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이달의 생활말씀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

그린빌나 2012. 3. 12. 15:11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뒤를 따르는 군중에게 하느님 나라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단순한 말과 매일의 삶에서 익숙한 비유였지만 그분의 말씀은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놀라곤 했는데 율법학자들과는 달리 권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을 잡으러 갔던 경비병들도, 대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왜 명령을 따르지 않았느냐고 다그치자 “그분처럼 말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습니다” (요한 7,46)하고 대답했습니다.

요한복음에는 니코데모나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처럼 예수님께서 개별적인 사람들과 나눈 빛나는 대화들이 실려 있습니다. 사도들과 대화를 나눌 때 예수님께서는 이보다 더욱 깊이 들어가십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하늘나라에 대해 더 이상 비유를 쓰지 않고 터놓고 이야기하십니다. 이에 사도들은 완전히 정복되어, 비록 그분의 말씀을 완전히 알아듣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어려운 것을 요구하는 것 같을 때에도 뒷걸음질 치지 않습니다.

몇몇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그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도록 내어주신다고 하는 말씀을 들었을 때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 (요한 6,60) 하며 수군거렸습니다.

제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이 떠나가고 더 이상 예수님을 따르지 않는 것을 보았을 때, 예수님께서는 열두 사도들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요한 6,67) 하고 물으셨습니다. 그러자 어느덧 영원히 예수님께 마음을 빼앗기고, 그분을 만나 뵌 날부터 들었던 모든 말씀에 매료된 시몬 베드로가 모두를 대신하여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자신의 스승이신 예수님의 말씀이 다른 스승들의 말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땅에서 나와 땅으로 가는 말들은 결국 이 땅에 속하고, 이 땅의 운명을 지닙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은 하늘로부터 오기에 영이며 생명입니다. 즉 하늘에서 내려온 빛으로서 하늘의 권능을 지닙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나의 빛이며, 따라서 하늘의 권능을 지니는 것입니다. 그분의 말씀은 철학자이든, 정치가이든, 시인이든 그 어떤 다른 사람의 말도 가지고 있지 않은 무게와 깊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영원한 생명의 말씀’ (요한 6,68)으로, 하느님 자신의 생명인 끝없는 생명의 충만함을 담고 있으며, 그것을 드러내고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시어 살아계십니다. 그리고 그분의 말씀은 비록 오래 전에 하신 말씀이지만 단순한 기억 속의 말씀이 아니라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우리 각자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보편적이고 영원한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말씀! 이는 그분의 가장 위대한 예술품입니다. 인간의 언어로 말하는 영원하신 말씀! 그 내용, 그 강렬함, 그 어조, 그 음성이 어떠했겠습니까?

‘체사레아’ 지방의 주교였으며 위대한 교부(敎父)들 중의 한사람이었던 대 바실리오 성인(330-379)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느 날 나는 긴 잠에서 깨어나 복음에 담긴 진리의 찬란한 빛을 보았고 이 세상 왕자들의 지혜가 덧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는 1897년 5월 9일 이런 편지를 썼습니다. “어떤 때, 영성 책을 읽다보면 저의 보잘것없고 어린 마음은 곧 지쳐버립니다. 이때, 저는 지혜롭다는 사람들이 쓴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고 마음을 고갈시키는 책을 덮고, 성경을 펼칩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빛나고, 단 한 마디의 말로도 제 영혼에는 끝없는 지평이 열리며, 완덕의 길이 쉽게 느껴집니다.”

그렇습니다. 거룩한 말씀은 영원한 것을 위해 창조된 우리의 영혼을 충족시킵니다. 또한 우리의 마음뿐만 아니라 온 존재를 비추어줍니다. 거룩한 말씀은 빛이고 사랑이며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걱정스럽고 불안한 순간에도 예수님께서 “내가 주는 평화”라고 하시는 그 평화를 줍니다. 우리의 영혼을 옭죄는 고통 중에도 기쁨을 주고, 무엇보다도 용기를 잃고 낙담할 때 용기를 줍니다. 그리고 거룩한 말씀은 우리에게 진리의 길을 열어주어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이달 생활말씀은 예수님의 말씀이 어렵고, 실천하기에는 지나친 것 같을 때에도, 우리가 따르고자 하는 유일한 스승은 예수님이심을 상기시켜줍니다. 일터에서 정직하게 일하는 것. 용서하는 것. 이기적으로 자신만을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는 것. 가정생활에 충실히 사는 것. 안락사에 대한 세상의 사고방식을 따르기보다는 마지막 순간을 보내는 환자를 돌보는 것 등입니다.

많은 ‘스승’들이 우리에게 쉬운 해결책과 타협안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유일한 스승의 말씀을 들으며, 진리를 말해주고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가진 그분만을 따르고자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우리도 베드로 사도의 말을 되풀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룩한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는 이 사순시기에, 우리는 참으로 유일하신 스승의 학교에 들어가 그분의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안에서도 하느님의 말씀을 향한 열정적인 사랑이 태어나야 합니다. 교회에서 그분의 말씀을 듣거나 성경 말씀을 읽고 연구하고 묵상할 때, 주의를 기울여 이를 받아들입시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도 성경의 가르침대로 말씀을 실천하도록 불렸습니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야고보 1,22).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매달 특별히 성경 구절 하나를 선택해, 그 말씀이 우리 안에 깊이 스며들게 하고, ‘우리의 모습을 다듬게 하며’, ‘우리를 살아있게 하도록’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 하나를 살 때 우리는 복음 전체를 살게 됩니다. 그분의 말씀 하나를 삶으로 살아갈 때 그분은 우리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시고, 우리 안에 살기 위해서 직접 우리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이는 마치 서서히 우리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어떤 조건에서든 우리의 생각과 원의와 행동양식을 바꾸어버리는 한 방울의 거룩한 지혜와도 같은 것입니다.

끼아라 루빅

 

이 글은 2003년 4월 집필된 생활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