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가 물 속에 두 다리를 담그고
멍청히 서 있다
냇물이 두 다리를 뎅강 베어가는 줄도 모르고
왜가리가 빤히 두 눈을 물 속에 꽂는다
냇물이 두 눈알을 몽창 빼가는 줄도 모르고
왜가리가 첨벙 냇물 속에 긴 주둥이를 박는다
냇물이 주둥이를 썩둑 베어가는 줄도 모르고
두 다리가 잘리고 두 눈알이 빠지고 긴 주둥이가 잘린
왜가리가 놀라 퍼드득 날갯짓을 하며
하늘 높이 떠오른다
아주 가볍게 떠올라 하늘 깊이
온 몸을 던져 넣는다
냇물도 놀라 퍼드득 하늘로 솟구치다
다시 흘러간다
이나명 시인의 시다. 세상이 우리의 두 다리를 베어가도, 우리의 두 눈알을 빼가도, 우리의 주둥이를 베어가도 왜가리처럼 가벼워질 수 있을까? 날선 종이에 손가락 하나만 베어도 찡그리며 빨간약을 찾아 허둥대는 우리는?
냇물이 두 다리를 뎅강 베어가는 줄도 모르고
왜가리가 빤히 두 눈을 물 속에 꽂는다
냇물이 두 눈알을 몽창 빼가는 줄도 모르고
왜가리가 첨벙 냇물 속에 긴 주둥이를 박는다
냇물이 주둥이를 썩둑 베어가는 줄도 모르고
두 다리가 잘리고 두 눈알이 빠지고 긴 주둥이가 잘린
왜가리가 놀라 퍼드득 날갯짓을 하며
하늘 높이 떠오른다
아주 가볍게 떠올라 하늘 깊이
온 몸을 던져 넣는다
냇물도 놀라 퍼드득 하늘로 솟구치다
다시 흘러간다
이나명 시인의 시다. 세상이 우리의 두 다리를 베어가도, 우리의 두 눈알을 빼가도, 우리의 주둥이를 베어가도 왜가리처럼 가벼워질 수 있을까? 날선 종이에 손가락 하나만 베어도 찡그리며 빨간약을 찾아 허둥대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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