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모음

소유에 대해

그린빌나 2006. 5. 24. 09:38

오랜만에 아이 손을 잡고 동네 도서관에 갔다.

갓 초등학교를 입학한 아들 녀석은 역사와 과학관련 만화책 몇 권을 찾아왔고, 나는 아이들용 서가를 서성거리다가 '법정'이란 저자를 보고 책 두 권을 집어 들었다. 법정스님의 글들 중에 아이들이 읽을만한 몇 가지 일화들을 추려 내 따로 편집한 것이었다. 이런 나들이가 뜻밖에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 주기도 하는데, 바로 어제 같은 경우가 그렇다.  아들 녀석 덕분에 법정의 글을 되새김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년필'에 대한 그의 일화는 법정의 무소유에 대한 담백한 생각이 잘 담겨 있었다.

법정은 글을 쓸 때 만년필을 즐겨 사용했다. 그것도 글씨가 아주 가늘게 나오는 것만 골라서 썼다. 일본에 유학중인 지인이 이를 알고 만년필 하나를 선물했는데, 그의 마음에 꼭 들었다. 많은 글도 썼다. 그의 투명한 감성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지인에게 아주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됐다. 그런데 그가 파리에 갔더니 그곳에 똑같은 만년필이 잔뜩 있었다. '욕심'에 촉이 가는 만년필을 하나 더 사왔다. 그랬더니 그날부터 그가 처음 가졌던 만년필에 대한 살뜰함과 고마움이 사라졌다. 얼마 뒤 그는 나중에 산 것을 아는 스님에게 줘 버렸다. 그러자 비로소 처음의 그 소중한 감정이 회복되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당초의 그 하나마저도 잃게 된다. "

 

- 유상연의 아침엽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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