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에 말뚝을 박으려면
긴 정치망 말이나 김 말도
짧은 새우 그물 말이나 큰 말 잡아 줄 호롱 말도
말뚝을 잡고 손으로 또는 발로
좌우로 또는 앞뒤로 흔들어야 한다
힘으로 내리박는 것이 아니라
흔들다보면 뻘이 물러지고 물기에 젖어
뻘이 말뚝을 품어 제 몸으로 빨아들일 때까지
좌우로 또는 앞뒤로 열심히 흔들어야 한다
뻘이 말뚝을 빨아들여 점점 빨리 깊이 빨아주어
정말 외설스럽다는 느낌이 올 때까지
흔들어주어야 한다
수평이 수직을 세워
그물 가지를 걸고
물고기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 상상을 하며
좌우로 또는 앞뒤로
흔들며 지그시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강화도에 사는 함민복 시인의 시다. 뻘에 말뚝을 박을 때는 힘으로 내리박지 말고 말뚝을 흔들어주어야 한다고, 그래야 말랑말랑한 수평이 뻣뻣한 수직을 세운다고 시인은 짓궂은 척하며 말하지만 그것은 얼마나 대단한 발견인가. 대저 그렇다. 수직이 저 혼자 잘 나서 수직이 아니라 수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수평이 품어주고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이 시는 여성성의 위대함에 대한 찬사로 읽을 수 있다. ‘물고기 열매’ 하나 만들지 못하는, 자신의 힘만 믿고 설치는 남성성에 대한 싱싱한 풍자이기도 하고.
긴 정치망 말이나 김 말도
짧은 새우 그물 말이나 큰 말 잡아 줄 호롱 말도
말뚝을 잡고 손으로 또는 발로
좌우로 또는 앞뒤로 흔들어야 한다
힘으로 내리박는 것이 아니라
흔들다보면 뻘이 물러지고 물기에 젖어
뻘이 말뚝을 품어 제 몸으로 빨아들일 때까지
좌우로 또는 앞뒤로 열심히 흔들어야 한다
뻘이 말뚝을 빨아들여 점점 빨리 깊이 빨아주어
정말 외설스럽다는 느낌이 올 때까지
흔들어주어야 한다
수평이 수직을 세워
그물 가지를 걸고
물고기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 상상을 하며
좌우로 또는 앞뒤로
흔들며 지그시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강화도에 사는 함민복 시인의 시다. 뻘에 말뚝을 박을 때는 힘으로 내리박지 말고 말뚝을 흔들어주어야 한다고, 그래야 말랑말랑한 수평이 뻣뻣한 수직을 세운다고 시인은 짓궂은 척하며 말하지만 그것은 얼마나 대단한 발견인가. 대저 그렇다. 수직이 저 혼자 잘 나서 수직이 아니라 수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수평이 품어주고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이 시는 여성성의 위대함에 대한 찬사로 읽을 수 있다. ‘물고기 열매’ 하나 만들지 못하는, 자신의 힘만 믿고 설치는 남성성에 대한 싱싱한 풍자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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