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연의 아침엽서

제비의 첫 비행

그린빌나 2006. 6. 13. 09:11
6월은 처마 끝 둥지에서 제비 새끼가 태어나는 시기였다.

알을 품은 지 열엿새가 지난 것이다. 어미들의 날개짓이  더 바빠지는 것도 이 무렵이다.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밤낮없이 입을 한껏 벌려 합창을 하는 새끼들을 위해 하루에도 수백 번씩 먹이를 물어 날라야 하는 것이다. 초여름 논,밭과 주변 도랑에는 곤충들이 많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면을 스치는 '물찬 제비'를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이 무렵이다. 어미들도 고된 비행으로 뜨거워진 몸의 열기를 식히고 물을 축여야 하는 것이다.

알에서 깨어난 지 열나흘이 지나면 새끼 제비들은 둥우리에서 날개를 퍼덕이면서 나는 연습을 시작하는데, 한달쯤이 되면 둥우리 주변에 나와서 본격적으로 비행연습에 들어간다. 이 때쯤이면 몸집도 어른만큼 커지고 날개에 힘도 부쩍 좋아진다. 그러나 제비가 첫 비행부터 날개를 쫙 펴고 하늘로 치솟아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비행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날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과감하게 아래로 던져야 하는 것이다. 아래쪽으로 몸이 툭 떨어지는 가 싶더니 온힘을 다해 날개짓을 한다. 순간 날개가 쫙 펴지면서 균형을 잡고 앞으로 쭈-욱 날아올라 간다. 첫 비행에 성공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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