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한 3개월
정도…."
의사의 짧은 이 한마디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수술 후 3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했는데, 이제는 써볼만한 항암제도 없다면서
내린 일종의 선언이었다. 변화가 생겼다. 우선 네 명의 자식들이 거의 매일 전화를 해 안부를 묻고 격려하고, 매주 번갈아가며 고향집을 들른다.
지난 몇 년간 미뤄왔던 가족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모두 의사의 선고를 받고 나서 생긴 일이다.
아침마다 묵상을 하면서
'시한부'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사실 아버지는 교통사고나 재해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에 비해 많은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이다.
대체의학적인 치료를 통해 의사의 선언이 틀렸음을 증명하려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진정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은 따로
존재하는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우리는 태어나서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 시와 때를 알지못하고 생활하고 있지 않은가?
누구나 태어나서 죽음의 순간까지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인 것이다. 단지 죽음의 때를 알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스스로 이렇게 위로를
한다.
살 날이 30년이나 남았어도 그냥 죽음을 기다리고 있으면 그것이 시한부 인생이고, 살날이 3분 남았어도 그 시간을
즐기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이 아닐까?
- 유상연의 아침엽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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