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수상자 日 고시바 교수 인터뷰>
|
"이건 꼭 해보고 싶다는 느낌땐 과감히 도전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물리학과를 꼴찌로 졸업한 제가 노벨상을 타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 땐 도전해야 합니다"
200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천체물리학자 고시바 마사토시(80.小柴昌俊) 도쿄대 특별 명예교수는 12일 "일생에 한번쯤은 `이건 꼭 해보고 싶다'라는 느낌이 올 때가 있을 것"이라며 "그럴 땐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주최로 11~12일 열린 연세노벨포럼에 참석 중인 고시바 교수는 이날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은 첫 방문인데, 수줍은 일본 학생들과 달리 한국 학생들은 질문도 곧잘 하고 활발해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시바 교수는 레이몬드 데이비스 2세, 리카르도 지아코니와 함께 우주에서 날아온 `뉴트리노'(중성미자)와 X선을 처음으로 관측해 2002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뉴트리노와 X선은 우주와 천체의 생성 비밀을 풀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이에 대한 연구로 고시바 교수는 `우주로 향하는 새 창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시바 교수는 이렇듯 세계 천체물리학계에 끼친 업적뿐 아니라 소아마비라는 장애와 불우한 가정환경을 딛고 일어서 세계적 물리학자로 성장한 남다른 삶의 이력으로 눈길을 끈다.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낸 그는 중학교 땐 소아마비까지 걸려 장교의 꿈과 클래식 연주자가 되려던 꿈 모두를 접어야 했다.
대학 시절 부모를 대신해 누나와 두 남동생의 학비, 생활비까지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학업보다는 아르바이트와 과외에 매달렸다.
그는 "그래서인지 도쿄대 물리학과를 졸업할 때 29명 중 거의 꼴찌를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어려서부터 물리학에 대한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소아마비 때문에 중ㆍ고교 시절 학업에 열중하지 못했었다는 그는 일종의 `오기'로 오늘 날까지 오게 됐다고 털어놨다.
"대입을 앞둔 고3 때 우연히 친구와 물리선생님이 저에 대해 얘기하는 걸 엿듣게 됐어요. 성적이 안되는데 제가 과연 물리학과를 갈 수 있겠느냐 하는 얘기였지요. 그 순간 `두고보자'하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 때부터 한달 동안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결국 도쿄대 물리학과에 합격했지요"
여든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역으로 연구활동 중인 그는 "지금도 두 가지 작은 실험을 하고 있으며 젊은 과학도들을 육성하기 위한 재단을 만드는 일에 매달려 있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고시바 교수는 황우석 박사 사태, 논문표절 논란 등 최근 한국 학계에서 벌어진 불미스런 일들과 이공계 기피 현상 등과 관련해 "학자들을 그냥 내버려두라"고 충고했다.
그는 "과학자들에게 실적을 강요하다보니 불미스런 일들이 생기는 것"이라며 "과학자들의 연구에 간섭하지 말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봐야 더 좋은 연구 결과가 나오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젊은이들이 물리학, 천문학 등 기초과학 분야를 기피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어렸을 때부터 학생들이 순수한 호기심과 흥미로 이공계 분야를 접할 수 있도록 초ㆍ중ㆍ고교 교사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종일 연구에만 매달려도 시간이 모자랄텐데도 고시바 교수는 아침과 저녁은 꼭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약속을 지난 40년 간 지켜오고 있다.
아이들을 너무 좋아한다는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자녀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녀들과 인간적 교류라고 생각해 아무리 바빠도 가족과 식사하는 약속은 지키려 한다"고 말했다.
yy@yna.co.kr
(끝)
<모바일로 보는 연합뉴스 7070+NATE/ⓝ/ez-i>
'오늘의 주요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패션] 세련된 남성이라면 흰색을 입어라 (0) | 2007.05.04 |
---|---|
올해의 사자성어 (0) | 2006.12.20 |
삼겹살의 주요 수입국 현황 (0) | 2006.08.21 |
열파특보 (0) | 2006.08.10 |
오늘의 톱 뉴스 (0) | 2006.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