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야기

잘못 전해진 술이름

그린빌나 2006. 4. 11. 12:45
 

외국에 나가서 사이다(Cider)를 달라고 하면, 주문 받은 종업원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수가 있다. 왜냐면 사이다는 우리 나라와 일본에서는 달콤한 탄산음료로 통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사과로 만든 술을 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이다라는 술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보통은 |세븐업|이라는 상표로 주문해야 톡 톡 쏘는 우리식 사이다를 맛 볼 수 있다. 콜라도 마찬가지로 |코크|, |펩시| 등 상표로 이야기해야 더 잘 알아듣는다. 사이다는 |하드 사이다|, |소프트 사이다|, |애플와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드 사이다는 사과쥬스를 발효시켜 알코올 농도가 그리 높지 않은 사과주이며, 반대로 소프트 사이다는 발효시키지 않은 사과쥬스 그대로를 말한다. 그리고 애플와인도 같은 사과주이지만, 사과쥬스에 설탕을 더 넣어 발효시킨 것으로 알코올 농도가 포도주 수준 정도 되는 술이다. 우리가 왜 탄산음료를 사이다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확실한 근거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옛날에 사과주를 이용하여 샴페인과 같이 거품나는 술을 많이 만들었는데, 이것이 일본에 소개되면서 일본 사람들이 톡 톡 쏘는 음료를 사이다라고 부르게 되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다.


이제는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종(正宗)도 잘못된 술 이름이다. 정종은 옛날 일본에서 유명했던 집안이 자랑하던 국화술(菊正宗)에서 유래된 청주이다. 청주는 탁주에 비해 맑다는 뜻으로 생긴 이름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담기 시작했으며, 이 때 백제 사람들이 일본에 이 술의 제조법을 전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약주|라고 하면서 지방마다 특색 있게 발달하였지만, 일제가 들어 올 무렵부터 슬 슬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여 요즈음은 거의 없어지고, 이제야 |민속주|라는 간판을 붙여 옛 맛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근대 기술을 이용하여 이 술을 발전시켜 오늘날의 청주제법을 확립하면서, 아무리 우리가 원조라고 떠들어도 청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고유의 술(Sake)이 되어 버렸다. 이 일본식 청주가 일제 때 우리 나라에 大典正宗, 櫻正宗, 瓢正宗 등 여러 가지 상표로 소개되면서, 우리는 청주를 정종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정종은 상표명이지 소주나 맥주와 같이 술의 종류를 나타내는 말은 아니다. 현재 우리 나라 주세법에도 청주는 약주류에 포함시키고 있다.


고량주와 배갈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중국집에서 배갈을 시켰더니 고량주를 주더라고 투덜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배갈은 고량주 중에서 이름을 날리던 白干, 白乾이라는 상표에서 나온 이름이다. 화교가 유입되면서 고량주를 자기들 고유의 방법으로 조금씩 만들어 음식점에서 팔면서 배갈이라는이름이 붙은 것이다. 그리고 |배갈 한 도꾸리|라는 표현은, 술은 중국식 발음, 그 용기는 일본식으로 일제시대에 양쪽이 합쳐진 이름이다. 도꾸리(德利)는 일본에서 청주를 데워 마시던 도자기로 된 용기를 말한다. 고량주는 고량(高梁) 즉 수수로 술을 만들어 증류한 것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술이다. 이렇게 증류하여 맑고 투명한 술을 중국에서는 백주(白酒)라고 하는데, 대부분 쌀보다는 수수나 옥수수, 콩 등을 사용하여 발효시키고, 이것을 증류하여 알코올 농도를 높게 만들어 흙으로 만든 그릇에서 숙성시키므로 곡주 특유의 독특한 맛을 지니게 된다.


서양 술은 술 이름보다는 이를 생산하는 지방 이름이 더 알려져 우리를 더 헷갈리게 만든다. 꼬냑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브랜디가 어떤 술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브랜디는 과일주를 증류하여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것인데, 주로 포도를 원료로 하는 브랜디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포도주를 만드는 곳이면 어디서나 브랜디를 만들 수 있는데, 이 중에서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나오는 브랜디가 가장 유명하고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되기 때문에 꼬냑이라는 이름이 브랜디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샴페인(Champagne)이라고 하면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만 생산되는 거품나는 술을 말한다. 영어식으로 읽을 때는 샴페인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지방 이름 그대로 샹파뉴라고 한다. 이 샴페인은 포도주를 다시 발효시켜 탄산가스가 병 속에 가득 차게 만든 것으로, 원래 이 지방 수도사가 처음 만든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서 만든 거품나는 포도주는 샴페인이라고 표기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우리 나라에서 만든 것을 샴페인이라고 해서는 안된다. 이 밖에도 스카치는 스코틀랜드의 위스키를, 버본은 옥수수로 만든 미국의 위스키를 말한다.


이와 같이, 술 이름이 사이다와 같이 잘못 전달되는 경우나 상표에서 유래된 이름은 특정지역에

서만 통하지만, 지방이름으로 유명해진 별명은 세계적인 명주가 된 것이 많다. 명주는 그 맛과 향

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그 술이 태어난 지방의 풍토와 문화 그리고 전반적인 환경이 다른 곳보다

우위에 있을 때 그 맛과 멋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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