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축구의 역설 | |||||||||||||
사실 스포츠는 자주 정치에 대한 대리만족의 대체물로 기능해왔다. 정치적 불만에 대한 탈출구가 필요할 때, 스포츠는 그 대리만족의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열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축구는 불만족스러운 정치에 대한 훌륭한 대체물이 되곤 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대중들을 탈정치화 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문화와 스포츠를 장려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 때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지원되었던 ‘국풍’ 축제나 프로축구, 프로야구의 출범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의 탈정치화는 독재정권에 의해 강요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탈정치화는 오히려 대중 스스로가 원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대한 불만이 증대하고 있는 지금 사람들은 축구경기에 열광, 애써 정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정치와 축구는 매유 유사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경쟁하며 승패가 갈리고 그 승패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규칙과 절차는 비슷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자신의 편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경쟁에 임해야 하는 점, 그러면서도 그 경쟁에서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와 축구 양자의 규칙과 절차는 매우 유사하다. 그렇지만 그 규칙과 절차가 잘 지켜지느냐 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비교적 그것이 잘 지켜지는 것이 축구라면, 정치의 경우 그것은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페어플레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정치는 자주 대중적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페어플레이 하는 축구 같은 정치는 할 수 없는 것일까? 페어플레이 속에서 성실과 진심으로 대중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그런 정치는 없는 것일까? 대중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정치는 가능하지 않은 것일까? 우리에게 그런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권위주의 시기 대중, 특히 대학생을 위시한 젊은이들은 민주화운동에 그들의 젊음을 바쳤다. 물론 독재에 대한 비판과 분노의 힘으로 전개되었던 그것은 줄거움의 열정이 아니라 고통의 열정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1987년 6월 전국민에 의해 전개되었던 민주화 항쟁은 권위주의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축구에 대한 열정과 정치에 대한
냉소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민주화 이후 정치는 오히려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정치에 대한 대중의 불만은 높아지지 않을 수 없었고 정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점차 멀어져 갔다. 민주화 이후 역대 선거의 투표율 저하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처럼 정치에 대한 열정이 식어갈 즈음 새로이 분출되었던 것이 다름 아닌 축구에 대한 열정이다. 특히 한국팀이 4강에 진출했던 2002년 한ㆍ일 월드컵대회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대〜한민국’을 외치며 광화문과 서울시청, 전국에 걸쳐 펼쳐졌던 감동의 붉은 물결은 대중, 특히 젋은이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컸던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뜨거운 열정은 독일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열정이 다시금 드높아져가는 지금, 5ㆍ31 지방선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차갑기 그지없다.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정치에 대한 열정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과연 어디서 민주정치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찾아야 할 것인가? 축구에 대한 열정과 정치에 대한 냉소가 교차하는 오늘, 한국의 정치와 축구는 새삼 비교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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