 미 하원 외교위원장의 강력한 제동은 자민당 내에서도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아사히 신문은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참배가 미·일 관계에 암운을 드리우기 시작했다는 자민당 내 일각의 분위기를 전했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도 야스쿠니 참배 반대 목소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는 5월 초 스웨덴을 방문한 고이즈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중과 외교적 마찰을 불러일으키면서 까지 야스쿠니 참배를 할 필요가 뭐냐는 ‘훈계’를 했다.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는 23일 고이즈미 총리에게 외교면에서 경제력과 정치력에 걸맞는 역할을 하라는 국제사회의 충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충분히 마지막 심정으로 사과하라”


국제 학계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인 앤드루 코헨 캐나다 칼튼대 교수는 22일 글로브 앤 메일지 기고 “충분히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사과하라”에서 역사 인식이 결여된 일본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코헨 교수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동북아에 외교적인 문제들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고이즈미 총리의 역사에 대한 ‘기억상실중’을 질타했다.

저명한 동아시아 문제 전문가인 톰 플레이트 UCLA교수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기고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를 중단하고 대신 아시아를 경시해온 기존 외교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일본 내 반대 목소리에도 힘 실려


국제사회의 비판은 일본 국내 참배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본 보수를 대표하는 요미우리 신문도 야스쿠니 참배 비판으로 돌아섰다.

요미우리의 와타나베 쓰네요 회장마저 야스쿠니 참배를 고집하는 고이즈미 총리에 비판의 화살을 돌리면서 보수 우익의 산케이를 제외한 사실상 대부분의 언론들이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비판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도 야스쿠니 역풍은 만만치 않다. 야스쿠니 참배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차기 총리 후보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자민당 내에서도 야스쿠니 참배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을 이끌고 있는 모리 요시로 전 총리 마저 23일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스쿠니 참배 중단 목소리는 이제 전방위적으로 고이즈미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23일 고이즈미 총리에게 야스쿠니 참배를 “스스로 판단해서 깨끗하게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그 충고를 따를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해외홍보원 김선옥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