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매일복음묵상

대림 제4주간 목요일

그린빌나 2010. 12. 23. 14:39

커서 뭐가 될래 ?

엘리사벳은 해산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 이웃과 친척들은 주님께서 엘리사벳에게 큰 자비를 베푸셨다는 것을 듣고, 그와 함께 기뻐하였다. 여드레째 되는 날, 그들은 아기의 할례식에 갔다가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기를 즈카르야라고 부르려 하였다. 그러나 아기 어머니는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들은 “당신의 친척 가운데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이가 없습니다.” 하며, 그 아버지에게 아기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겠느냐고 손짓으로 물었다.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을 달라고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 이라고 썼다. 그러자 모두 놀라워하였다. 그때에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그리하여 이웃이 모두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유다의 온 산악 지방에서 화제가 되었다. 소문을 들은 이들은 모두 그것을 마음에 새기며,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 하고 말하였다. 정녕 주님의 손길이 그를 보살피고 계셨던 것이다.
◆자녀를 키워본 사람이면 한 번쯤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될래 ?”라는 말을 했거나,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이 아이는 대체 뭐가 될 것인지 ?’ 하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대개 아이의 독특한 행동이나 성격을 감지했거나 기대 또는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아무리 내 자식이라 해도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는 세례자 요한의 탄생과 관련해서 온 유다 산악 지방까지 화제가 될 만한 소문이 만들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날 다 늙은 엘리사벳이 아기를 임신하더니 아기의 아버지가 벙어리가 되고, 드디어 아기가 태어나자 아기의 이름을 두고 동네가 떠들썩할 만큼 말이 많더니 바로 그 순간에 아기의 아버지가 입이 열려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통해 내 마음에 스치는 것은 사람을 낳고 돌보는 일은 ‘하느님의 일’ 이라는 사실이다. 얼마 전에 결혼한 친구가 마흔 중반의 나이에 아기가 생기면 어쩌나 하고 걱정한 적이 있다. 그때 난 친구에게 젊은 시절을 그리 대단히 중요할 것 같지 않은 (생명을 낳고 돌보는 일보다) ‘인간 (또는 자신) 의 일’ 에 투신하고 이제야 결혼하는 판에 자비하신 주님께서 생명을 허락하시면 ‘아이고, 감사합니다 !’ 하고 얼른 받을 것이지 무슨 투정이냐며 핀잔을 주었다. 우리는 ‘하느님 일’ 의 협력자가 되기보다 언젠가 사라지고 말 ‘자신의 일’ 에 목숨을 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이를 불문하고 하느님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엘리사벳과 마리아가 더 돋보이는가 보다.
김혜경(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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