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실망했다.
엊그제 '반디불이 축제'란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7월말 경에도 아이들과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나 싶어
잔뜩 기대를 했었다. 알고 보니 한 여름날 밤에 무형문화재 예술인들과 풍물단 공연을 하고, 시 읽기 행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이름만 '반디불이' 였을 뿐이었다. 떠들썩한 공연으로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을는지 몰라도 한 여름밤 음악축제가 어찌 반딧불이의 추억과 견줄
수 있을까?
더위가 막 힘을 쓰기 시작하는 6월말. 달빛마저 없는 어스름한 밤을 깨우는 것은 여기저기서의
깜빡거림이었다. 개똥벌레라고 불렀던 반딧불이들의 비행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이 풀이 우거진 개울로 몰려나가면 나가면 녀석들 몇 마리를 잡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개똥'이란 말이 좀 께림직하기는 했지만, 두 손 안에 녀석들을 가둬놓으면 일순간에 손 안이
환해졌다. 뜨겁지 않은 '불' 덕택이었다. 최근 안 사실이지만 개똥벌레는 암놈은 약한 빛은 내고 숫놈은 강한 빛을 내면서 서로를
유혹을 한다고 한다. 환경오염으로 거의 사라지는 바람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이제는 아주 깊은 산골에나 가야 볼 수 있다는
개똥벌레. 초여름 밤을 깨우던 흔하디 흔한 그 개똥벌레들이 그립다.
등록일 : 2006.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