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매일복음묵상

연중 제29주간 화요일(20101019)

그린빌나 2010. 10. 19. 08:47

하느님을 만날 날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

들은 행복하다 !”

◆깨어서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행복하다는 복음 말씀에 딴지를 걸고 싶습니다. 혼인을 하면서부터 12년

넘게 살아오는 동안, 저는 술잔치에서 돌아오는 남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주려고 기다

리는 아내로서 결코 행복했던 기억이 없습니다. 새벽 2시든, 4시든 술에 취해 제 흥에 겨워 휘청거리며

들어오는 남편은 얼마나 행복할는지 모르겠지만, 집안 구석에 소외되어 육아와 가사에 지친 저는 눈을 치

뜨고 악에 받쳐 남편을 기다리든, 아니면 잠이 들었다가 남편의 기척에 놀라 깨든 결코 행복한 기분과 너그

러운 마음이 되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하필이면 왜 주인이 밤중과 새벽을 분별함 없이 들이닥치시고, 종들은 분명 낮 시간 동안 일을

하느라 피곤할 텐데도 늘 깨어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을까요 ? 저는 이런 복음 말씀을 읽으면 솔직히 미간이

찌푸려집니다.
3년 전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신 친정어머니가 갑자기 뇌경색으로 반신불수가 되어버리셨습니다. 병상을

지키면서 저는 분명 어머니의 체질을 절반쯤 닮았으리라 짐작하며, 그 후부터 언제 찾아올지 모를 병과 건강

에 예민해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이겠지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일상습관 같은 남편의 늦은 귀가를 기다리는 것과

달리 불현듯 별다른 예고도 없이 찾아드는 병과 죽음처럼, 하느님을 만날 날은 갑자기 우리 눈앞에 닥쳐오겠

지요.

유정원(가톨릭여성신학회)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평화이시라고 선언합니다.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시어 당신의 피로, 십자가로 우리에게 평화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 평화의 대열에 함께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외국인도, 이방인도 아닙니다. 하느님의 한 가족이며, 그리스도의 몸에 하나로 결합되어 한 몸을 이루는 것입니다.
평화이신 주님의 몸에 한 몸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평화입니다. 주님께서 이 땅에 평화를 일구시는 것처럼, 우리 또한 평화를 일구는 일꾼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주님과 한 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평화이신 주님을 기다립니다.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님과 세상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어정쩡한 이중적 삶이 아니라, 분명하고 확실하며 진정한 의미에서 진리에 속한 사람, 주님께 속한 사람의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