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社는 수출자가 발행한 원산지증명서만 믿고 일반세율보다 낮은 FTA 협정세율로 수입신고 했다가 거액의 관세를 추징당하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세관의 조사결과 해당물품이 원산지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계약체결 상대국의 수출자가 자신이 수출하는 물품이 원산지기준을 충족하지 못함에도 원산지증명서를 발행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A社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수도 있겠지만 이같은 사례는 FTA가 크게 늘고 있는 우리입장에서는 어떤 기업도 해당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 아직도 FTA 준비가 부족
우리나라는 칠레, 아세안 등 14개 국가와 이미 FTA를 체결했다. 미국과는 협상을 완료했고 EU, 인도 등과는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로 볼 때 향후 5년 이내에 우리나라 수입량의 80%가 FTA 적용대상이 되는, 이른바 FTA교역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FTA는 양자간 특혜협정이므로 제3국 생산품이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원산지기준 충족 및 원산지 입증자료 보관, 그리고 체결국간 직접운송 원칙 등 수출자와 수입자 모두에게 엄격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관세특혜를 배제토록 하고 있다.
FTA의 1차 수혜자가 될 우리 기업들의 준비상황은 어떠한가? FTA에 따른 관세특혜를 받는 것은 당연시 하는 반면, 관세특혜 향유를 위한 수출자 또는 수입자로서의 의무에 대해서는 비교적 무관심한 편이다. 예컨대, 수입하고자 하는 물품에 대한 원산지확인, 수출물품의 원산지관리에 대한 인식과 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듯, 관련 절차와 기준을 소홀히해 추징당한 세액이 2007년 19억, 2008년 9월 현재 97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우리나라 수출물품이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앞으로, 미국과 EU 등 우리나라와 교역량이 많은 국가와의 FTA가 체결되면 관세특혜의 수혜 폭이 커지는 만큼 이에 따른 세관의 원산지 조사도 늘어나게 돼 협정관세 적용과 관련한 세관과 납세자, 수출입자간 갈등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관세청은 기업의 FTA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 개발 경진대회, 해외바이어를 위한 현지 설명회, 원산지 기준 충족방법 해설서 발간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원산지인증수출자제도 및 수출용 원재료 원산지확인제도를 도입하는 등 원산지증명서 발급절차를 간소화하여 기업들이 쉽게 FTA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우회수입에 의한 국내산업 피해 방지를 위하여 부정물품 수입자는 물론 생산자까지 조사를 확대하는 한편, FTA 체약상대국 세관의 집중검증이 예상되는 산업을 중심으로 원산지관리실태를 점검하여 우리 수출업체가 사전에 원산지검증에 대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FTA, 수입자 주의사항
수입자의 경우, 원산지 입증 책임을 1차적으로 지게되며, 수출자가 원산지증명서를 잘못 발행하거나, 세관의 조사에 불응하는 경우에도 협정관세를 추징하게 되므로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요 확인사항으로는 체약당사국간 거래인지 여부, 관세양허 품목인지 여부, 직접운송기준 충족여부, 품목별 원산지기준 충족여부, 원산지증명서 구비여부 등이며 수출자가 원산지관리능력이 있는지 까지도 세밀히 확인해야 한다.
사후 추징으로 인한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거래계약서에 수출자의 원산지 증명에 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수입하고자 하는 물품이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수입하기 전에 미리 확인하는 ‘원산지 사전심사제도’를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싶다.
FTA, 수출자 또는 생산자가 준비해야 할 사항
수출자 또는 생산자는, 수출물품의 원산지를 최종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만약 수출자가 원산지를 입증하지 못하거나, 원산지 입증에 필요한 서류를 보관하지 않은 경우 수입자에게 부여됐던 관세특혜가 배제되고 허위로 원산지증명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수출자 자신도 처벌을 받게 된다.
따라서 수출자는 수출물품이 협정에서 정한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충분히 확인하고 원산지증명서를 발행해야 함은 물론 세관의 원산지 사후검증에 대비해 입증자료를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세계 유수의 기업인 미국의 F사가 세관의 조사과정에서 원산지 판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여 거액의 벌금을 부과 받은 사례는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수출기업들, 철저한 준비태세 필요
FTA에 있어서 “상품을 제조한 나라가 원산지”라는 단순한 개념은 통하지 않는다. 각 협정에서 품목마다 정하고 있는 원산지기준을 충족해야만 하는 것이다.
원산지 기준의 충족여부 판정, 원산지증명서 발급, 원산지입증자료 생성 및 보관을 위해서는 기업의 회계시스템과 재료 및 부품의 원산지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원산지관리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머지않아 FTA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좌우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원산지 전문가를 양성하고 원산지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철저한 사전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관세청 관세심사국장 김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