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마음 더 챙기지 말고
꺼내놓을 자리는
방파제 끝이 되리.
앞에 노는 섬도 없고
헤픈 구름장도 없는 곳.
오가는 배 두어 척 제 갈 데로 가고
물 자국만 잠시 눈 깜박이며 출렁이다 지워지는 곳.
동해안 어느 조그만 어항
소금기 질척한 골목을 지나
생선들 함께 모로 누워 잠든 어둑한 어물전들을 지나
바다로 나가다 걸음 멈춘 방파제
환한 그 끝.
황동규 시인의 시 「방파제 끝」이다. 나도 언젠가 이런 풍경들을 만들어내는 방파제 끝에 가 보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인이 친절하게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틈에 걸음을 우뚝 멈추어야 하는 곳. 질척한 골목과 생선 비린내 나는 어둑한 어물전을 통과해야만 가까스로 다다를 수 있는 곳. 세상사의 자질구레한 욕심을 덜어내야만 이러한 개안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인가. 아 이런, 무상의 아름다움이라니!
묘사에 몰두하는 것만으로 따진다면 황동규 시인은 영원한 문학청년이다. 지독할 정도로 들여다보고, 냉정할 정도로 묘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근래에 시인은 어떤 시에서 달개비꽃을 들여다보다가 거기서 코끼리의 얼굴 형상을 읽었다고 쓴 적이 있다. 나는 샘이 나서 실제로 달개비꽃을 찾아 꽃잎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정말로 달개비 꽃잎 속에는 코끼리가 들어 있었다!(믿어지지 않으면 허리를 낮추고 가만히 꽃잎 속을 한 번 들여다 보라.)
방파제 끝이 되리.
앞에 노는 섬도 없고
헤픈 구름장도 없는 곳.
오가는 배 두어 척 제 갈 데로 가고
물 자국만 잠시 눈 깜박이며 출렁이다 지워지는 곳.
동해안 어느 조그만 어항
소금기 질척한 골목을 지나
생선들 함께 모로 누워 잠든 어둑한 어물전들을 지나
바다로 나가다 걸음 멈춘 방파제
환한 그 끝.
황동규 시인의 시 「방파제 끝」이다. 나도 언젠가 이런 풍경들을 만들어내는 방파제 끝에 가 보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인이 친절하게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틈에 걸음을 우뚝 멈추어야 하는 곳. 질척한 골목과 생선 비린내 나는 어둑한 어물전을 통과해야만 가까스로 다다를 수 있는 곳. 세상사의 자질구레한 욕심을 덜어내야만 이러한 개안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인가. 아 이런, 무상의 아름다움이라니!
묘사에 몰두하는 것만으로 따진다면 황동규 시인은 영원한 문학청년이다. 지독할 정도로 들여다보고, 냉정할 정도로 묘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근래에 시인은 어떤 시에서 달개비꽃을 들여다보다가 거기서 코끼리의 얼굴 형상을 읽었다고 쓴 적이 있다. 나는 샘이 나서 실제로 달개비꽃을 찾아 꽃잎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정말로 달개비 꽃잎 속에는 코끼리가 들어 있었다!(믿어지지 않으면 허리를 낮추고 가만히 꽃잎 속을 한 번 들여다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