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야기

연어 보고 풍력난제 풀다

그린빌나 2007. 11. 2. 15:51

도심에서는 풍력 발전이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빌딩 때문에 바람이 한 방향으로 불지 않고 소용돌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소용돌이 바람까지 활용할 수 있는 풍력발전기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존 다비리(Dabiri) 박사팀은 의생학(擬生學·biomimetics)을 이용한 풍력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의생학은 생명체의 원리를 모방해 공학적으로 이용하는 것. 모방 대상은 바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이다.

강물은 보통 한 방향으로 조용히 흐르지만, 돌과 같이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만나면 그 주위에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빌딩 때문에 바람의 소용돌이가 발생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하지만 연어는 이런 소용돌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비밀은 연어의 헤엄치는 모습에 있다.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강물에서는 거의 직선으로 헤엄치지만 소용돌이가 있는 곳에서는 좌우로 많이 움직인다. ‘사이언스’ 2003년 11월 28일자 표지에 소개된 논문에 따르면 연어는 소용돌이를 뚫으며 헤엄치지 않고 그 사이를 피하듯 좌우로 몸을 흔들면서 헤엄친다. 소용돌이는 발생장소에 따라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데, 연어는 서로 다른 회전 방향의 소용돌이 사이를 빠져 나갔다. 이렇게 하면 소용돌이가 연어를 밀어주는 효과가 발생한다.

다비리 박사팀은 이를 모방해 풍력발전기의 회전날개를 소용돌이가 밀어주는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회전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이미 시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물론 모양은 연어와 같은 형태는 아니다. 다만 소용돌이 회전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동역학 메커니즘만 같을 뿐이다.

연구팀은 소용돌이 바람을 이용하는 풍력발전기가 장기적으로 일반 풍력발전기와 비슷한 발전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용돌이 풍력발전기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나오는 거북이처럼, 출력은 낮지만 꾸준히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2007년 11월 1일 (목) 02:50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