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이달의 생활말씀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요한 15, 3)

그린빌나 2012. 4. 12. 08:58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요한 15, 3)

 

용기를 북돋아 주는 예수님의 이 결정적인 말씀을 들으면서, 제자들의 마음에는 기쁨이 넘쳤을 것입니다.

만일 예수께서 우리에게도 이렇게 말씀해 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말씀을 듣기에 다소나마 합당한 자들이 되기 위하여참뜻을 알아봅시다.

예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기 바로 전에 포도나무와 그 가지에 대해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는데, 아주 유명한 비유 말씀이지요. 그분은 참 포도나무이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농부이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를 잘라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많은 열매를 맺도록 가지치기를 해주십니다.

예수님은 렇게 설명하신 다음, 단호하게 하십니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너희는(……)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여기서 깨끗하다는 것은 엇을 의미할까요? 이는 하느님 앞에 서기 위해 요구되는 깨끗한 마음의 자세를 뜻할 것입니다. 또 신성한 것에 대한 접촉을 방해하고 거룩함과의 만남을 가로막는 (예를 들어 죄와 같은) 장애물이 없는 그 상태를 의미할 것입니다.

이러한 깨끗함을 지니기 위해서는 저 높은 곳으로부터 오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미 구약에서부터 인간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淨化)시켜 주시고 새 마음을 불어넣어 주셔야 했던 것입니다.

시편에는 다음과 같 아름다운 구절이 있습니다. “하느님, 깨끗한 마음을 제게 만들어 주시고 (굳건한 영을 제 안에 새롭게 하소서.)”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예수께서는 우리를 깨끗하게 해주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고 제시하십니다. 바로 그분의 말씀입니다. 제자들은 그분의 말씀을 듣고 실천했으며 말씀은 그들을 정화시켜 주었습니다.

예수의 말씀은 인간의 말과는 다릅니다. 말씀 안에는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니 이 현존은 그분께서 성체 안에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시는 것과같은 것입니다. 말씀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들어오십니다. 우리는 말씀을 받아들이고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께서 우리 마음 안에 태어나시고 자라나시게 해 드리는 것입니다.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예수께서 영혼들 안에 현존하시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말씀과의 소통을 이룸으로써 거룩한 생각이 우리 안으로 들어오니 말씀이, 곧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이 영혼들 안에 침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말씀 오시어 우리 내면에서 생활하시도록 우리가 아들일 때, 주께서 우리 안에 육화(肉化)하신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예수의 말씀은 그리스도인의 마음 안에 뿌려진 하나의 씨앗에 비유됩니다. 이 말씀이 우리 안에 받아들여지고 스며들어가면, 하나의 씨앗처럼 싹이 트고 자라나 열매를 맺으며 우리를 ‘그리스도화(化)’ 하여 그리스도께 순응하게 해줍니다.

에 의해 그처럼 내화(內面化)된 말씀은,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을 계속 멀리할 수 있게 하는 실제적인 능력과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그리스도인이 자기 자신 안에 말씀께서 일하시도록 자리를 내어 드리, 그는 죄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며 따라서 순결할 것입니다. 단지 그가 진리에 순종하지 않을 때에만 죄를 짓게 될 것입니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예수님께로부터 이 칭찬의 말씀을 들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생활해야 할요?

하느님의 모든 말씀을 실천에 옮기면서, 매 순간 순간 그 말씀들로 양분을 취하고 우리의 존재가 하나의 지속적인 재복음화 사업이 되도록 생활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로써 예수님과 같은 생각, 같은 감정을 지니는 데까지 이르고 세상에서 그분의 삶을 다시 살며, 죄와 악에 물든 사회에 복음이 가져다주는 거룩한 순결과 투명함을 증거해 보이는 것입니다.

 

러면 이 한 달 동안, 가능하다면, 즉 다른 이들도 우리의 지향에 동의한다면, 특히 서로 간의 사랑의 계명을 표현해 주는 말씀을 실천에 옮겨 보도록 합시다. 우리에게 예수님의 이 말씀을 전한 요한 복음사가는, 그리스도의 말씀과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은 상호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한 복음사가에 의하면, 말씀을 삶으로 살면서 정화, 성덕, 죄를 짓지 않는 생활, 삶의 열매, 하느님을 가깝게 느끼는 상태 등 말씀의 결실들을 얻게 되는데 이것은 바로 <서로 간의 사랑을 통해서>라는 것입니다. 격리된 개개인은 세상 유혹의 자극과 압박에 오래 견딜 만한 능력이 없으나, 서로 간의 사랑 안에서는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보호할 수 있는 건전한 환경을 조성하게 됩니다.

 

끼아라 루빅

 

(이 글은 1982년 5월에 쓰인 생활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