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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본주의 비판

그린빌나 2014. 8. 6. 15:42
(다산포럼에서 퍼 옴)
송 재 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작년 3월에 선출된 교황 프란치스코의 최근 행보가 세인을 놀라게 하고 감탄시키고 있다. 그는 12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답지 않게 서민적인 풍모를 물씬 풍긴다. 방탄시설을 갖춘 전용 고급 승용차 대신 준중형 중고차를 직접 운전하고, 방 10개에 테라스가 딸린 숙소를 사양하고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일반 사제들과 공동으로 식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무슬림 여성의 발을 씻기고 입 맞추거나 자신의 생일에 노숙자 세 명과 함께 미사를 올리고 아침식사를 했다는 등의 일화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또한 아르헨티나 출신답게 탱고의 역사, 탱고 가수의 이름을 줄줄이 외울 정도로 탱고를 좋아하고 축구도 광적으로 좋아하는 서민적인 교황이다. 이렇게 교황의 권위를 스스로 내려놓고 낮은 곳으로 임하려는 그의 자세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가식적(假飾的)인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이 열광한다.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말라”

교황의 이러한 친서민적인 풍모의 이면에는 날카로운 현실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그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하여 비판적이다. 그는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현시대에 맞게 고쳐 말하면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말라’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 말했다. 자본주의는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체제이어서 자본이 곧 신(神)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이익 추구를 최고의 선(善)으로 여기게 되고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착취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자본주의를 교황은 “야만적 자본주의”라 부른다. “돈이 왕 행세를 하는 정의롭지 못한 국제 시스템 속에서” 빈부 격차는 극심하게 벌어지고 돈 없는 사람은 인간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는 말한다. “이런 경제는 사람을 죽인다. 늙고 집 없는 사람이 노숙하다가 죽었다는 것은 뉴스가 되지 않지만, 주가지수가 2% 떨어졌다는 것은 뉴스가 된다.” 그야말로 “야만적”이다.

교황은 특히 금융자본주의에 대하여 비판적이다. 통제받지 않는 자유방임 시장을 통한 국제 투기자본에 의해 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교황의 생각이다. 그는 금융자본주의를 “새로운 우상”이라 지목하고 이렇게 규제가 없는 자본주의를 “새로운 독재”로 규정한다. 이 금융자본가들은 초기의 산업자본가들처럼 직접적으로 노동착취를 하진 않지만, 투기성 단기자본의 운용으로 한 나라의 경제를 일거에 마비시키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외환은행을 매입했다가 되팔아 거액의 이익을 챙기고 달아난 다국적 기업 론스타의 씁쓸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기부의 문화가 아닌 노동의 문화를”

교황은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을 바로 잡기 위해서 ‘약자에게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라 말하지 않고, 가난을 만드는 사회구조를 비판했다. 그는 “각국 정부는 기부의 문화가 아닌 노동의 문화를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일자리 창출을 장려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의 이 말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등 그가 “새로운 우상”이라 지목한 금융자본가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금융투기로 천문학적 돈을 모은 뒤 한결같이 “약자에게 은혜를 베풀어” 왔다. 워런 버핏은 전 재산의 85%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헌신적이고도 갸륵한 “기부”로도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 교황의 판단인 듯하다. 수많은 자선과 기부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황의 말대로 “버려진 잉여가 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는 진정한 길은 무엇일까? 자본주의 비판에 담긴 교황의 참뜻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출처 : 저절로
글쓴이 : 박은경 가타리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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