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강론

예수회 강론(2)

그린빌나 2012. 10. 12. 13:48

인도의 유명한 시인 타고르가 전하는 재미있는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합니다.

“나는 적선을 바라며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녔습니다. 이 집 저 집에서 얻어먹고 다니는데 멀찍이 저만치에 황금마차가 있었습니다. 그 안에 주님이 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갑자기 희망이 용솟음쳤습니다. 더 이상 이 집 저 집 걸식하며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 중의 왕인 주님께서 황금마차를 타셨으니 나에게 얼마나 많은 복을 내리실까 하는 기대로 머리를 숙이고 황금마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황금마차가 이 앞을 지나가면 나에게 많은 복을 내리실 텐데...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황금마차가 지나가다가 내 앞에 멈추어 섰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마차에서 내려 하시는 말씀이 ‘네가 나에게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거꾸로 묻고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내가 너한테 무엇을 해 주면 좋을까?’ 이렇게 물어 보시면 얼마나 좋습니까? 아니 그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주님은 거꾸로  ‘네가 나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고 묻는 겁니다. 이것은 말도 안되는 겁니다. 당황해서 ‘저는 거지인데요. 거지한테 무엇을 청하십니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내가 주님께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갖고 있던 보따리를 뒤져보다가 쌀 한 톨을 꺼내서 드렸습니다.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 그 보따리를 열어 보니까 쌀 한 톨 한 톨이 전부 황금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이 안에 모든 해답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내어 당신께 바칠 때 바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것을 내놓을 용기가, 그런 마음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주님께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언제나 주님이 나에게 무엇을 해 줄까 기다리지만 우리가 그렇게 기다리지를 못합니다. 오히려 주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십니다. 거꾸로 된 세상에 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음으로 드리는 것이, 작은 쌀 한 톨이 황금으로 변해가는 겁니다. 우리의 보잘것없는 작은 정성이, 작은 힘이, 작은 능력이, 실수하는 온갖 마음들이, 일이 잘 안 돼가는 우리의 자세들이, 오히려 그것을 황금으로 변해가게 만들어 가는 겁니다.

오늘 주님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우리를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나오는 것이 더럽힌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유대인은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법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균이 많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아주 철저히 손을 씻습니다. 손을 씻을 때도 비벼서 씻지 않고 물을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려 흘러가는 물에 씻습니다. 한 번 쓴 물에는 절대 안 씻어요. 아주 철저히 깨끗하게 합니다. 오랜 사막생활에서 위생관념이 철저합니다. 또 그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안 먹습니다. 돼지고기를 먹으면 율법에 어긋납니다. 마카베오서에 보면 어떤 과부에게 아들이 7명이 있는데 왕이 그 유대인으로 하여금 돼지고기를 먹게 합니다. 7명의 아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그 어머니 보는 앞에서 하나씩 죽임을 당합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아들들을 격려합니다.  율법을 어기고 고기를 먹기보다는 차라리 죽어버리라는 겁니다. 그만큼 더러운 음식에 대해서는 많은 주의를 기울여 왔습니다.

유대인들이 이렇게 전통적으로 위대하게 자랑해 온 것을 오늘 주님은 한꺼번에 딱 부숴버리셨습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러운 게 아니라 마음에서 튀어나오는 것이 더럽게 한다고 하셨습니다.법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는 겁니다. 우리 마음에서 안에서 내놓는 모든 것들-시기 질투 욕망 방탕 사기 교만 욕심 이런 것들이 우리를 더럽힌다는 겁니다.

오늘 타고르 시인의 이야기에서 ‘네가 나에게 무엇을 주기를 원하느냐’고 묻습니다. 우리가 주님께 드리는 것이 무엇입니까? 우리의 욕심이고 욕망이고 교만이고 자랑입니다. 우리 안에서 나오는 게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실제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우리 마음 밑바닥 저 안에 숨어있는 우리의 쌀 한 톨입니다. 

우리가 가진 걸 다 내놓읍시다. 욕망도 사랑도 희망도 용기도 실망도 실패도 다 그 분께 드립시다.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라고 했습니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게 우리의 인생입니다. 무엇을 훔치고 무엇을 숨겨놓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이스라엘 백성처럼 우리는 원래 나그네였습니다. 나그네로 왔다가 나그네로 떠나갑니다. 마음의 텅 빔을 자랑할 줄 알고 오늘 마지막 쌀 한 톨을 내놓은 타고르 시인처럼 그 분이 나에게 청하시면 무엇이든지 다 드릴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한 겁니다.

주님은 매일 우리에게 무언가를 청하고 계십니다. 너는 오늘 나를 위해 무엇을 내놓겠느냐? 우리가 가진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미사 때 포도주에 물 한 방울을 섞는 것은 우리의 작은 정성 한 톨을 집어넣는 겁니다. 그래서 이 제사를 위대하게 만들어 가는 겁니다. 물 한 방울이 변해 가지고 전체 예수님의 피로 변해 가는 겁니다. 우리의 보따리를 한 번 풀어 보고 숨겨놓은 작은 것들- 욕심도 희망도 모든 것들을 마지막 재산까지도 주님에게 내놓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주님은 이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꿔 주십니다.

우리 몸에서 나온 것이 비록 더럽지만 이것을 주님께 드릴 때, 주님 안에 모든 것을 바쳐 드릴 때 이것이 바꿔져 승화되어 갑니다. 그리고 숨겨놓은 마지막 것까지- 장롱 밑에 숨겨둔 것, 마음 속 밑바닥에 숨겨둔 것, 용서하지 않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마지막 희망, 이 많은 것을 주님 앞에 내놓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전 생이 황금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가 마음에서 태어나는 많은 것들을 주님께 바치면서 우리가 마지막 한 톨마저도 바칠 수 있을 때, 우리 생은 완전히 변해 갑니다. 그것을 주님께 내놓을 때 주님이 그것을 백 배,천 배, 만 배, 십만 배, 억만 배로 바꾸어 황금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지 않으면 우리 생은 절대 변화가 없습니다.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인생의 가장 작은 바닥은 우리의 실패입니다. 우리의 부끄러움입니다. 작은 것 하나를 주님께 바쳐 영원을 가질 수 있는 생을 만들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