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칼럼

국민들은 왜 공무원을 질투하나

그린빌나 2008. 4. 2. 17:50
국민들은 왜 공무원을 질투하나
[경제뉴스 톺아읽기] 국민연금과 단순 비교… 공무원연금 하향 평준화 요구 바람직한가
2008년 03월 19일 (수) 09:00:11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10년 전만 해도 공무원은 그저 그런 직장이었다. 15년 전쯤이면 공무원은 가장 인기 없는 직장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요즘은 공무원이 최고의 직장으로 꼽힌다. 공무원들 연봉이 많이 올랐을까. 노동조건이 개선됐을까.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은 "공무원이 좋은 직장이 됐다기 보다는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조건이 더 열악해진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 연봉은 적더라도 안정적인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됐다는 것. 무엇보다도 공무원은 신분 안정과 정년 보장이라는 매력이 있다.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쟁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무원연금은 애초에 낮은 임금과 퇴직수당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그런데 과거에 비해 공무원 연봉도 크게 올랐고 무엇보다도 상대적으로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과도한 혜택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행정안전부(옛 행정자치부)가 2006년 민간 기업의 임금 실태를 조사해 공무원 급여 체계와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의 보수가 100인 이상 민간 기업의 91.8% 수준, 500인 이상 민간 기업의 82.3% 수준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민간기업 평균에 못 미치지만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25만3천명으로 1990년의 2만5천명에서 10배 이상 늘어났고 이 때문에 2009년부터 5년 동안 14조1639억원의 정부 보조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를 비롯해 거의 모든 신문이 한 목소리로 연금 개혁을 주문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핵심은 공무원연금의 재정적자를 줄이고 국민연금과 형평성을 위해 보험료와 급여를 국민연금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연금 개혁의 대상을 신규 임용자에 한정할 것인지, 모든 공무원을 포괄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3월19일 한겨레 4면.  
 
한겨레는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25만명의 퇴직 수급자와 재직자들의 연금 액수를 줄여야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공무원연금 내고 받는 것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맞추되 민간 수준의 퇴직금과 정부와 공무원 공동의 저축 계정을 제공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 3월17일 조선일보 39면.  
 
조선일보는 17일 사설에서 "공무원연금공단이 갖고 있는 잠재부채는 138조원이나 된다"면서 "이 빚은 지금도 하루 자고 나면 352억씩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연금이 바닥나는 것은 40, 50년 뒤 일이지만 공무원연금은 2003년부터 이미 걷는 돈이 나가는 돈보다 많아져 버렸다"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 3월17일 경향신문 35면.  
 
경향신문도 7일 사설에서 "국가적으로는 꼭 필요한데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강해 평소 손대기 어려운 개혁 사안일수록 정권 초기에 시행해야 한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길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약속대로 이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소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보였던 경향신문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지지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26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직후 <해법은 나왔다 결단만 남았다>에서 "연금의 연계성 등 여러 측면에서 공무원연금은 반드시 국민연금으로 통합돼야 한다"는 이인실 서강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결론을 내렸다. "두 연금 수혜자들의 형평성 측면에 가장 부합하고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방안"이라는 이야기다.

   
  ▲ 3월5일 중앙일보 29면.  
 
중앙일보 5일 29면에 실린 배준호 한신대 교수의 칼럼도 주목할 만하다. 배 교수는 "근본적인 개혁으로 적자 보전 등 공무원연금에의 세금 투입을 줄이고 연금 때문에 노후가 불공평해지는 현상을 시정하자"고 촉구했다.

배 교수의 칼럼은 공무원연금을 보는 우리 사회의 편향된 시선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배 교수는 불공평을 시정하자고 말하지만 그 불공평이 하향 평준화라는 사실을 일부러 빠뜨렸다. 원칙적으로는 공무원연금을 끌어내릴 것이 아니라 용돈 수준인 국민연금을 개선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가뜩이나 국민연금은 용돈 수준이면서도 결국 고갈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급여 수준을 낮춰 고갈 시점을 미룬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공무원연금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국민들의 혈세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생각은 또 다르다. 우선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의 정부 부담률이 8.5%로 미국(32.8%)이나 일본(25.6%), 프랑스(44.1%), 독일(100%) 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문제 삼는다. 또한 공무원연금에 포함되는 퇴직수당을 민간 기업처럼 전적으로 사용자인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무원 연금 수급 자격이 20년 이상 장기 재직자에 한정된다는 점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공무원연금 왜 못 깎아서 안달일까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공무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표현에 따르면 머슴이다. 공무원들의 고용주는 정부고 곧 국민이다. 노동조건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공무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정부는 공무원연금의 급여를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급여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의 적자는 정부 재정 지출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국민연금 역시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급여를 현실화시키되 장기적으로 기금 고갈은 정부의 재정 지출로 해결하는 것이 해답이다. 결국 누가 그 재원을 부담할 것이냐의 문제인데 애초에 감세를 핵심 정책으로 내걸고 대대적인 공공부문 축소를 계획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노무현 정부는 공적연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데 실패했고 이명박 정부는 아예 의지도 없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수록 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질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핵심은 공무원들의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일자리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언론은 국민의 질투를 지면에 담아낼 게 아니라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좀 깎아서 형평성을 맞춘들 세수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 그런 하향 평준화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